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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을 펴낸 이진미 작가 인터뷰



Q.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이진미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다양한 장르의 읽기를 좋아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제가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듯해요. 살아가는 이야기, 역사 이야기, 사회 이야기, 경제 이야기. 어떤 이야기든 아주 좋아합니다. 거의 20년 동안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20대 때는 시간이 자유로우니 텔레비전도 없이 읽기를 했었어요. 그 후 결혼하고 계속 읽기는 했지만, 겨울을 쉰 번쯤 보낸 지금은 20대 때처럼 읽기를 할 여유가 많아졌어요. 물론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다양한 영상 매체의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그래도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때가 좋습니다.



Q.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은 지난 몇 년간 고등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진행한 문학 강의가 모태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강의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10여 년 전에 후배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인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참여해서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한 달에 두 번 모여서 문학책을 같이 읽었어요. 참여 인원은 정해지지 않고 책읽기에 관심 있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었죠. 문학 책을 정한 후 발제자를 정하고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책에 대해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영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 모임에서 몇 번 발제를 하게 되었어요. 학부와 대학원에서 영문학 공부를 한 경험이 바탕이 돼서 그때 배운 방식으로 조금씩 준비해서 발제를 하곤 했어요. 반응이 좋았어요.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는 멤버 중에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 계셨는데, 학교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를 해줄 수 있는지 물으셨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학부모님 중 책에 관심 있는 분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고, 그 강의가 계기가 되었죠.


문학책도 읽고 가벼운 책도 읽었어요.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강의하기로 한 날이 기억나요. 강의 시간이 되어 강의실로 들어서니 일찍 와 계신 어머니들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거예요. 학부모님들이시니 당연히 학교 이야기겠지 생각했는데, 『속죄』의 주인공 브리오니의 행동에 대해서 조용조용 느낌을 나누고 계신 거였어요. 영문학 읽기가 접근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재미나게 읽으신 듯했어요. 그래서 계속 같이 읽었어요. 그 옆 학교에도 가서 강의를 하기도 했어요. 소문이 조금 났나봐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줌으로도 진행하고 있답니다.


Q. 문학 강의를 진행할 때 작품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가치들을 염두에 두고 선정하셨는지요?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 독자들의 반응은 또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A. 문학 강의를 할 때는 우선 제목은 정말 친숙하고 유명한데 읽어보지 않은 책이거나 혼자서는 읽기 어려운 문학 작품 위주로 진행했어요. 예를 들면, 버지니아 울프는 정말 많이 들어본 이름이잖아요. 그런데 울프의 소설은 읽기가 쉽지 않으니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했고, 윌리엄 포크너도 마찬가지였어요. 포크너 작품은 정말 읽기가 난해하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쉬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같이 읽어보자 제안했어요. 그리고 재미난 소설을 고르려고 한 적도 있어요.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스토리가 흥미롭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경우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여서 다른 작품보다 관심이 더 가실 듯해서 정하기도 했어요.

울프를 읽을 때는 조금 걱정되었어요. 『댈러웨이 부인』이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잖아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여러 가지 바쁜 중에도 책을 읽어오시더라고요. 그리고 강의를 열심히 들으시고, 아 그 부분은 그런 의미였군요,라는 답을 하시곤 했어요 그리고 다시 집에 가서 읽어봐야겠다고도 하시고요.

책 읽기를 좋아하셨던 분들은 정말 꼼꼼하게 읽어오고 질문도 하세요. 그리고 화제의 스토리가 있는 소설의 경우 서로 이야기 나누기도 잘 하셨어요. 강의가 마무리 단계에서 소설 관련 질문을 뽑아서 함께 토론하기 부분이 있어요. 질문을 드리면 처음에는 수줍어하시는데, 어머니들 각자 모두 자신만의 의견을 가지고 계시고, 표현도 잘 하셔서 내심 놀라기도 했어요.


