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해주세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정원디자인 작업으로 좀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도시 속 상업공간에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옥상, 실내정원 쪽 디자인 작업이 점점 많아지네요. 좋은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 이번에 펴낸 『식물 디자인의 발견』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식물 디자인은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생소한 영역입니다. 식물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나무의 수형이 어떤 방향으로 서면 좋은가, 어떤 수형을 갖고 있는가, 주로 나무 위주의 심기 방식으로 경관연출이 대부분이었다면 식물 디자인은 영국의 거트루드 지킬에 의해 독창적으로 개발된 예술 행위를 말합니다. 마치 화가가 구도를 잡고,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듯이 전체 화단을 구성하고, 거기에 맞게 색이나 질감으로 연출을 하는 일종의 정원예술이어서 이 개념을 좀 더 쉽게, 일반인들도 잘 따라 할 수 있게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특히 나무가 아닌 초본식물을 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이 식물을 이해하는 일이 먼저라서 이 부분에 더 주력했고요. 그래서 원래 사실은 이미 4년 전, 잡지에 연재를 하며 다 써놓은 원고였는데, 이걸 완전히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집필에만 1년이 걸렸네요. 결론적으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좀 더 쉽게 써지지 않았나 싶어 만족스럽기는 합니다.
Q ∥ 이 책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나요? 어떤 기준으로 차례 구성을 구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책의 준비과정은 앞에도 이미 말씀을 드렸지만, 화단을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영국의 정원 잡지에 보면 화단이 연출하고 있는 색이 정말 화가의 그림처럼 예쁘고 화려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사실 고도의 계산이 필요하고, 식물에 대한 공부가 우선 선행되어야 하지요. 여기에 예술적 감각까지 더해져야 하는 작업이라 이 책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초는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의 순서는 일단 어떻게 식물을 혼합시켜 쓸 수 있는지, 색, 형태, 질감 그리고 계절에 따른 식물 구성법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식물을 반드시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식물에 대한 특징을 이해하는 파트를 넣었습니다. 어떤 식물이 있는지, 그 식물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서 식물을 혼합해서 잘 쓰실 수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첫 번째 부분은 식물 디자인의 노하우이고, 두 번째 파트는 그 노하우를 위한 식물 사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 식물과 정원에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식물 디자인은 정말 좀 다루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호불호가 분명하고, 옳고 그름이 없는 데다 그걸 창조하는 사람마다 특징이 매우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가든디자이너 오경아의 디자인 색채가 아주 많이 녹여져 있는 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초본식물들의 종류는 수만 종이 넘기 때문에 이걸 다 책에 쓸 수도 없고, 여기에 추려진 식물들은 가든디자이너 오경아가 특별히 선호하는 식물이라고 보셔야 하고, 식물의 조합 혹은 색도 오경아라는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연출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을 보시고, 그대로 따라 해보셔도 좋지만, 참고용으로 보시고 나만의 특별한 식물구성법, 예술적 창의력을 좀 더 발휘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제 책은 교과서로서 공부를 위한 교재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 식물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가든 디자인과 식물 디자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든 디자인은 정원 전체를 디자인하는 작업입니다. 땅 전체에 어디에 대문을 두고, 어디에 화단, 정자, 혹은 수로나 연못 등의 물 공간을 두고, 어떻게 걸어 다니고, 어떤 곳에 어떤 화단과 나무를 심을까, 주거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일을 말합니다. 식물 디자인은 통합적인 가든 디자인 분야 중에서 특별히 식물에 대한 부분만을 꺼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렇다면 화단을 어떤 식물들로, 어떤 색을 이용해, 어떤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를 디자인하는 작업입니다. 그냥 일의 범위로만 말씀드리면 가든 디자인은 땅을 조율하는 작업이고, 식물 디자인은 그 안에 심어야 할 식물들을 좀 더 특별하게 전문적,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 본문에 108가지 식물 소개가 나옵니다. 어떤 기준으로 고른 식물들인지 궁금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에 담아낸 식물들은 제가 직접 제 정원 혹은 의뢰받은 정원에서 써본 식물입니다. 제가 써보지 못한 식물은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이 식물이 왜 빠졌지? 이런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책은 가든디자이너 오경아에 의해 선택된 식물들과 구성법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고, 언급되지 않은 식물들도 같은 범주 내에서 나만의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제가 써본 식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잘 자라줄 것이고, 구입도 쉬운 편일 겁니다.
Q ∥ 직접 그리신 식물 그림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식물 그림을 그릴 때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그리고 식물 그림을 그리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책을 쓰기 위해 그린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식물 공부를 위해 그린 그림들입니다. 당연히 세밀화도 아니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빠르게 캡처를 하고, 식물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에 간단한 편입니다. 그림 재주가 없다고 그림을 아예 포기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식물에 대한 공부가 잘되는 것도 없습니다.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세밀하게 여러 번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식물을 기억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제 책을 보신 분들은 스케치북을 사셔서 저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을 직접 그려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냐보다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그 식물을 공부했느냐가 중요합니다.
Q ∥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식물의 종류는 수백 종이 넘는데, 왠지 정원이 예쁘게 연출되지 않는 분, 뭔가 화단을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하는 식물을 사다 심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 화단이 전체적으로 예뻤으면 좋겠는데 식물이 꽃을 피웠을 때만 예쁘고, 나머지 시간은 볼거리가 연출되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화단은 하나하나의 식물을 뭘 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어떤 아름다움을 일으키고, 이 화단에 정원 전체를 또 우리 주거지를 얼마나 예쁘게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처음 이 책의 서두에 말했듯이 ‘정원을 식물을 수집하는 곳이 아니라, 식물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곳’이라는 말을 꼭 기억하시고, 그렇다면 어떻게 식물을 바라보고, 어떻게 구성해야 가능한지를 이 책을 통해 다소나마 정보를 얻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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