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수학이 보이는 에셔의 판화 여행』을 펴낸 문태선 저자 인터뷰




Q. 〈예술 너머 수학〉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수학이 보이는 가우디 건축 여행』이 출판되고 8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그사이 저는 한국을 떠나 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국학교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매일 신선한 도전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착하고 열정적인 학생들과 수업도 즐겁게 하고 있구요.



Q. 판화가 에셔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으셨나요? 이 책을 펴내게 된 계기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에셔와의 인연은 15년 전쯤 영재수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수학교사들에게 에셔는 웬만한 수학자들보다 유명합니다. 그의 테셀레이션은 도형을 배울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니까요. 그런데 에셔가 수학을 정말 못하는 학생이었고, 자신의 작품 속에 수학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틈날 때마다 에셔라는 인물과 삶의 행적, 그의 작품들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외로움의 그늘을 보게 되었죠. 화려한 조명에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에셔의 슬픔과 고뇌를 들여다본 순간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예술과 삶과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서 말이죠.



Q.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학 수업에서 판화가 에셔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오셨습니다. 테셀레이션 만들기, 벽화 작업 등등… 어떻게 판화가 에셔와 수학 시간에 놀기 시작했는지, 수업 준비는 어떻게 하셨고,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


A. 제가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는 주제는 학생들의 활동으로 곧잘 이어집니다. 평상시 수업에서도 그렇지만 동아리 활동이나 학기 말 진도가 끝난 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에셔 스타일의 테셀레이션 만들기는 한동안 저의 학기 말 프로젝트 수업의 주제였습니다. 에셔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수학적으로 분석한 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여러 주에 걸쳐 수업했으니까요. 책에 등장하는 테셀레이션 작품들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학생들의 작품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활동을 동아리에서 하면 거대한 벽화가 탄생합니다. 에셔의 나비, 도마뱀, 꽃, 새와 같은 작품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도형을 분석하고 벽화로 그려내는 일까지 했었거든요.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벽화를 그리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역시나 호기심은 불가능에 가까운 거대 프로젝트마저 멋지게 이뤄내게 하는 기적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책은 에셔의 판화 작품 속으로 들어간 듯, 작품을 골똘히 보고 이야기 나누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술, 철학, 수학적으로 다양하게 그림을 읽어 나가는데요, 에셔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예술’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에셔에게 수학은 자연 속에 스며 있는 질서와 아름다움의 원리였을 것입니다. 에셔는 로마에서 사는 동안 매해 이탈리아 풍경 여행을 떠났을 만큼 자연을 사랑했거든요. 그리고 그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판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그의 작품 속에 수학이 스며 있던 이유는 그가 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였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안에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하는 수학적인 관점이 있었던 거지요.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 속에는 대자연의 질서와 아름다움이 수학이라는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에셔의 판화 작품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좋아하는 에셔의 작품들은 모두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구를 들고 그린 에셔의 자화상을 꼽고 싶습니다. 평평한 거울이 아니라 둥그런 구를 들고 자화상을 그릴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구 안에 그려진 세상 속에서 변치 않는 중심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철학 또한 당당하고 멋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무명 판화가였을 텐데도 기죽거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했던 겁니다. 어쩌면 그 넘치는 자신감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게 했던 원동력 아니었을까요?



Q. 이 책을 쓰면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자주 들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어디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A.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시작되는 순간이면 저는 늘 숨이 멎는 것만 같았습니다. 에셔 원고를 쓰는 동안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수없이 들었지만 참 신기하게도 매번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셔도 이 음악을 들으며 판화 작업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놀랍게도 글렌 굴드의 연주에 취해 글을 쓰다 보면 1시간이 금세 날아가 버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에셔가 되고 때론 마르코가 되었습니다. 에셔의 말처럼 바흐의 음악 언어에는 정말로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만나게 될 수학+예술 여행의 길잡이는 누구인가요? 다음 편 예고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A. 〈예술 너머 수학〉 시리즈 3편에서는 건축과 미술을 넘어 판타지 동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토끼가 말을 하고, 애벌레가 물담배를 피우고, 하트의 여왕이 크로켓 경기를 하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다들 알고 계시죠? 그런데 최초의 판타지 소설로 알려진 그 책의 저자 루이스 캐럴이 수학자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재미있는 동화책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 책은 세상에 대한 풍자와 수학적 논리로 가득 찬 ‘현실 풍자 수학 판타지’랍니다. 과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후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어떤 수학과 논리가 숨겨져 있을까요? 궁금하다면 3권에서 루이스 캐럴을 만나 함께 영국의 옥스퍼드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Q. 이 책은 어떤 독자분들과 만나면 좋을까요? 이 책 활용법을 들려주신다면?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예술 너머 수학〉 시리즈는 제가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쓰는 책입니다. 수학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있거나 다가가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도대체 어디에 수학이 있다는 건지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제 책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읽히면서 예술을 통해 수학을 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와 교육적 목적을 같이 하는 분들에게도 두루 읽히면서 예술 속 수학 수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세상의 빛을 먼저 본 『수학이 보이는 가우디 건축 여행』이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시리즈를 아껴주시는 독자분들과 다음 여행도 또 그다음 여행도 함께 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