문학 작품 읽기라는 게 자신만의 경험으로 읽어내는 작업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Q.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평소 홀로 또는 여럿이 같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혼자 읽기’와 ‘같이 읽기’는 어떤 다른 점들과 효과들이 있을까요? 다양한 독서 모임에 참여해 활동한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 제가 어려서부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책읽기에 끌리고 책읽기가 좋았어요.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고, 책이 많지도 않았죠. 그러다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저희 학교 도서관이 개가식 도서관이었는데, 정말 그 도서관을 좋아했어요. 대학원에서 석사 공부를 할 때는 텍스트를 읽고 비평서적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 문학 비평 서적이 꽃혀 있던 800번대 서가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는 주로 문학책을 읽고, ‘지금은 독서 중’에서는 멤버들이 추천한 도서 중에서 투표를 통해서 뽑힌 책을 읽습니다. 같이 읽기를 할 때는 책이 정해지기 때문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코스모스』를 같이 읽은 경험을 했는데, 아마 혼자 였다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을 책이지만, 같이 매일 읽기 인증을 하면서 읽으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분들이 추천해주신 책 중에 제가 모르는 작가나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의 좋은 책들이 많았어요. 물론 같이 읽기를 하면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은 또 다르게 읽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책 읽으면서 생각한 부분을 다양하게 나눌 수도 있고요. 그리고 독서모임이라는 게 꼭 책을 함께 읽기도 하지만 10년 넘게 교류하면서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잖아요.


혼자 읽기를 할 때는 책 선택이 자유로운 특징이 있죠. 지금 살고 있는 곳에 큰 도서관 하나와 작은 도서관이 두 개 있는데 신간 코너 구경하기를 좋아해요. 그 코너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가령 어떤 주제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그 주제를 검색어에 입력해서 찾아서 읽기도 하고, 여름에 더울 때 도서관이 시원하니까 자주 갔었는데, 그때는 서가가 그리 크지 않으니 서가를 돌면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정말 뒤죽박죽 독서군요.

오에 겐자부로의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분은 한 작가를 정하면, 그 작가의 모든 저작 그리고 그와 관련된 비평 서적까지 몇 년 동안 읽는다고 하셨어요. 그런 방법도 좋을 듯해요.


Q. 코로나 상황 이후 일상을 알차게 잘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루틴, 리추얼이라는 말도 꽤 회자가 되고 있고요. 이런 시기에 ‘책’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독서 전문가로서 팁을 주신다면요?


A. 독서 전문가보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 개인적인 루틴을 소개해볼게요. 제가 작년부터 하루 만보 걷기 인증을 가족과 함께 시작하면서 어느새 일 년이 지났어요. 물론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요.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항상 어딘가를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동을 위해 걷기도 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천변을 걷거나 근처 산길을 자주 걸었어요.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요.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에 프랑스 여행을 갔는데, 미술관을 걷고, 오래된 성을 걷고, 낯선 동네를 걷고, 계속 걸었더라고요.

누구나 하루 루틴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침에 잠에서 깨고, 식사를 하고, 일을 하거나 일을 하지 않는 경우 다양한 활동으로 하루 시간을 채우죠. 인생은 자기 시간을 어떻게 채우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일상적인 집안일은 반복되는데 그 중에서 1시간 이상은 꼭 걷기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가능한 한 재미난 책을 읽으려고 하고요. 이렇게 보면 참 심플하구나, 그런 느낌을 가지기도 해요. 그러나 문득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나고, 그 일을 겪으면서 또 걷거나 읽고 그러면서 지나가는 듯해요.


제가 여유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저보다 더 나이가 많은 분들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찾아본 적이 있어요. 일상의 기본 시간은 모두 똑같았고, 여행, 독서, 취미 활동, 운동을 버킷리스트로 뽑으시더라고요. 물론 직업적인 일에 시간을 쏟으시는 분도 많으실 거예요.


가능한 몸도 마음도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건강해지는 방법이지만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뜻을 내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 같이 읽기나 같이 걷기를 하면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일상 생활에서 제약이 생기니 걷기를 하는 것도 좋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책읽기도 좋고, 어떤 것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읽기는 혼자도 좋고 함께여도 좋고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나만의 세상을 펼쳐갈 수 있으니 더 좋죠. 자신만의 규칙이나 계획을 세워보세요.


