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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논어, 천년의 만남』을 펴낸 이영호 저자 인터뷰


Q.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논어』에 구현된 유교와 불교의 회통적 사유’에 대해 연구하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이번에 펴낸 『논어, 천년의 만남』은 그 결과물로, 묵직한 연구와 번역작업에 들인 시간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시중에는 이미 몇백 권에 달하는 『논어』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어 있는데요, 이 책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A. 『논어』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뿐 아니라, 서구에도 널리 알려져 수많은 독자를 확보한 베스트셀러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에 관해서는 이미 조선에서 번역이 이루어졌고, 또한 많은 조선학자들이 해설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조선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논어』 해석의 중심은 주희(朱熹)의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주희의 『논어집주』는 고증과 논리에 있어 흠잡을 데 없는 서적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오늘날도 주희의 논어설을 중심으로 『논어』를 읽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제가 이번에 편역한 책은 이런 주류적 관점에서 약간 벗어나 주자학과 쌍벽을 이룬 양명학의 대가, 그리고 불교의 승려에 의해서 이루어진 『논어』 해석을 한 번 정리하여 소개한 것입니다. 아마도 해방 이후 수백 권의 『논어』 주석 혹은 번역서가 나왔지만,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진 책은 처음일 것입니다. 처음은 그 시도는 좋을지언정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조심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Q. 이 책은 이탁오(이지), 장대, 지욱선사, 이렇게 세 분이 『논어』 각 원문에 대한 해석과 함께 그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이탁오(이지)입니다. 교수님은 2009년에 『이탁오의 논어평』을 번역하신 적도 있는데요, 이탁오는 어떤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A. 이탁오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눈과 자신이 연마한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 목소리가 인도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한 인물입니다. 오늘날도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탁오의 시대에는 더욱 어려웠겠지요. 이렇게 보면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따라서 산다는 것은 힘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담대하게 저항하고 심지어 자신이 구축해놓은 관념도 거부해야 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탁오는 유학자였지만 전형적인 유학자와는 색깔을 달리합니다. 자신의 길을 가는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교든 유교든 도가든 그 어떤 기왕의 사상도 하나의 디딤돌로 작용하지 절대적 명제인 것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를 가진 이들을 정통 유가에서는 ‘사문난적(斯文亂賊)’ 혹은 ‘이단(異端)’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이탁오를 자기의 길을 조금은 외롭게 그러나 꿋꿋하게 홀로 걸어간 자라는 의미에서 ‘독행자(獨行者)’라 부르고 싶습니다.



Q. 이지, 장대, 지욱선사, 세 분은 『논어』를 각자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같은 텍스트를 놓고 3인 3색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궁금해집니다.

A. 이탁오의 『논어』 해석은 기왕의 『논어』 해석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저는 별도로 논고와 논저를 통해 학계에 보고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큰 특징 하나를 들자면, 유불회통의 사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은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공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원하지 않았는데 태어났고, 원하지 않았는데 아프고 병들고 죽어야 하지요. 이 생로병사의 와중에 어느 누가 그 거대한 압력과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마 인류의 역사에서 이를 가장 전형적으로 느끼고 해결책을 도모한 이가 석가모니일 것입니다.

이탁오는 이 거대한 공허에 맞서는 전략으로 공자의 길에 석가모니의 길을 엮어서 걸어가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유불회통의 사유이고, 이것이 잘 반영된 책이 이탁오의 『논어』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탁오 사후, 유가와 불가에서 이러한 이탁오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 깊이를 더하고 폭을 확장한 이가 바로 장대와 지욱선사입니다. 이 두 분 또한 이탁오의 길을 걸으면서 각기 『논어』 해석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유학자인 장대는 조금 더 유가의 입장에서, 승려인 지욱선사는 조금 더 불교에 서 있으면서 유불회통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꼭짓점에 이탁오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 세 분의 이러한 사유의 궤적이 『논어』를 통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입니다.


Q. 또한 이분들은 유교와 불교가 조우하게 한 공신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유교와 불교의 첫 만남과 이후 과정이 궁금합니다. 결국 부처와 공자는 어떤 면에서 닮은 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A. 동서고금의 인간은 태어난 곳도 살아간 환경도 다르지만 공통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몸과 마음이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몸은 생로병사를 겪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으로 느끼는 고통도 또한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유교와 불교는 그 생성된 지역과 주도하였던 인물, 그들에 의해 남겨진 언어도 달랐지만 공통점을 이미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 와중에 삶의 기쁨도 향유하지만, 본질은 이별과 슬픔이다. 그 어떤 즐거움도 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지 않는 인연은 없고, 종래는 나 자신과도 이별이다. 그리고 그 이별의 과정은 슬픔이다…

인간은 어찌 보면 미물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또 그 해결책을 모색하였기에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공자도 부처도 그 처음은 힘들고 또 힘들었습니다. 유복자로 태어나 비루한 유년을 보냈던 공자도, 왕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쾌락을 향유하였던 부처도 이것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였습니다. 하여 그들은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그 결과 그들은 인류사에 길이 남는 해결책을 찾아내어, 살아 있을 때는 순탄한 삶을 살고 죽어야 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죽는 삶을 누립니다. 결코 이전과는 다른 고통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고통 속에서 울더라도 더 이상 거기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삶에 충실하게 살다가 죽음의 순간에는 또한 거기에 충실하였습니다.

이 두 분의 제자들과 제자의 제자들을 이어서 이 해결책은 빛을 발합니다. 이탁오, 장대, 지욱 또한 이 행렬에 동참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처지와 생각은 달랐지만, 그들 또한 부처와 공자처럼 동일한 해결책 아래 살다가 죽어간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해결책을 수용한다면, 그들과 동일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삶을 통해 이를 증명해냈기 때문에, 저 또한 의심하지 않습니다.


Q. 이 책을 편역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는지요?


A. 먼저 궁리의 대표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책을 내기로 한 기한에서 거의 2년이 지났는데 한 번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셨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웠다고도 할 수는 없습니다. 교정을 보는 과정은 어찌 되었든 힘이 드니까요. 이 과정을 잘 진행해준 김현숙 편집주간님을 비롯하여 디자이너님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이 나온 후 집사람에게 한 권 선물했는데, 이 책의 서문을 읽고서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려웠냐고, 자신이 힘들게 한 것 같다고요. 그 말을 듣고, “사는 게 마냥 힘들기만 했다면 이렇게 웃지 못할 거라고”하면서 웃어주었습니다. ^^


Q. 앞으로 또 어떤 저술 및 번역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계획을 살짝 들려주시다면요?

A. 불교적 입장에서 『논어』를 읽어낸 흔적을 찾아 정리한 것이, 이번의 편역서 논어, 천년의 만남입니다. 한편 유교 지식인이 불교의 소의 경전인 금강경을 읽고서 주석을 단 책들도 있습니다. 틈날 때마다 이 내용을 정리하여 금강경, 천년의 만남을 간행하고 싶습니다. 이는 제가 최근 10여 년 이상 몰두한 유교와 불교의 회통에 대한 탐색의 결과물입니다.


그러고 나면 『주역』에 관한 조선학자들의 주석을 정리한 번역서(혹은 편역서)를 정년 때까지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제 생각이 온축된 글은 정년 이후에나 써볼 생각입니다. 어찌 보면 잘 팔리지도 않을 책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고 나서 글을 써야 조금은 볼 만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계획은 언제나 거의 대부분 생각한 일정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요!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이 책 서문의 마지막 말이, “어떻게 하면 고통 없는 본래의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물음만 던지고 답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신 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시기를, 생을 힘들지 않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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