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고래의 노래』를 펴낸 남종영 인터뷰


Q기존에 고래를 다룬 책들은 어린이 도서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마니아층이 꽤 형성돼 있을 정도로, 고래는 가장 사랑받는 포유류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고래의 노래』를 독자들에게 짧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고래에 대한 ‘인식의 지도’를 그린 책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을 보면 고래에 대해서 대충 감이 잡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래의 생태, 포경의 역사 그리고 최근의 환경 이슈까지 고래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 고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둘 만한 개론서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고래에 관한 책들이 참 많더라고요. 고래 도감을 비롯해 포경에 관한 기록들 그리고 고래에 대해 연구 활동을 담은 과학책까지. 반면 한국 사람이 쓴 고래 책은 고 박구병 교수가 쓰신 『한반도 연해 포경사』와 고래연구소가 펴낸 『한반도 연해 고래』가 거의 전부이지요. 그나마 절판됐거나 비매품이라 구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고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쉽게 사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Q프롤로그에 보니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고래로 태어나겠다는 아내……”라는 구절이 있네요. 부부가 고래를 무척 사랑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A 아내와 함께 거의 한 해도 빼지 않고 북극권으로 여행을 다녔어요. 북극은 고래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자, 가장 자주 고초를 겪은 곳이기도 하죠. 여행을 하면서 고래의 생태와 포경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아내도 나와 함께 고래를 무척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아내가 언젠가 그런 말을 한 것 같아요. 다만 아내는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데, 일본 근처에서 고래로 태어난다면 고생 꽤나 하겠군요. 어쨌든 고래만큼 매력적인 동물이 있을까요? 우주를 품고 있다는 느낌, 우주의 원리를 고래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Q책의 내용 중 후반부는 포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만큼 포경 문제가 중요하기도 하고 심각하다는 말씀이신지요?

A 고래 자체가 아니라 고래와 인간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고래란 존재는 인간의 인식론적 한계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래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적어요. 고래가 음파를 이용해 ‘세상의 지도’를 인식한다는 사실, 고래가 도구를 이용하고 문화를 계승, 전파한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꿈이나 꿨을까요? 고래가 집단 자살하는 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지요. 한편으로 우리는 이런 고래를 거의 멸종의 나락에 빠뜨렸습니다. 고래가 인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고등한 생명체는 사실을 알았다면 대량 살상은 없었을지도 모르죠.


일본 포경선 선원들이 고래 두 마리를 포획하고 있다. ⓒ Greenpeace / Jeremy Sutton-Hibbert



Q상업 포경의 빈자리를 서서히 전시용 포획이 채우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심각성은 어떠한지요?

A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 제주도에서 불법 혼획된 돌고래가 공연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제주도에 사는 남방큰돌고래인데,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이 불법적으로 잡힌 뒤 국가가 운영하는 전시시설로 공급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세계적으로는 돌고래 수족관과 돌고래쇼의 동물복지 문제가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요. 법률로 금지 규정을 만든 나라도 여럿이고요, 영국은 이미 돌고래 전시가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테마파크의 조련사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죠.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Q고래를 직접 만나보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디어디를 다녀오셨나요?

A 이누이트 마을인 카크토비크 등 알래스카의 여러 곳,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 ‘모비딕’의 고향 미국 낸터킷섬 등을 갔다왔어요. 이번 여름에는 영화 <프리윌리>의 케이코가 살았던 아이슬란드의 웨스트맨섬에 갔다왔어요. 지난주에는 제주도에 가서 남방큰돌고래 수십 마리를 보고 왔고요.



Q고래 하면 멜빌의 『모비딕』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고래가 등장하는 작품이나 영화 등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A 범고래 케이코가 나오는 <프리윌리>가 있죠. 한 소년과 케이코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데요, 이 영화로 케이코가 스타가 되면서, 그가 살던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케이코를 구출해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고향 아이슬란드로 돌아갑니다. 결국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숨지고 말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뤽 베송의 <그랑부르>라는 영화를 좋아해요. 이 영화를 보면 인간과 고래가 헛갈려요. 인간이 고래 같기도 하고 고래가 인간 같기도 하죠. 고래는 바다에서 육상으로 올라와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인데, 인간이 바다로 귀의한다면 고래와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요? 바로 이 지점을 <그랑부르>는 가장 잘 표현하고 있죠.



Q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래는 무엇인지요? 그 까닭은요?

A 최근에는 남방큰돌고래에 꽂혔습니다. 지난여름 불법혼획 사건이 문제가 되면서 이 돌고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제주도에 단 114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돌고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주도를 계속 돌아요. 지난주에는 제주시 애월읍에서 서귀포시 모슬포까지 같이 따라 돌았어요. 왜 돌까요?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여하튼 매력적이에요.


남방큰돌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