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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을 펴낸 김태우 저자 인터뷰



Q.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이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첫 인사와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곤충학자 김태우라고 합니다. 한국의 메뚜기 분류학을 전공해서 보통 ‘메뚜기 박사’, ‘메뚜기 선생님’이라고 주변에서 많이 부릅니다. 그동안 메뚜기 관련 논문도 쓰고 곤충책을 쓰고 방송 인터뷰를 가끔 해서 그렇게 알아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직장은 인천에 위치한 국립생물자원관입니다. 환경부 소속 생물다양성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이번에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 개정판으로 독자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게 되어 참 기쁩니다.



Q. 이 책에는 72종의 곤충과 8종의 곤충의 친척을 이야기가 있는 도감 형식으로 소개해 주셨습니다. 수많은 곤충들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별한 친구들인지 궁금합니다.


A. 특별히 아주 희귀하다기보다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근한 곤충들 위주로 골랐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나가다 한 번쯤 보았을 것 같은 그런 곤충들입니다. 사실 그런 곤충들의 이야깃거리가 더 많습니다. 너무 특수한 곤충들은 이제 겨우 정체가 밝혀졌을 뿐 사람과 얽힌 이야깃거리가 없는 경우가 많고요. 곤충학자들이 쓴 학술 논문에 겨우 등장하는 정도의 곤충은 이 책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식물이나 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곤충들, 빨리 달리거나 헤엄을 잘 치는 등 특별한 재주를 보이거나 생태가 재미있는 곤충들, 집에서 볼 수 있는 곤충들, 곤충은 아니지만 자주 볼 수 있는 작은 무척추동물 몇 가지도 선별해 실었습니다.



Q. 어린 시절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으셨지요? 들과 산으로 곤충을 보러 다니고, 심지어 집에서도 곤충을 관찰하셨다고요. 어떻게 곤충에 매료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어렸을 때는 주변에 곤충은 많았지만, 재밌는 장난감이나 게임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산에서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주워 놀았지요. 사람의 호기심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저에게는 그것이 작은 곤충과 같은 움직이는 생물이었습니다. 곤충을 괴롭히거나 서로 싸움을 붙이는 장난도 많이 쳤고요. 부모님이 사주신 작은 곤충도감을 보면서는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곤충을 직접 유리병에 넣고 키우는 재미가 제일 좋았고요. 항상 저의 책상 위에는 귀뚜라미나 잡아온 애벌레 같은 종류가 같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곤충이 있다니 그것이 저를 매료시켰던 것 같습니다.



Q. 곤충 중에서도 메뚜기목 전문가입니다. 메뚜기 도감뿐 아니라 곤충들의 울음소리를 수집하고 분류해 곤충 소리 도감을 펴내기도 하셨습니다. 소리 도감이라니 아주 독특하고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연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시다면요?


A. 소리 내는 메뚜기, 귀뚜라미, 여치 등을 채집해 방음실에서 사육하면서 일일이 종류별로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야외에서 생생하게 녹음하면 더 좋겠지만, 잡음이 많이 들어와 고유의 소리 특성을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선 종류별로 산 채로 채집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흔한 종류는 연구소 앞 풀밭에도 살고 있지만, 멀리 제주도나 높은 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종류도 있거든요. 그리고 채집한 메뚜기들이 실내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는 것도 힘든 부분입니다. 어떤 종류는 인공적인 공간에서도 잘 우는 반면, 어떤 것은 먹이를 거부하거나 온종일 탈출하려고만 애쓰는 경우도 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우울증에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한번은 분명히 야외에서 잘 우는 수컷으로 채집해왔는데, 실내에서는 전혀 울지 않아 상당히 고민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암컷을 넣어주니 벙어리인 줄 알았던 녀석이 우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지요.



Q. 곤충은 성장 과정에서 철 따라 시기 따라 ‘변신’을 하는 동물인데요, 연구 과정도 기다림의 연속일 것 같아요. 곤충의 생태나 한살이 등을 연구하며 어려운 점이나 기쁜 순간은 언제인지요?


A. 연구과정은 가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면 반갑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언제나 실패에 대비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령 어디에 가면 이 곤충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발생 시기나 생태를 제대로 몰라 곤충을 찾지 못하고 허탕 치는 경우도 있고요. 분명히 곤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는데 원인 모를 이유로 곤충이 폐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당히 실망하게 되고 가설이 몽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요. 반대로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곤충을 발견하거나 아무도 몰랐던 곤충의 새로운 생태를 발견하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습니다.



Q. 곤충을 연구하는 분야도 아주 넓고 다양한 것 같습니다. ‘곤충학’ 분야에 대해 살짝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제가 연구하고 있는 곤충분류학은 종다양성을 밝히는 분야입니다.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곤충이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DNA 데이터를 이용한 분자계통학도 있는데 곤충 상호 간의 진화 유연관계를 밝히는 학문입니다. 곤충생태학은 곤충이 살아가는 방식, 행동연구나 그들을 보전, 방제하는 연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위생곤충학은 사람의 보건위생과 관련된 해충, 자원곤충학은 경제 산업 분야에 이로운 곤충을 연구하고 있고 최근 식약용이나 애완곤충에 대한 연구 분야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Q. 곤충을 일상에서 만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가까운 공원이나 숲을 자주 나가면 좋겠습니다. 도시공원에서도 조그만 녹지대가 있으면 곤충이 살고 있습니다. 다만 그림과 책에서 보는 멋진 곤충들은 생태계가 잘 보전된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으니 보러 가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겠지요. 일상에서 만나는 곤충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 곤충은 여기에 살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 주변의 환경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Q. 곤충 탐사를 국내외 여러 지역을 다니며 해오셨는데요, 우리나라 날씨나 기후가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지는 것처럼, 곤충 세계의 풍경도 달라지는 점이 있는지요?


A. 곤충이 사는 곳은 기후와 지리적 분포역에 한정되어 있는데, 그런 고유한 모습들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특히 도시주변의 풍경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한 것 같고 도시에 사는 곤충들은 어느 나라나 비슷합니다. 특히 외래종 문제의 경우 한 나라에서 외래종이 발생하면 주변 국가로 쉽게 번져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의 활동이 전 세계를 가깝게 만들었지만, 고유의 곤충이나 생물상이 섞이게 하는 생태계 교란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Q. 곤충 탐사를 하거나 관찰을 할 때 혹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있을까요?


A. 너무 화려한 옷차림이나 많은 준비물, 장비는 오히려 곤충 관찰에 필요한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합니다.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즐거운 산책을 한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곤충이 잘 보입니다. 신기한 곤충을 찾았으면 집중력을 가지고 곤충이 눈앞에서 날아갈 때까지 지켜보아도 좋고 내 손 위에 잠시 올려놓고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화려한 무늬의 독충이나 털벌레, 쏘는 침이 있는 벌과 쐐기는 주의해야 하고요. 사진을 찍을 것이냐, 채집할 것이냐, 가져다 키울 것인가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활동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할 수 있습니다.


Q. 이 책은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우리 가까이 살고 있는 곤충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거나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곤충을 좋아하는 어린이 독자와 숲해설가, 자연학교 선생님들이 읽으셔도 좋습니다. 책의 순서와 상관없이 우선 본인 스스로 발견한 곤충의 이름을 여러 사진 중에서 찾아보고 해당하는 부분을 읽으면 독서 동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곤충의 이름을 불러주며 친근감을 느끼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책을 다 읽은 독자분들께서는 제게 피드백을 나눠 주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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