새해가 되면서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다시 읽었어요. 21세기 최첨단 기술 발전 시대와는 아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인데 묘하게 위안을 주더라고요. 처음 읽었을 때나 다시 읽었을 때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어요. 생활을 하려면 경제활동도 해야 하는데, 이 경제활동은 오전에 모두 끝내고 오후 시간은 자유롭게 책을 읽으면서 보낸다는 부분이었어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가 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이 그렇게 다양하고 많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책읽기가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매일 책읽기로 보낼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오래전 이 분들처럼 책읽는 시간이 좋아요. 다가가기가 어려워도 시작하면 진도가 나가요. 환한 빛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읽다보면 시간도 훌쩍 가고요.


살아가면서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어떻게 보면 복잡한 듯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주어진 시간도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내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도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책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세계가 조금씩 넓어져요. 그리고 때론 친구가 되어주고 위안을 주기도 하고요.


Q. 앞으로 책이라는 매체의 운명은 어떻게 되리라 예상하시는지요? 책과 독서를 대체할 즐길 거리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책만의 매력으로는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A. 책읽기는 아날로그죠. 다른 매체들은 접근하기도 쉽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죠. 책은 내 눈을 이용해서 사고하면서 읽어야 하고 시간을 들여야 즐거움을 주잖아요.


제가 20대에 자취생활을 해서 텔레비전이 없었어요. 그래서 후배와의 제주 여행에서 TV를 보는데 광고마저 재밌는 거예요. 지금은 더 다양한 영상매체가 쏟아져 나오니 쉽게 그쪽으로 끌리죠. 인생에는 총량의 법칙이 있는 듯해요. 그때 못 본 TV를 최근 OTT가 도입되면서 N사, W사, T사 3사의 각종 드라마, 다큐, 영화를 다 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시 책읽기로 돌아오고 싶어요.


책에도 썼지만 ‘오큘러스’라고 가상현실 체험 안경을 끼고 체험을 한 적이 있는데, 눈앞에 자주 보는 드라마가 입체적으로 펼쳐져서 무척 신기했어요. 그런데 오랜 시간 보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오랜 시간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나면 재미는 있는데, 마음 한켠에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책을 읽으면 뭔가 해놓은 듯한 뿌듯한 마음이 생겨요. 무엇보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사고를 할 수가 있어요.


가령 나와 관련된 생각은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못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한 페이지는 보통 넘어가죠. 표현은 또 얼마나 훌륭한가요. 그리고 어떤 분야의 책이든 꼭 나의 마음이나 생각을 대변해주는 부분이 꼭 있어요. 그러면서 내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정보를 얻기도 하고 그러면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듯해요.


책읽기라는 활동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책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사고를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TV나 영화 속 스토리들은 영상으로 접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지만, 책이 주는 능동성이나 심오함은 없더라고요. 책만큼 깊고 다양한 정보를 주는 매체는 없는 듯해요. 해리 포터를 책으로 읽을 때와 영화로 볼 때 아주 다르잖아요.



Q.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A. 서점에 가보면 신간이 정말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요. 작년엔 조기은퇴,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투자 관련 책들도 많고, 자기 계발 서적은 계속 해서 나오죠. 하지만 문학 책 읽기는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어머니들과 같이 읽으면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나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도 같이 읽고 싶었지만, 분량이 많아서 아쉽게도 같이 읽지는 못했어요. 정말 이 책들은 재미가 있어요. 여러분들께서도 이 책을 계기로 이런 책들 속에서 여러분만의 즐거움, 능동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면 기쁠 것 같습니다.

다른 활동이 주는 즐거움과는 차별화된 뭐랄까 아주 독특한 즐거움을 주거든요. 이 책을 계기로 여러분만의 세밀한 즐거움을 찾아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좋아하는 활동이 꼭 독서일 필요는 없지만 책읽기를 좋아하신다면 문학책 읽기를 꼭 추천합니다. 혼자 읽기가 어려우면 같이 읽기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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