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ㅣ<백두산 식물 길잡이>를 펴낸 이도근 백두산식물탐사대장 인터뷰


Q.백두산과 백두산의 식물들을 처음 마주했던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백두산 식물탐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해서 산을 가까이 했었지만 그 안에 있는 식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식물분류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생소한 때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김태정 사진작가가 낸 『초보자를 위한 식물도감』을 시작으로 하여 식물에 대해 차츰 알아가던 차에 월간 《사람과 산》에서 백두산 야생화 식물탐사 대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거기에 참여하면서부터 백두산 식물탐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95년, 제가 28살 때입니다.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이자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고산식물을 맘껏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식물탐사 대원으로 찾았던 백두산에서 강한 비바람과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고산식물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것들은 저에게 단순한 하나의 식물이 아닌 살고자하는 애절함과 강인한 아름다움을 겸비한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 백두산 식물에 이끌려 저에게 백두산은 가고 또 가고, 가지 않으면 꿈에서라도 가고 싶어지는 곳이 되었습니다.

Q.평균 6박 7일의 탐사 일정으로는 백두산의 꽃들을 모두 보는 것이 역부족이어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백두산이 바라다 보이는 이도백하에서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터를 잡고 백두산의 식물들을 오래 지켜본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십시오.


A. 백두산을 4개의 구간으로 나눠보면 동쪽은 북한에 속하고, 서-남-북쪽은 중국에 속합니다. 이 중에서 백두산의 북쪽에 해당하는 곳의 중심이 이도백하입니다. 미인송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이도백하는 이도와 백하국으로 나눠 도시가 형성된 곳이지만, 중국에 장백산보호국이 생기면서 이도백하로 통합된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7층 건물의 꼭대기층에 살면서 맑은 날에는 장백폭포(비룡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활했습니다. 거기는 북쪽 산문까지 차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당일로 백두산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이도백하는 해발 700m에 위치한 곳이라 그 자체가 백두산이라 하여도 틀리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백두산의 저지대와 고지대 모두를 탐사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으며, 주변의 습지와 내두산 마을, 황송포, 부석림, 원지, 쌍목봉, 백두산 북쪽 고산초원 모두 당일코스로 충분한 곳이 바로 이도백하입니다. 중국어가 부족하여 생활하기에 어렵기도 했지만 한국말이 가능한 동포들의 도움으로 잘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백두산의 식물을 매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Q.『백두산 식물 길잡이』는 이도근 백두산식물탐사대장과 김진옥 박사(식물분류학)의 공동 작업으로 현장감과 전문성을 겸비해 다른 책들과의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책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A. 힘든 점이라기보다는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오래전부터 친동생처럼 지내왔던 김진옥 박사와는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었습니다. 김 박사의 식물분류학 지식과 현장에서 직접 생태를 관찰해온 제 경험을 모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만들어진 많은 식물도감이 이미 알려진 학문에만 의존한 것이라면 『백두산 식물 길잡이』는 그 지식에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생태의 변화를 수시로 파악하여 반영함과 동시에 최신 식물정보를 탐독하여 비교 및 분석하여 만든 책입니다. 또한 아직도 분류에 있어서 여러 주장이 나오는 식물에 대해서는 현 상황을 설명하며 독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런 과정들이 즐거웠던 기억만 납니다.

Q.백두산의 꽃들은 6월 초순에 피어나기 시작해 8월 하순이면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든다고 했습니다. 백두산의 식물들이 변화무쌍하게 피어나고 지는 까닭은 무엇인지요?


A. 백두산 고산초원은 1년 중 식물들이 꽃피우는 기간이 3개월 정도이며, 열매를 맺는 기간까지 하면 4개월이 채 되지 않습니다. 천지의 물이 6월 말부터 녹기 시작하고 9월이면 천지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겨울이 길고 봄과 여름이 짧아 식물들이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까지가 다른 낮은 지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지대의 개화기간이 평균 보름이라면 고지대는 1주일, 길어야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봄-여름-가을 식물들이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게 빨리 진행되어야 합니다.

Q.백두산의 식물들 중 가장 아끼는 꽃, 이것만 보러 백두산을 갈 만하다고 생각하는 꽃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A. 백두산의 식물 중 가장 아끼는 꽃을 꼽는 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하하) 백두산의 모든 식물이 다 보고 싶고 제가 아끼는 식물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꼽아야 한다면 그것은 진달래과 식물들입니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달래가 속한 진달래과 식물 중 백두산에 있는 식물에는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노랑만병초를 비롯한 황산차, 진퍼리꽃나무, 월귤, 홍월귤, 장지석남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북방계를 대표하는 식물들입니다.


그래서 백두산의 초원에 펼쳐진 진달래과 식물들을 보고자 백두산에 오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두산에 오는 분들은 각자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옵니다. 남한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초본이나 목본, 사초과 식물, 습지 식물 등 각자의 관심 분야에 속한 식물을 만나러 오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어느 하나를 가리키기가 어렵습니다. 백두산에 자라는 모든 식물들은 다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식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은 찾아와 그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Q.코로나19 상황에서 탐사계획들은 모두 연기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언제쯤 백두산 식물탐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A. 코로나는 단순 우리나라의 문제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저도 확실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세계적으로 안정이 되고 여행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되면 바로 백두산 식물탐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작년에 올해, 2년 동안 백두산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해오는 상황입니다. 저 또한 하루빨리 백두산 식물탐사가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백두산 식물 길잡이』는 말 그대로 길잡이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처음 연변 지역 및 백두산 식물탐사를 시작할 때 느꼈던 막막함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백두산 고산식물에 대해서는 몇몇 도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저지대와 연변 지역의 자생 식물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식물이 마냥 좋아서 발품을 팔아가며 하나씩 찾아다녔지만, 만약 그 당시에 이런 길잡이 책이 있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백두산 및 연변 지역의 식물을 처음 찾는 분들이나, 한두 번 다녀왔다고 해도 북방계 식물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이 책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좀 더 쉽게 백두산과 연변 지역의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