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해주세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안녕하세요. 김은옥입니다. 저는 프로이트 정신분석 원격 평생교육원(dreamfreud.com, 전 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에서 유아‧아동놀이치료 및 성인심리 상담과 현대 정신분석이론을 바탕으로 20여 년 동안 부모교육을 해왔습니다. 삶을 살아오면서 절감한 인간 이해와 임상경험을 부모교육 주제로 통합해서 다양한 분들과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아동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능력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담자와 맺는 특별한 정서적 유대관계로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기적처럼 사라지고 삶에 적응하는 모습이 보람 있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대인관계 능력뿐만 아니라 지능까지 달라진 아이들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성인상담을 통해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내재되어 어른이 되어도 낫지 않고 인생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어요. 심리치료 받던 분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도움을 받고, 형제자매가 함께 공부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녀가 자기성장을 위해 상담과 교육에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되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상담심리학을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전부터 인격발달 주제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제가 이십대 중반에 정체감 갈등으로 정신분석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공 일을 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움 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상담자와 신뢰형성이 어려워 변죽만 울리고 떠나가거나 자녀의 치료를 심리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분들을 중재하면서 엄마와 아이를 커플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아동만 상담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게 되었어요.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반드시 엄마를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때론 아이 대신 엄마를 치료하기도 하였는데 그 효과도 매우 좋았습니다. 위니콧은 엄마 품에서 치료되지 않는 병은 없다고 했거든요. 개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함께 몇 년씩 정신분석이론을 공부해가면서 얻는 인격의 변화는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현실적 기대나 성찰을 얻게 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절절히 분석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 내담자를 만나오고 있지만 누구도 자신의 고통근원을 단기간에 마주할 수가 없거든요. 진정한 성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납니다. 정신을 확장하고 수정하는데 있어서 교육은 상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Q ∥ 이번에 펴낸 『엄마가 철학할 때』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 A ∥ 도널드 위니콧 강의는 아동을 다루는 심리 전문가, 교육가를 비롯해서 자녀의 성장과 치료를 목적으로 둔 엄마, 자신의 인격발달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이 함께 해온 수업을 풀어내어 엮은 책입니다. 유아기 때 제일 소중한 엄마와의 관계가 어땠는가에 따라 이후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계 모습이 상당부분 정해져요. 그래서 아동 인격발달의 대가 위니콧 이름만 들어도 관심과 기대가 일어날 만큼 요새는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상담에 오시는 분의 증상이나 사건, 사고 문제양상은 과거에 위니콧이 고심하며 마주하던 문제 모습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상담치료나 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겨난 심리적 신체적인 병증의 뿌리를 이해해 가면서 자기 발달을 재개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부모가 없으니까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살기 마련이고요. 불안정한 모습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부모에게 좋은 의존을 하고 독립을 하는 과제도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누구나 순조롭게 이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인격발달 단계마다 필요한 건강한 엄마역할이 있고,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발달 과제도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상처로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나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고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불행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위니콧 수업을 통해 부모세대로부터 자신과 자녀에게로 대물림 되었던 상처를 성찰해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Q ∥ 이 책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나요? 어떤 기준으로 차례 구성을 구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 오랜 시간 부모교육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교육자의 삶을 너무 반복하는 느낌이 들고, 기억력도 흐려졌어요.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원인을 모르고 해결책이 안 보여 자녀문제와 자신 문제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수업생들과 있었던 따스한 감동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위니콧이 주목한 모든 정신문제의 뿌리인 ‘유아기’에는 상식으로 살아가는 생활인에게 잘 지각되지 않는 귀중한 ‘관계와 존재 요소’들이 참 많이 담겨 있어요. 그것들을 질서 있게 음미하기 위해, 인생 최초시기인 절대적 의존기에서 적절한 정서적 사고적 자립능력을 형성한 상대적 의존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신의 발달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주제별로 정리했어요. 건강한 인격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엄마와의 정서적 결속이 손상되었을 때 어떤 병리가 발생하는지 원인을 밝히고 임상사례로 이해를 도왔습니다. Q ∥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 아동치료나 교육을 하시는 분 그리고 상담치료를 받고 계신 부모님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임상사례와 이론을 잘 접목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특별한 것은 임상에서 대면했던 생생한 꿈 사례를 소개한 것인데요. 