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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 출간기념 가상 인터뷰



Q. 한국의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루이스 캐럴입니다. 150년 전 영국에서 살았던 제가 문태선 저자의 신간 주인공으로 선택을 받아 2023년 한국 독자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동화책을 쓴 작가이면서 대수학, 논리학, 유클리드 기하학을 가르치는 수학 교수라는 점이 캐스팅의 이유라고 하더군요. 저한테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부캐’의 매력이 있다면서요. 정말 그런지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확인해 주십시오.



Q. 이 책 『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에서 한국의 10대 청소년 마르코(애칭)와 7일간의 여행을 함께하셨어요. 마르코와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A. 마르코는 아주 엉뚱하고 제게도 스스럼없이 할 말을 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혼잣말도 잘하고 의사표현이 확실했어요. 마르코와는 7일 동안 책 속으로 문학 여행을 떠났어요. 제가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함께 낭독하고, 텍스트 너머의 또 다른 의미를 함께 찾아보았죠. 이런 수업 방식이 제겐 참 익숙하답니다. 제가 옥스퍼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렇게 한두 명의 학생들과 개인 교습을 많이 했어요. 강의식 수업도 유익하지만, 소수의 학생과 교수가 만나 문답을 통해서 스스로 깨치는 배움도 상당하거든요. 개인 교습은 옥스퍼드의 아주 오랜 수업 방식인데, 소크라테스도 즐겨한 문답식 대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마르코와는 틈틈이 문학 여행 말고 도시 여행도 즐겼습니다.


Q. 마르코의 후기에 따르면, 선생님과의 여행이 사실은 ‘수학 여행’이었다고 하던데요?


A. 아무래도 제 직업이 수학자라서 그렇게 되더군요. 제가 수학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화 속에 수학 이야기가 녹아들더군요. 사실 제가 앨리스 이야기를 쓸 때는 어린이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책이었습니다만, 책이 출간된 이후 15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읽고 해석하면서 애초에 제가 의도한 것보다 책의 의미를 훨씬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로서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방식으로 앨리스의 모험에 함께해주세요.



Q.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만큼 동화적 상상력이 탁월한 작품도 드뭅니다. 어떻게 앨리스를 이상한 땅속 나라로, 심지어 거울 속 세계로 보낼 생각을 하셨나요? 이런 착상은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A. 제가 겉으로는 진지하고 까다로운 사람처럼 보입니다만 실은 뼛속 깊이 재미를 추구하는 ‘재미주의자’입니다. 어려서부터 동생들과 인형극, 마술, 수수께끼를 하며 놀았고, 엉뚱한 시와 글을 쓰는 게 취미였어요. 편지를 쓸 때도 글자를 거꾸로 써서 전해주었고요. 편지를 받은 친구들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편지를 거울에 비춰서 보면서 즐거워했답니다. 마치 앨리스가 된 것처럼요.

제가 글자를 거꾸로 쓰는 것처럼, 익숙한 것을 뒤집어서 낯설게 바라보는 것은 사실 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친숙한 사고법입니다. 어떤 명제(p→q)의 참, 거짓을 따질 때, 가정과 결론을 뒤집거나(역, q→p), 가정과 결론을 부정해 순서를 뒤집거나(대우, ~q→~p) 하면서 참과 거짓을 따져 나가거든요. 이러니 논리학자인 저는 ‘뒤집기’, ‘거꾸로 보기’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주 논리 정연한 생각이 평소 보는 것과는 다르게 뒤집어서 보고, 의심하며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거예요. 모든 것이 뒤집힌 거울 속 나라로 앨리스를 보낸 것도 아마 수학을 통해 배운 이런 관점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제가 상상해낸 이상한 나라는 아주 수학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수학과 문학이 공유하는 세계는 아주 크답니다.


Q. 이 책에서 마르코와 함께 여행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100여 년 만에 앨리스 이야기를 다시 펼쳐 읽으신 거잖아요. 새롭게 든 생각이 있으셨는지요?

A. 제가 앨리스 이야기를 만든 작가이긴 하지만, 작가인 저도 100여 년 만에 읽은 제 책이 참 낯설고 새롭더군요. 문태선 저자가 마틴 가드너(Martin Gardener)나 멜라니 베일리(Melanie Bayley)를 비롯한 여러 수학자와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앨리스의 해석들을 많이 들려주었거든요. 제 동화를 수학적으로 이렇게까지 분석할 수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격세지감도 느꼈지요. 저는 1832년에 태어나서 1898년까지 살다간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 후대에 수학의 역사가 이렇게 역동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갔구나 확인하는 재미도 컸지요.

제가 활동한 1800년대는 수학자들 사이에서 음수를 수로 인정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두고 논쟁을 하는 시대였어요. 그러니, 이번 여행을 통해 제가 새롭게 배운 수학 이야기가 참 많았지요. 앨리스가 기상천외한 모험을 통해 성장하듯이 수학도 그렇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책 『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을 수학의 모험으로 읽어도 아주아주 재미난 스토리가 될 거예요. 2023년으로 저를 소환해준, 그래서 뜻밖의 시간 여행을 선사해준 마르코와 문태선 저자에게 고맙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싶군요.


Q. 이 책을 읽어나갈 독자들에게 팁을 전해주신다면요?


A. 마르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앞부분만 조금 읽고 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 후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모험을 재밌게 즐겼습니다. 우리는 책을 나눠 연극하듯이 낭독했어요. 여러분도 저희처럼 책을 낭독하며 읽어도 좋겠어요. 호기심만 있다면 앨리스 책을 먼저 읽지 않아도 여행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앨리스가 탐험한 거울 나라는 초반부에 그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마르코처럼 거울 놀이를 해보세요. 거울 앞에 서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도 해보고, 글씨를 써서 거울에 비춰서 보기도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불현듯 ‘아하!’ 하고 앨리스가 처한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거예요.


Q. 앨리스를 닮은 21세기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A.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마르코에게 전하는 말로 책 곳곳에 실어두었어요. 마르코와 저의 여행을 마지막 날까지 꼭 동행해주세요. 앨리스는 미로 같은 이상한 나라에서 상식도 말도 안 통하는 인물들을 만나서 모험을 거듭합니다. 그 여정을 거치면서 더욱 멋진 주인공으로 거듭나요. 앨리스는 논리적으로 따져 물을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았거든요. 여러분도 지금 앨리스처럼 모험 중이라면, 스스로를 믿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보세요.


* 이 내용은 『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문태선 지음)을 바탕으로 궁리 편집부에서 정리한 가상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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