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를 펴낸 송경화 박사 인터뷰


Q∥ 독자들에게 첫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불량엄마 송경화입니다. 책이 아닌 다른 지면에 스스로 ‘불량’이라고 소개하려니 쑥스럽네요. 진짜 아무 데도 쓸모없는 불량이 된 것 같아서요. 우리는 사실 모두가 불완전한 생명체로 불량이잖아요. 단지, 폐기가 아닌 고쳐서 쓸 수 있는 혹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참고 견딜 만한 그런 단계의 불량인 거지요.



Q∥ 이번에 『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불량엄마’에 ‘잔소리’에 제목이 조금은 삐딱선을 타는 느낌이 드는데요.^^ 하지만 ‘존재 자체로 소중한 너를 위한 생물학’이라는 부제에서 그 진짜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A∥불량이라는 단어의 정의에서 얘기했듯이 모든 생명체는 완벽하지 않잖아요. 모두가 자신이 잘하는 부분이 있고 서툰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요. 저를 놓고 보면 직장인, 아내, 며느리, 딸,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중에서 잘하고 싶으나 잘 못하는 역할이 ‘엄마’인 거지요. 부모님이 저를 키우신 방법을 돌아보면 무조건 믿어주시고 이해해주셨는데, 지금까지 해온 일이 과학이라 그런지 딸아이를 분석하고 객관화해서 ‘얘는 이게 뛰어나’, ‘이걸 못해’하면서 이미 나름의 결론을 내려놓고 제도의 틀 안에서 제가 내린 결론에 따라 특정한 부분에서 뛰어나기를 바란 거죠.


그러다 보니 늘 아이와 대화는 단절되고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싫은 사람이 되더군요. 그래서 찾은 방법이 제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으로 가장 못 하는 부분에 접근하는 것이었어요. 과학으로 아이와 대화하기. 이게 제가 찾은 방법이었죠. 사실 처음에는 눈도 잘 안 마주쳐서 글로 써서 줬었어요. 그러다가 글은 멈추고 같이 공부를 했지만요.


그런데 글로 쓰고 말로 하다 보니까 제가 정말로 불량한 엄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지요.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진화를 강의하면서 진심을 농담처럼 ‘생명체란 우리가 설명하고자 하는 규칙의 범주 안에서 자기 멋대로이다’라고 했었는데, 정작 저는 딸아이를 하나의 생명체로 안 본 거예요. 그걸 깨닫는 순간 글과 말의 내용이 바뀌었지요. 딸아이가 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그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성장기를 거치면서 모든 아이들이 아프잖아요. 모든 생명체가 아픈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아프면 아프다,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말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그 근원을 알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아픔의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학교 성적으로 인해 자신감을 많이 상실하고 비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사실 그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도 안에서는 영원한 낙오자 같은 낙인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접근 방식을 달리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일부 성적으로 인한 패배감을 극복하게 하는 데 성공했지요. 하지만 그건 한번이고, 중요한 건 나머지는 자신이 해야 하는 거지만요.


‘잔소리’는 딸아이의 표현이에요. 제가 아무리 ‘함께 공부한 시간’이라고 주장해도 그 녀석은 ‘잔소리’라고 우기거든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엄마가 무슨 얘기를 해도 아이들에게는‘잔소리’가 되는 거라고 위로하고 있어요. 그래도 그 잔소리 계속하자고 한 걸 보면 ‘너에게 최고의 선물의 줬어!’, ‘잘난 척하지 마라!’와 같은 잔소리가 아이를 향한 엄마의 가슴 뭉클한 고백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을까요?



Q∥ 약력에도 “한때 엄마한테 엄청 개겼다”고 고백하는 따님이 본문에 들어갈 세포, DNA 구조 등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일종의 엄마와 딸의 콜라보라고도 할 만한 책인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이 책은 다른 과학책들과 비교해볼 때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생각되는데요. 모녀간의 풍부한 스토리를 함축한 채 시작합니다.

A∥자기가 엄마한테가 아니면 누구한테 개기겠어요? 엄마니까 개긴 거지요.^^ 처음부터 딸아이가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책 내용을 보면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양식이 고스란히 생물학과 연계되어 진행되는데, 많은 부분에서 딸아이가 했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들어가 있거든요. 그 녀석한테 주려고 예전에 써놓았던 부분에서는 아주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고요. 그런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 공개해서 딸아이를 가감 없이 노출시켜도 될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런데 먼저 아이를 키운 선배들 얘기를 듣다보니 딸아이의 행동이 특별한 게 아니라 그 또래아이들이 다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 얘기는 저한테는 책에 나오는 아이의 행동이 그 녀석만의 특별함이지만,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께는 자신들만의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읽게 되리란 생각을 했고, 읽다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할 거라고 생각을 한 거지요.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가 재미있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사전검열이 무사히 끝난 거지요. 그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게 사실을 이해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아이를 봤지요. 그건 제가 설명한 내용들이 아이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과정인 거지요.


