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순천대학교 화학교육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중숙입니다. 오래 전부터 과학 교양 관련 책들을 저술하고 번역해왔는데, 앞으로는 저술의 폭을 넓혀 삶의 전반에 대한 주제들도 다루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잘 받쳐주고 확산시켜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근간은 과학이지만, 다른 여러 분야들과 적절한 조화를 추구할 것입니다. 따라서 요즘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저술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공부와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이번에 나온 책 『고중숙 교수의 과학 뜀틀』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이 책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흥미롭고 유익한 과학 생활로 도약하기 위한 교양 과학 입문서’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과학에 들어서기를 왠지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오늘날 과학은 인류의 지식 체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분야입니다. 나아가 사실상 그 전체를 아우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과학과 어떤 형태로든 인연을 맺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과학에 대해 뭔가 알고 싶다’는 지적 욕구를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간결하면서도 투명한 과학 전반의 조망·전망·조감도·투시도’를 통해 과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 전반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하고, 연후에 각자 더욱 흥미를 느끼는 분야로 파고드는 계기와 자신감을 얻기 바랍니다.
Q∥ 책의 제목이 독특합니다. ‘과학 뜀틀’인데요.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요?
A∥ 이 책 제목의 ‘뜀틀’이란 단어는 대략 다음 두 가지 아이디어를 토대로 선택했습니다. 먼저 체조 경기에서의 뜀틀은 체조 선수가 이를 딛고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데 쓰입니다. 따라서 ‘과학 뜀틀’은 ‘이를 딛고 과학의 세계로 날아오른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체조 경기에서의 선수는 뜀틀을 딛고 날아오른 뒤 다시 바닥으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과학 뜀틀’에서 날아오른 사람은 이전보다 더 높은 지적 단계에 안착하게 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높은 단계에 이르면 이후에는 또다시 그 단계에 적절한 자료나 정보를 통해 더욱 높은 단계로 나아가게 되겠지요.
다음으로는 수영장에 있는 ‘다이빙대’로서의 뜀틀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다이빙대에 서면 한두 번 발을 굴린 뒤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뛰어듭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과학 뜀틀에 서서 시원한 과학의 풀장으로 과감하게 풍덩 빠져들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이후 이곳저곳을 헤엄쳐 다니면서 과학의 즐거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 또는 재미있었던 일은 없으셨나요?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집필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집필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여러 분야를 그저 단순히 합쳐놓는 수준을 넘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체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요즘에 ‘융합’이나 ‘통섭’ 등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를 실제로 이루어낸 성과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어딘지 생경하고 현학적으로 느껴지는 ‘통섭’이란 말이나, 개별 분야의 정체성을 적잖이 훼손하는 듯한 ‘융합’이란 말보다, “여러 분야가 각자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잘 나타내는 ‘융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제가 이 책으로 이러한 융화를 높은 수준으로 이루었다고 자만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과학에 막 들어서는 분들에게 괜찮은 수준의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쓰는 동안 언제나 저의 관점을 객관화한 ‘독자들의 시각’에서 과학의 넓은 평원을 잘 둘러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집필 작업을 했습니다.
Q∥ 많은 이들이 과학 공부를 어려워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과학은 어려운 분야인가요? 과학 공부의 어려움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요? 과학 공부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요?
A∥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적절한 소양 수준으로 갖추어야 할 과학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운동이나 예술 등을 생각해봅시다. 건강을 위해 누구나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운동선수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적 소양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지만 누구나 전문적인 예술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과학도 우리의 삶을 원만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분야라는 생각을 갖고, 이와 맞서는 불필요한 선입관을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당연히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자세’를 버려야겠지요. 저는 이를 위해 ‘햄릿처럼 오랫동안 심사숙고하기보다는 돈키호테처럼 단번에 과감하게 뛰어들기’를 강력히 권유합니다. 일단 뛰어들고 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기본 소양 수준의 과학은 전혀 어렵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아주 재미있다는 점을 금세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렇게 뛰어는 데 좋은 도움을 줄 적절한 자료가 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아무쪼록 제 책도 그런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Q∥ 책 속에는 과학의 지형도를 살펴볼 수 있는 ‘과학 지형도 연표’가 나옵니다. 교수님께서 직접 선별 정리한 것이지요. 과학의 큰 흐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연대표부터 살펴보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떤 기준으로 연대표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짚어두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뿌리 없는 나무’라거나 ‘마른하늘의 번개처럼 느닷없이 스치는 아이디어들의 귀결’처럼 여기는 선입관을 불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과학의 배경에도 그 어떤 소설이나 인문학적 역사에 못지않은 ‘인간 드라마’들이 풍부하게 넘쳐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간적·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면 과학 자체의 이해도 훨씬 깊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과학이 더 이상 뿌리 없는 나무도 아니고 초인적인 천재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들로만 구성된 것도 아님을 깨닫고 더욱 흥미진진하게 공부해갈 수 있습니다.
과학 연대표는 이러한 생각을 체계화시켜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이 연대표를 잘 숙지해두면 과학이 위대한 선현들의 끈질긴 탐구와 노력의 귀결임을 절감할 수 있고, 그 원초적인 필요성과 오늘날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작성한 이 연대표는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면 관계상 다루지 못했던 것들은 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자료의 특성상 너무 많은 내용을 넣는다면 오히려 복잡해져서 선명한 이해를 얻기에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금 부족한 듯싶지만 이 정도의 내용을 최소한의 기본 바탕으로 삼고, 앞으로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내용은 각자 보완해가기를 바랍니다.
