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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BBC 자연다큐멘터리 <프로즌 플래닛>을 책으로 만나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자전축의 끝, 양극 주변 지역은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가장 생명에 적대적인 곳이다. 그러나 북극의 육상 포유류, 남극의 조류, 남북 양극의 해양 포유류 등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그곳에서 수천 년에 걸쳐 특별한 생존방식을 발전시켰다. 그러한 종의 수는 많지 않으며, 따라서 그들에겐 경쟁자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그들은 극적인 숫자로 번성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가장 생존하기 힘든 곳에서 가장 멋진 생명의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북쪽의 극 자체는 얼어붙은 바다로 덮여 있다. 수 세기 동안 가장 강인한 사람들 소수가 과감하게도 얼음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사냥하며 생존했다. 하지만 이보다 온화한 남쪽의 육지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 얼음 불모지는 오랫동안 지구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늘날에는 남쪽으로 1,125킬로미터 떨어진 노르웨이 영토 스발바르에 있는 롱위에아르뷔엔이라는 도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인들이 매년 얼음 위에 세우는 캠프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면 누구나 북극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곳에서 극점까지는 겨우 115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체력이 강건한 일부 여행자들은 걸어서 그 여행을 마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그곳에 도달한다. 나도 그렇게 했다.



다음 날 보니 러시아 캠프에서 활주로 역할을 했던, 장애물이 제거된 편평한 얼음길과 내 텐트 사이에 몇 센티미터 폭의 틈이 벌어져 있었다. 캠프를 책임지고 있던 러시아인들은 얼음 위에 종종 이런 틈이 생긴다며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틈은 계속 벌어졌다. 내가 떠나고 이틀 뒤 그 폭은 28미터가 되었고 그들은 서둘러 캠프를 철수해야만 했다. 확실히 북극은 따뜻해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북극점을 덮고 있는 해빙이 매년 여름 모두 사라서, 태평양에서부터 북미와 유라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대서양까지 통하는 뱃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의 남쪽 끝은 약간 사정이 다르다. 남극점은 바다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대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어렴풋하게나마 그 해안을 본 사람이 없었다. 대륙이 발견되자 사람들은 그 극점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야심차고 대담한 위업처럼 보였고, 최초로 극점을 밟으려던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곳 역시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으며, 현재 남극점에는 멋진 건물이 서 있다. 주변에 눈이 꾸준히 쌓일 수 있도록 기둥 위에 세워진 그 건물 안에서는 과학자들이 일 년 내내 연구를 계속하면서 저 멀리 행성들과 은하수들을 관찰하고, 이곳에서만 가능한 방식으로 지구 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기후는 변하고 있다. 건물 밑 얼음의 두께는 5킬로미터로, 다음 몇 세기 이내에 녹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거대한 흰 치마처럼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해빙의 가장자리는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 그래서 한때 내륙 깊숙한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던 산들이 이제 여름이 되면 바다 저편의 섬처럼 대륙과 분리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남북 모두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변화는 극지방 동물들에게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로 하여금 극한의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바로 그 적응상태가 전보다 따뜻해진 여름에는 불리한 조건이 되고 있다. 이보다 조금은 덜 적대적인 곳에서 살던 다른 종들이 극지로 가까이 이동하면서 한때 그곳을 차지했던 종들을 대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사람이 일하기에는 끔찍한 곳이다. 금속을 손으로 잡으면 피부가 벗겨질 수도 있다. 눈보라는 여행자를 며칠씩 텐트에 가두는가 하면 발밑에서 해빙이 쪼개져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지역의 경이로움을 기록하는 것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야생 생물을 촬영하기 위해, 그것도 겨울에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팀들은 지구에서 가장 일하기 힘든 여건을 감수해야 했다. <프로즌 플래닛(Frozen Planet)> 시리즈를 위해 그들이 3년간 제작한 영상은 필름이나 전자적인 수단으로 한 번도 기록된 적이 없는 행동과 현상을 포착했다. 이런 영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간이 당도하기 전 수십만 년 동안 존재했으며, 이제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뀔지 모르는 곳의 가장 멋진 모습을 담아낸 마지막 기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애튼버러(BBC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자)

미리 만나는 책 속 생생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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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여름날의 북극해_ “북빙양의 중심부는 일 년 내내 얼음에 갇혀 있고 비교적 생명체가 없지만, 여름이 되면 그곳을 둘러싼 얕은 바다는 세계에서 생명체가 가장 풍부한 곳 중 하나가 된다. 여름날은 북극의 야생 생물 대부분에게는 짧지만 풍요로운 기회의 시간이다. 얼음이 물러감에 따라 녹아내리는 강으로부터 유입되는 영양분과 온기는 해양생물을 대량으로 증식시킨다. 매년 여름 혹등고래는 멀리 하와이에서부터 북극을 찾아온다. 사진에서 보이는 슴새들 역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번식지로부터 6주에 걸쳐 북방크릴을 먹기 위해 베링 해에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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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북극곰_ “북극곰은 얼음을 발판 삼아 이동하면서 물범을 사냥한다. 캐나다 허드슨 만에서는 지난 20년 넘게 얼음이 일찍 녹는 바람에 북극곰이 사냥할 수 있는 시기가 거의 3주나 줄어들었다. 그 결과 북극곰의 평균 몸무게는 15퍼센트나 감소되었고, 허드슨 만의 북극곰 개체는 20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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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남극의 생존자_ “거의 모든 남극의 생명체들이 극한의 겨울을 피해 북으로 탈출하는 4월 말에 펭귄 한 종류가 남으로 향한다. 바로 황제펭귄이다. 7월 즈음이면 온도는 수시로 -60℃까지 떨어진다. 다행히 황제펭귄은 지구에서 가장 좋은 방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안쪽의 지방층 위에 깃털 네 겹의 바깥층이 합쳐져 훌륭한 단열재 역할을 한다. 밖으로 나온 발과 부리는 특별히 작아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황제펭귄이 펭귄 중에서 가장 크다는 사실도 열보존을 도와준다. 열을 빼앗기는 표면적이 비교적 작기 때문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50일 된 황제펭귄 새끼다. 새끼는 부모가 모두 바다로 먹이를 찾으러 간 사이 혼자 남아 있을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이며, 탁아소에 합류하여 온기와 보호를 위해 다른 새끼 펭귄들과 함께 웅크리고 지낸다.“

글과 사진:  <프로즌 플래닛> 앨러스테어 포더길, 버네서 벌로위츠 지음, 김옥진 옮김, 궁리출판 펴냄

  책으로 만나는 BBC 자연다큐멘터리 <프로즌 플래닛>은 7월 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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