Q∥ 이 책을 집필하실 때 교과서도 살펴보고 다른 과학 교양서들도 두루두루 살펴보셨을 것 같은데, 느낌이 어떠셨나요? 더 나아가 엄마이기 이전에 과학인으로서 청소년들의 과학교육이나 공부에 어떤 문제점들을 포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과학 교양서들을 탐독하게 된 건 이번 책 때문은 아니에요. 생물학을 본격적으로 전공하는 과정에서 저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점에 봉착했어요. 일차적인 문제는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분은 나름 쓰는데 ‘Discussion(토의)’라고 하는 부분에 가면 단 한 줄도 못 쓴다는 거예요. 그게 저처럼 국내에서 학위를 하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영어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석사 때 처음 영어 논문을 썼는데 처음엔 토의 부분만 한글로 써놓고 영어로 옮길 생각을 했었어요. 문제는 한글로도 단 한 줄도 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지요. 그 이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토의 부분을 쓰는지 공부하기 위해 수많은 논문을 읽었어요. 그 중에는 정말 뛰어난 시각으로 자신의 실험결과를 해석하고 또 다른 실험을 구상하는 과학자들의 논문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결과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부족하다는 걸 뼈아프게 깨달았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학부까지 16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고, 아무도 저에게 그게 중요하다고 얘기해준 사람이 없었지요. 그때부터 제 분야가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교과서를 보면서도 동일한 시각에서 접근을 했어요. 교과서는 양적 지식을 한꺼번에 전달하기 위해 사실과 사실을 나열한 요약본인 거죠.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아마 비슷한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는 교과서 내용을 더 축약해서 정리 요약한 노트필기를 가지고 공부했으니까요.


요약본만 보면 과학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전달되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처럼 자신이 한 실험결과에 대한 의미와 해석을 못하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양산되는 거지요. 그리고 그걸 다른 분야에 적용해볼 생각은 꿈에도 못해보는 거구요.


이런 공부 방법의 문제는 질문을 조금만 바꿔도 풀지 못한다는 거지요. 그 결과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엄청난 시간을 들여 문제풀이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건 단순히 생물학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 교과서를 들여다 볼 때는 과학의 본질에 기반에 두고 교과서의 내용을 하나의 맥락에서 어떻게 연계를 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명체라는 전제 하에, 출생은 ‘유전과 생식’, 성장은 ‘소화, 순환, 배설’, 성장기에 겪는 일들은 ‘자극과 반응’, 그리고 성숙해가는 과정인‘노화’와 공동체 속에서의 우리는 ‘환경과 생태’와 연결되더라구요.


두 번째는 전달 방법이에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거든요. 하지만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할지라도 그게 나의 문제가 되었을 때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내용을 고민하는 경향이 있지요. 딸아이와 공부할 때는 ‘사춘기’라는 아주 커다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딸아이 또래가 가지는 생각과 행동을 생물학과 연계하는 방법을 택했고, ‘생물의 진화’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했는데 딸아이에게는 통하더라구요.



Q∥ 이 책은 ‘불량엄마의 과학수다 시리즈’ 중 1권에 해당하더군요. 준비중인 다른 책들도 미리 귀띔을 해주신다면요? ‘불량엄마’라는 닉네임이 싫지만은 않으신 것 같습니다.^^

A제가 불량인 가장 큰 이유는 딸아이를 생명체가 아닌 우리의 교육과 사회 제도 안에서 특별해야만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아이러니 때문인데 일종의 자기반성인 닉네임인 거죠. 그것 말고도 제가 불량인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엄마이기 이전에 불완전한 생명체이며, 동시에 동등한 생명체로 질문으로 공격하고 답으로 반격하는 딸아이와 저의 관계를 의미기도 해요. 두 번째 의미에서 보면 ‘불량엄마’는 오히려 행복한 닉네임이지요.


딸아이 표현을 빌면 ‘엄마는 모든 과목을 가지고, 특히 과학을 가지고 잔소리를 했다’고 하네요. 생물학 책을 함께하면서 딸아이와 그렇게 진지한 토론을 그렇게 웃기게 하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두 가지 부분에서의 고민이 필요해요. 하나는 또 그림을 그리겠다고 딸아이가 동의해야만 하는 거고, 두 번째는 저의 문제이기도 해요. 생물학 책을 내면서 함께한 시간처럼 그렇게 둘이 죽어라 웃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냥 동일한 방법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과학수다 시리즈를 쓰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생물학은 제 전공이기도 하고, 진화를 통해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기반이 있었지요. 각 과목에 대해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서 딸아이와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나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요. 지금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던 지구과학과 화학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에 대해서도 확신은 없어요, 생업에 쫓겨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요.



Q∥ 독자들, 특히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준다면요?

A∥저는 이 책을 딸아이와의 대화를 위해서 시작 했지만, 딸아이는 학교 공부를 위해 활용한 것처럼 결국은 독자들 스스로의 선택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이 중고등학교 생물학 내용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 공부와 연계시켜 생물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되겠지요.


한편으로는 모든 일의 출발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잖아요. 지금까지 과학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들에게는 과학에 관심을 갖는 출발선이 되었으면 해요.


부모들이요? 아이들의 행동을 과거의 저처럼(?) 어려운 숙제로 받아들이지 말고, 대화와 웃음을 만드는 목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요. 과학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특별한 영역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결국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다보니, 여기저기 구멍투성이고 허당인 부분들도 많이 있지요. 그 구멍투성이와 허당인 부분을 일상생활 속에서 농담처럼 회자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삶의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지나치게 원대한(?) 꿈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