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밖에서 만난 작가┃『위험 증폭 사회』를 펴낸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안종주


Q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여 요즘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안종주입니다. 저는 1980년대 초에서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20여 년 동안 《서울신문》과 《한겨레신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서울신문》에서는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했고, 《한겨레신문》에서는 데스크를 거쳐 보건복지전문기자를 지냈습니다. 그 뒤 정부기관과 환경 관련 단체를 거쳐 4년 전부터는 환경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경보건 칼럼니스트로 일간신문과 인터넷신문, 환경전문잡지 등에 환경 관련 칼럼과 서평을 쓰고 있고 석면, 위험 소통 등에 관해 공무원 및 일반대중 등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습니다.


Q이번에 펴내신 책 『위험 증폭 사회』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이 책에서 저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각종 위험들의 정체, 그리고 그 위험의 성격과 위험의 정도 등을 이야기하면서, 이들 위험에 대해 개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를 모색해보고자 했습니다. 최근 2~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실제 벌어졌던 각종 위험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고요, 소재는 크게 인공 감미료, 커피, 낙지 등의 먹을거리부터, 휴대폰을 비롯한 전기전자제품, 자외선, 가습기 살균제, 석면, 고엽제 등의 생활환경, 의약품과 의료 사고, 자살과 우울증, 술, 담배, 도박/게임의 중독 현상, 직업병 등의 산업재해와 핵(원자력) 문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진단해볼 수 있는 안전생활 체크리스트와 우리가 위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도 팁 형식으로 담아내어서 좀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대한민국은 ‘위험 사회’를 넘어 ‘위험 증폭 사회’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어찌 보면 현대는 과거보다 더 안전하고 편히 살기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어째서 위험은 더더욱 커져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현대인들은 과거보다 더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은 과거보다 더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만약 평균수명만 놓고 본다면 덜 위험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녀 모두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달은 과거 인간이 매우 위험하다고 느낀 많은 것들을 위험하지 않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들은 장티푸스, 콜레라와 두창(천연두), 소아마비 등과 같은 각종 전염병의 희생물이 됐습니다. 이러한 역병은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때론 괴질로 불리며 공동체를 파괴했고요.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도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켰다고 하니, 목숨이 붙어 있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절망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가뭄 등 자연재해로 사람들이 굶어죽는 일도 잦았다. 그러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페니실린 등 항생제가 개발되어 각종 세균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수확량이 많은 농작물의 개량으로 식량 증산을 할 수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오늘날 우리는 조상들보다 더 편리한 환경에서 훨씬 더 오래 살고 있기는 한 것이죠.

하지만 현대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달은 사회의 위험을 줄이는 데만 기여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위험과 재앙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연재해와 전염병 등 기존의 전통적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기술 발달과 새로운 화학물질 사용 증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비인간화, 소외, 경쟁 현상 등과 관련한 신종 위험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오늘날 개개인이 느끼는 위험 체감지수는 날로 높아만 갑니다. 증가하는 암, 교통사고, 유해식품, 산업재해와 직업병, 환경오염, 농약과 살충제, 실내공기 오염,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범죄, 아동 성폭행을 포함한 성범죄의 증가, 우울증, 자살, 테러, 술과 담배 및 게임 중독, 신종플루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과 확산 등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음을 순간순간 절감하게 합니다. 의료를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해 의료 사고의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위험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원자력 발전을 가동하는 등 과학기술 산물은 이기(利器)인 동시에 흉기입니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래 더 풍요롭게 살면서도 더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위험들이 대부분 복잡하게 얽혀 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고, 수많은 위험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까닭이기도 하고요. 또 한 곳에서 발생한 위험이 발달한 교통과 활발한 지역 간 국가 간 교류로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그 피해상황이 대중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생히 전파되는 등 위험과 안전에 대한 불안 의식이 사회적으로 증폭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Q책 속에는 먹을거리 및 생활환경을 비롯해 의료 사고나 산업재해, 핵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의 위험요소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글을 소재를 선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개인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큰 위험과 앞으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위험, 일상적으로 노출되면서도 관심을 덜 기울이는 위험, 우리 사회에 비교적 최근 등장한 위험, 실제 위험보다 더 위험하게 느끼는 위험, 반대로 실제 위험보다 강하게 느끼는 위험,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된 위험 사건 등을 우선적으로 다루었습니다.


Q글을 읽으면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즉 ‘위험 소통’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국내 최초로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데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 ‘리스크 커뮤니케이션’과 ‘리스크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소통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종들에게는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야 포식자로부터 종족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서도 소통은 거의 모든 분야, 즉 정치와 교육, 문화 등에서 중요합니다. 특히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위험과 관련해서 소통은 그 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소통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거나 엉뚱하게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은 진짜 위험하게 여겨야 할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도 엄청나게 위험하게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으로서는 심각한 위험 상황에 놓일 수 있고 국가나 사회도 위험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위험 소통이 필요한 것이며 이런 위험 소통은 대중이나 이해관계자의 눈높이에서 쉽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 즉 위험 소통가(리스크 커뮤니케이터)가 맡아야 합니다.

지난 2년여 동안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로 대중매체에 우리 사회의 위험의 성격과 특징, 위해 사건의 전말과 교훈 등에 대해 글을 쓰고, 대학 및 정부기관 등에서 대학(원)생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오면서 배우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우리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크고 작은 환경보건 위험의 실상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었고, 방사성물질과 같은 각종 위험요소에 대한 안내나 설명이 전문가적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았고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반인도 쉽고 유익하게 위험 요소와 원인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위험과 관련해 제대로 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애썼습니다. 위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 관리기관이나 전문가와 일반대중 사이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위험 인지에 관여하는 요인과 위험 인지가 효과적인 위험 소통을 하는 데 왜 중요한지, 제대로 된 위험 관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함께 다루었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각종 위험들을 둘러싼 과학 논쟁, 위험을 양산하는 제도와 정치, 전문가와 일반인 간의 위험 소통의 문제 등을 살펴보면서 위험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자세를 점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리스크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거나, 되새겨볼 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요?

A강연을 할 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화 <워낭소리>에 나오는 한 장면, 곧 노인과 소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소통은 소와 통할 정도가 돼야 진짜 소통이라고 말하면 열이면 열 모두 청중들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위험 소통에 관심이 있는 후배가 재미있는 발상이라며 자기도 다른 강연에서 이를 활용하겠다고 해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그도 비슷한 반응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무엇보다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Q대한민국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좀 원론적인 질문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A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흡연을 예로 들자면, 어떤 의사들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해놓고 자신은 담배를 피웁니다. 심지어는 금연정책을 만든 책임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웁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심각하다면 주변에서 담배를 피울 때 피우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무리 자신이 위험을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위험들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인에게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Q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책을 읽어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덧붙여,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인사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이 책을 통해 각종 위험요인과 관련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을 바라보는 시각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행동과 정책을 펴야 할지를 이해했으면 합니다. 특히 정치인, 정부, 지자체 공무원, 공공기관 관계자들,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활동가, 흡연, 알코올, 컴퓨터 중독 등의 문제로 씨름하는 분들이 봐주었으면 합니다.

지혜는 책에서 나옵니다. 책은 인생의 멘토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담배를 끊는 사람이 있다면, 술을 적절히 먹는 사람이 된다면, 각종 중독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있다면, 환경운동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고 나온다면 보람으로 알겠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