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악과 꿈이 있는 곳, 여기는 부산 인디고 서원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한 아름다운 서점과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저와 함께 부산행 기차를 타셔야 합니다.  2004년 10월 인디고 서원에서 활동하는 인디고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처음 부산행 기차를 탈 때만 해도 기획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아 책을 만들지 못한다 해도 부산에 친구 하나 만드는 셈 치자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부산의 8학군이라는 남천동 학원골목에 도착했습니다. 저 멀리서도 인디고 서원의 따뜻한 간판은 마치 등대처럼 빛났습니다.

(*‘인디고’는 쪽빛이라고도 부르는 파란색을 가리킵니다. 인디고 아이들(The Indigo Children)이란 인지심리학자인 낸시 앤 태프의 『색깔을 통한 삶의 이해』라는 책에 소개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책 읽고 사유하며 토론하고 실천하는 아이들을 통칭하여 부르고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선 순간, 전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차와 음악과 머릿속에서만 그려왔던 꿈이 있는 곳.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제대로 하늘 한 번 올려다보기 힘든 아이들에게는 잠시만이라도 아름다움을 비롯한 많은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런 아이들을 키우느라 삶이 팍팍할지도 모르는 어른들에게는 창가에 적어놓은 한 편의 시가 위로가 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인디고 아이들에게 인디고 서원은 서점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인디고 서원은 지역 운동 공간이면서 문화 운동 공간인 것입니다. 물론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더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할인 경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도서 정가제를 지키면서 말입니다. 인디고 서원은 기존의 교육부의 필독서와 대형 서점의 청소년 추천 도서에 반기를 듭니다. 오랜 시간 수업을 통해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내적 성장의 자양분으로 검증된 도서들이 추천 목록에 오릅니다. 현재 인디고 서원은 철학, 문학, 교육, 예술, 역사, 생태, 6개 분야에 3,000여 권의 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을 만든 사람은 지난 16년 동안 부산에서 독서토론 교실을 열어온 허아람 선생님입니다. 허아람 선생님은 조금은 미련하고 우직하게 괜찮은 단행본만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읽고 쓰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주위에서는 뭐 저런 이상한 데가 다 있나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았답니다. 참고서만 들여다봐도 모자랄 시간에 책이라니……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책을 근본으로 삼는, 어쩌면 이상주의적인 수업이 결국은 현실에서는 가장 큰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봐왔다고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어했습니다. 까다롭다는 언어영역 시험, 구술, 논술시험, 그리고 대학교 수업에서도 많은 책을 읽고 사유할 줄 아는 법을 터득한 아이들은 별로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소신있게 펴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첫 수업 장면을 들여다봤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데 선생님은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우선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방의 불을 끄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코와 입을 막으라고 말합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가 되면 그때 숨을 쉬어보라고.... 얼마 후부터 여기저기서 ‘푸아’ 하며 참을 수 없어 숨을 토해내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불을 켜고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죽음 목전까지 갔다온 아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항상 수업방법은 다르지만, 그런 식으로 ‘글썽글썽’한 시간들이 된다고 합니다. 어떨 때는 책의 내용을 연극으로 꾸며보기도 하고, 콘서트를 열기도 한답니다. 또 미술 관련 책을 읽을 때에는 각자 그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골라 마치 자신이 미술 경매장에 온 것처럼 이야기를 해보기도 한다네요.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인디고 아이들과『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주제와 변주1, 2』, 이렇게 세 권을 책을 만들었습니다. 앞의 책은 인디고 아이들이 쓴 인디고 서원의 탄생 이야기이고, 뒤의 책은 인디고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고 싶었던 저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 책입니다. 특히『주제와 변주』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이상 책을 가까이 하며 지낸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통해 가장 만나고 싶은 저자를 선정하고, 또 그들의 이름으로 초대의 편지를 씁니다. 지금까지 장영희, 진중권, 최재천, 성석제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인디고 서원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책, 독서, 논술……, 온 나라가 ‘독서 지도’에 열병을 앓고 있는 이때 인디고 서원과 인디고 아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아람 선생님과 그 제자들은 어떤 목적을 위한 독서가 아닌 순수한 즐거움에서 행복하게 책을 읽어나가 자연스럽게 뛰어난 논술 및 구술 실력을 키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인디고 아이들이 《INDIGO+ing》라는 잡지도 직접 만든답니다. 이 잡지 기자팀이 서울평화상을 수상하러 온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를 만나러 갔습니다. 수많은 언론과 인파 속에서도 유누스는 이 청소년들을 알아보았고, 줄곧 메일을 주고받았던 한 학생을 뜨겁게 포옹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아이들은 책을 통해 그의 활동을 곱씹으며 그를 무한히 존경해왔고, 자연스레 그는 인디고 서원이 생기고서부터 가장 초대하고 싶었던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언제 한번 부산에 가실 있이 있다면 인디고 서원을 한 번 들러보세요. 따뜻한 차 한 잔과 음악을 선물로 받으실 수 있답니다. 그리고 여러분 안에 숨어 있던 따뜻한 감성이 되살아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김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