우리는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어느 정도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인간관계, 일하는 방식, 그리고 삶에 대처하는 자세는 정신에 각인된 유년기 부모상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어요. 정신분석은 과거에서 비롯된 무의식에 억압된 부정적 경험을, 현재 삶에서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실용적 해결책을 안내하는 이론이에요. 힘든 감정을 참거나 막으면 정신도 피폐해지고 처세능력이 떨어지거든요. 갈등이나 고통의 원인이 외부 현실에 있을 것 같지만 정신분석에선 그 문제의 원인이 내면에 있다고 봐요. 의식하는 자아가 우리의 전부라고 믿지만 정작 중요한 감정은 무의식에 숨겨져 있으며 그것이 꿈으로 드러납니다. 책에 나온 꿈 사례들은 지나치게 사적이지 않은 보편적 상태로 재구성하여 표현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신계에 대한 경험이기에 읽으시는 분들이 신비로워하실 것 같아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연결하는 통찰이 현실에서 어떤 이익을 만들어내는지 그 심오함을 아시게 될 것 같습니다. Q ∥ 본문 내용 가운데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면? A ∥ 위니콧의 창의성이 엿보이는 주요 개념들이 있어요. 절대의존기의 안아주는 환경, 비통합 상태 경험, 몸과 정신의 통합, 홀로 있는 능력, 안아주기 실패로 일어나는 멸절불안, 중간대상 들인데요. 인간에게 있어서 의존과 분리 노력은 평생의 인격 발달 과제라고 생각해요.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표현이 자기중심적으로 장황하고 모호하면서도 특정 내용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분이 계세요. 이런 분은 자신 안에 발달하지 못한 어린아이가 상처 준 외부세계와 외부대상에 대한 생각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배설 기능을 하는 답답한 말속에 갇혀 있는 거예요. 아이의 답답한 발언을 엄마가 자신의 상상력과 몸짓, 미소, 언어로 소화시켜줘야만 상징화 능력이 생겨나는데요. 상징화 능력은 반드시 상호작용하는 엄마의 도움이 있어야만 만들어져요. 아이는 엄마와 융합된 상태에서 잘 벗어나기 위해 엄마가 아닌 엄마 같은 중간대상을 만들어 냅니다. 중간대상은 나와 타자가 분리되었지만 합일된 둘이면서 하나잖아요. 중간대상 경험 유무에 따라 정신 발달의 성공 실패 정도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중간대상을 만들어 내는 것에 실패한 결과로서 병리적 이별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경계선 인격 장애를 다루었는데 미미씨 사례를 이 만명 독자가 읽어주셨어요. 그 외에도 참자기, 거짓자기, 공격성, 반사회성 도덕성 등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개념들이 많습니다. Q ∥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의 의미도 알려주세요! A ∥ '충분히 좋은 엄마'는 '보통의 건강한 헌신적인 엄마'를 뜻합니다. 부모교육을 몇 년씩 듣는 분들이 가끔씩 저에게 보통의 엄마가 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하소연을 하십니다. 자녀의 정서발달과 정신 건강을 위한 헌신적인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와 소화를 목표로 강의를 하면서 보면 엄마들이 자연 치유가 되기도 해요. 자녀에게 무엇을 잘해주고 못해주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 자신이 정서적으로 행복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또한 무의식은 서로 전염되기에 엄마가 수업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면서 아이에게 좋은 것이 절로 들어가기도 해요. 몇 년씩 진행되는 수업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자녀 관계에서 결핍된 부분을 수용하면서 부정적인 정서가 조절이 되어 부부관계를 비롯해서 불편했던 인간관계까지 개선되기도 합니다. Q ∥ 정신분석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어떤 곳인가요? 이런저런 소개와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A ∥ 저희 연구소는 정신분석을 대중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상담전문인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의 방송인, 교육가, 예술가, 문학인, 일반인과 주부에게 자기성장의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프로이드>, <꿈해석> 두 과목은 국내 독보적이며, 현대정신분석학계 클라인, 페어베언, 위니콧, 코헛, 비온, 첨단 이론 강의가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원인 모르는 고통에 시달리는 일반인의 자기치유를 돕기 위해 연구소의 강의를 촬영 편집하여 유튜브에 무료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구독하시면 100가지 치유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A ∥ 제가 한 3년 동안 상담스터디 집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상담 심리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이나 3년 이상의 분석경험이 있으신 분들과 한 달에 한번 분석주제를 정해서 과제 발표를 하고 수퍼비전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포트럭으로 맛있는 요리도 해서 파티도 겸하기에 ‘심리-음식 치유’ 책을 써보고도 싶습니다. 음식은 사랑을 상징해요. 교류도 하면서 사랑을 채우는 거예요. 또한 관계가 체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요. 누군가 나를 위해 만든 정성스러운 음식이 몸의 회복도 돕지만 그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잖아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로부터 나를 생각하는 진심을 느끼면 고통이나 외로움이 사라지잖아요. Q ∥ 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위니콧의 이론을 소화하니, 유아부터 성인까지 많은 분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상담자로서 다양한 사례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위니콧의 이론은 섬세하고 따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내면을 바꾸고 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학술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쉽고 친근하게 위로를 주지요. 아이는 정서소통을 못하고 접촉을 못하는 엄마를 만나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어요. 평범한 대인관계도 적절한 사회생활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 전혀 관계를 맺지 못했다면 부부관계도 그러합니다. 박탈로 인한 애정욕구가 과하면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바람이 강해져 엄마역할이나 아내역할이 쉽지 않습니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은 사소한 문제로 서로 격분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으면서 다정하고 대체로 평온하게 살아갑니다. 엄마와의 경험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위니콧의 이론을 따라서 충실하게 성찰 하다 보면 유아적 욕구를 벗어나서 가치 있는 자신을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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