Q∥ 이 책에서 교수님은 대개 학교에서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각각의 과목 별로 과학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방식이, 과학에 대한 전체적 이해의 틀을 갖추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요?
A∥ 과학을 흔히 “(수·)물·화·생·지”라고 일컬으면서 개별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눈 분야를 또한 개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 오랫동안 통용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과학 전반의 이해를 꼭 ‘방해한다’라고는 못하겠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대략 반세기 전쯤부터 세계적으로 ‘융화의 물결’이 학문 분야에서 일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분야들에도 번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했다시피 이에 관한 논의는 많은 반면 구체적인 성과는 아주 드문 편이라고 보는 게 적절한 평가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진지한 논의도 좋지만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이루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시계의 비유’를 제시합니다. 예컨대 ‘과학’을 ‘시계’라고 할 경우 이를 이해하려면, ①먼저 시계의 모습을 두루 관찰하고, ②시계를 낱낱의 부품으로 분해하면서 그 기능들을 이해하고, ③다시 조립하면서 전체적 체계를 완성하는 순서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 공부도, 먼저 조망·전망·조감도·투시도와 같은 전반적 시각을 확보하고, 이어서 개별 분야를 공부하고, 끝으로 다시 전체적인 이해를 완성하는 순서로 나아가야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계의 부품에 해당하는 개별 분야를 땜납처럼 완전히 녹여서 ‘융합’시키는 게 아니라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롭게 기능하도록 ‘조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곧 ‘융화’가 핵심이자 목표라는 뜻이지요. 따라서 앞으로 과학은 물론 다른 분야의 공부나 작업에서도 이러한 융화의 관점을 새기면서 해가면 바람직한 성과가 나오리라고 생각됩니다.
Q∥ 우리나라의 과학책은 다양한 편인가요? 국내외 구분 없이 꼭 소개되면 좋겠다는 과학 분야나 과학책이 있다면요? 또한 많은 독자들이 ‘과학책을 읽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도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되는데요. 관련해서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년쯤 전에는 교양과학 책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10여 년쯤 전부터는 꽤 많아졌다고 느껴집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없어서 못 읽는다’라기보다 ‘어느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라는 정도가 된 셈이지요. 다만 그런 와중에서도 융화의 관점이 잘 반영된 책은 아직 드문 편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중 어떤 책을 여기서 직접 추천하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관심 분야와 취향이 다르기도 하고, 열거하기에는 너무 많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고르는 일은 각자 여러 자료를 통해 조사하거나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직접 조금씩 발췌하여 읽어보면서 고르는 게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한 가지 아쉽게 생각되면서 유의할 것으로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과학교양 책들에 번역서가 아주 많은 터에 번역의 오류가 꽤 많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때문에 번역서를 볼 경우 원서도 거의 함께 보는데, 이렇게 하면 오류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우리말과 외국어(주로 영어)의 차이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물론 이런 독서법을 적극 권유하기는 곤란하지만 아무튼 번역의 문제점을 유의하면서 어딘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원서를 확인한다든지 아니면 다른 자료들로 보완하면서 의문점을 해소하여 가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 더 집필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A∥ 맨 처음의 질문에서 답변했듯 앞으로는 저술의 폭을 넓혀 삶의 전반에 대한 주제들도 다루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는 비교적 장기적 관점이고, 좀 단기적으로는 이 책보다 약간 더 진지한 수준의 ‘과학과 다른 여러 분야들의 융화’에 대한 책을 펴내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본 자료는 전에 어떤 과학 관련 잡지에 연재했던 원고이며, 여기에 추가적인 내용을 보완하여 펴내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꼭 원하는 대로 잘 진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답하기로 하겠습니다.
Q∥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서 답변한 바와 같이 저는 독자 여러분이 과학의 세계로 힘차게 날아오르거나 과학의 풀장으로 풍덩 빠져들 생각으로 보아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일단 뛰어들고 나면 분명 재미있는 것들을 도처에서 보게 될 것이므로, 햄릿처럼 진지하게 심사숙고하는 일은 나중에 그런 주제들이나 의문점들을 생각해볼 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 분들로는 우선 중고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을 들 수 있습니다. 여러 학생들은 교과서라는 비교적 딱딱한 가이드를 따라 과학에 들어서므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하도록 쓴 이 책을 읽고 과학 공부에 나선다면 효과적인 학습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청소년 이외의 독자층으로는 한때 과학에 들어섰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과학과 소원해졌거나, 아직 과학에 진지한 관심을 갖지는 못했지만 어쩐지 이를 알아야겠다고 느끼는 성인 독자 분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들이 먼저 이 책을 읽는다면 과학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을 갖게 될 것이므로, 이후 구체적인 관심 분야를 더욱 깊게 파고드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며, 부디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만, 과학은 위대한 선현들이 우리를 귀찮게 하거나 괴롭히려고 어렵게 만든 분야가 아니라, 어떻게든 우리의 삶을 보다 안락하고 풍성하게 해주려고 힘겹게 일구어온 고마운 분야임을 깨닫고, 이 책을 통해 그런 혜택을 충분히 향유하는 생활을 잘 이끌어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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