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ㅣ<마음이 허기질 때 어린이책에서 꺼내 먹은 것들>을 펴낸 김단비 저자 인터뷰


Q. 궁리 독자들과는 처음 만나실 텐데요. 첫 인사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어린이책 작가이자 편집자로 살고 있는 김단비라 합니다. 흠모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어서 무척이나 영광스럽습니다.

Q. 오랜 시간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또 쓰는 작가로 살고 계십니다. 약력에 나와 있듯 처음에는 환경단체에서 생태잡지를 만드셨는데, 어떤 계기로 어린이책의 세계에 빠지게 되셨나요?

A. 마흔한 살에 처음 엄마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훌륭한 어린이책이 이미 많아서, 그 책들을 아이와 함께 읽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그러다 아이에게 엄마가 만든 책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만들다 보니 아이의 성장에 맞춰 영유아 그림책, 초등 저학년 읽기책, 초등 고학년 지식책 등까지 확대하게 됐습니다.

Q. 그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맛있는 그림책』 『엄마, 내일도 같이 놀자』와 같이 유아 그림책을 집필해오셨어요. 이 책은 유년시절 먹고 자란 음식과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첫 에세이입니다. 어떤 기회로 쓰게 되셨나요?

A.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의식주, 가 아니라 식의주, 순서여야 맞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고요. 환경단체에서 일한 경험에 슬로푸드 운동을 하시는 김종덕 선생님과 인문서 몇 권을 진행하면서 배운 것들이 제 속에 녹아들어 이런 책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어린이책 작가들과 진행하는 그림책들도 할머니가 차려주신 ‘나눔’ 밥상 이야기, 우리 식탁에 오르는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먹을거리 앞에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도록 돕고 싶은 마음을 담아 에세이를 쓰게 됐습니다.

Q. 이 책은 국내 어린이책 17권에 나오는 음식과 거기에 담긴 시간을 통해 추억 여행을 하는 책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셨나요? 혹시 책에 더 담지 못한 어린이책과 음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제 마음에 남은 음식 이야기와 어린이책이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음식에 대한 추억은 좋지만 마땅히 소개할 어린이책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진짜 소개하고 싶은 어린이책인데 제가 가진 에피소드가 일천하여 소개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골 마을 분교를 열 군데 정도 취재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 그때 먹었던 음식들을 임길택 선생님의 『들꽃 아이』와 함께 소개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들꽃 아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자꾸 글이 허청대서 포기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Q. 본문에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의외로 소박한 음식이기 쉽다.”는 구절이 있어요. 여기에 나오는 음식들도 짜장면, 손만두, 떡볶이, 딸기잼 같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중에서 좋아하시거나 지금도 종종 즐겨 드시는 음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특별한 날 먹는 특별한 음식은 화려할지는 몰라도 그 맛이 친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제 영혼이 허기질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은 아무래도 엄마가 봄 쑥으로 만들어 주신 쑥버무리입니다. 엄마 연세가 있으셔서 이제 먹기는 힘들지만요. 아이에게도 이런 음식 한 가지 마음에 새겨 주고 싶은데, 아이는 늘 “라면!”을 가장 먼저 외치네요.

Q. 시대가 바뀌면서 지금 아이들은 점점 편의점 즉석 음식이나 배달 음식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어쩌면 먼 훗날 아이들이 유년시절을 추억할 땐 ‘엽떡’이나 ‘마라탕’, ‘크로플’의 맛을 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자라든, 아이들이 잃지 말았으면 하는 중심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무엇을 먹든, 그 음식을 함께 먹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남긴 음식인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혼밥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음식은 나누어 먹을 때 진짜 맛이라는 걸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합니다. 제가 아파트에 살면서도 “오늘 이거 만들어봤는데, 먹어보실래요?” 하고 가져다줄 이웃을 만드는 데 열심인 것도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Q. 쓰신 작품 중에 아들과 함께 만든 『일곱 살의 그림일기』와 『말로 쓰는 시』 두 권이 눈에 띕니다. 두 책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요?


A. 아이가 말을 시작한 때부터 아이들의 말은 그대로 시가 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 적기 시작했고, 네 살 때부터 일곱 살까지의 말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말로 쓰는 시』입니다. 다른 엄마들도 아이에게 받은 감동을 잊지 않으셨으면 해서 책을 메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집했고요.

『일곱 살의 그림일기』는 아이가 코로나 때문에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시간 동안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한 결과를 모은 책입니다. 그림은 아이가 쓰고, 글은 엄마가 썼지요. 기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책들입니다.

Q. 요즘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이나, 함께 읽는 모임들이 많아졌습니다. 연령과 관계없이 독자들이 이것만큼은 꼭 인생에 담아두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이나 동화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A. 한 권을 꼽는 건 너무 어렵네요. 좋아하는 그림책이 너무 많아서요.^^ 길벗어린이 출판사의 ‘작가앨범’ 시리즈는 누구라도 다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시리즈예요. 이 아름다운 책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집필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먹을거리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우리 맛에 대한 책, 우리 멋에 대한 대한 책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기는 한데, 언제 어떤 모양으로 출간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