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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시골의 발견』을 펴낸 오경아&임종기 작가 인터뷰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해주세요.


오경아∥ 방송작가 오경아에서 이제는 가든디자이너 오경아가 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궁리와 함께 ‘정원학교 시리즈’를 발간하며 마치 독자들에게 직접 강의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정원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도 많이 사랑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종기∥ 십여 년을 책 만드는 일로, 그것을 가르치는 일로 다시 그만큼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매개자로서의 삶이 그렇듯 잘 보고, 잘 읽고, 또 잘 표현해서 전달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과제이자 재주라면 작은 재주일 듯합니다.




Q∥ 이번에 펴낸 책 『시골의 발견』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이 책을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나요? 집필 과정에서 힘든 점, 또는 재미있었던 일은 없으셨나요?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오경아∥ 2015년에 완전히 속초로 이사를 했습니다. 가든 디자인 사무실까지 속초로 이전을 하면서 많은 지인들의 걱정했어요. 과연 서울 도심과 이렇게 멀어져 먹고 사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죠. 이런 걱정은 지금도 여전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도시화가 급격해지는 상황에서 과연 도시만이 살아갈 터전이 될까, 시골에서도 분명히 도시보다 더 질 높은 삶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저는 이제 분명한 확신을 갖게 됩니다.


『시골의 발견』은 이런 맥락에서 기획 구성된 책입니다. 시골이라는 곳을 막연하게 낭만적으로만 접근해서도 안 되지만 또 낭만이 빠지고서야 시골의 맛이 또 뭐가 있겠나, 그런 생각도 드는 거죠. 유럽의 시골은 이런 낭만과 생활의 공존이 너무 멋졌거든요. 그래서 예쁜 시골, 아름다운 삶, 그리고 도시만큼이나 잘 살 수 있는 방법, 그 노하우를 배워보고 싶은 의도에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으로 취재 여행을 떠났고, 그 결실을 온전히 이 책 『시골의 발견』에 담았습니다. 


임종기∥ 결혼 전후 몇 년 서울 시내에서 살았던 시기를 제외하면 대개 도시의 변두리 아니면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특히 일산의 자그마한 마당 있는 집, 임거당에서 비롯된 정원과의 인연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시골 여행으로 이어졌네요. 처음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다닌 것은 아니었으나 차츰 확고해지는 의지를 서로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런 시골, 우리만 보고 감탄하기엔 좀 아깝지 않느냐는.


늘 하던 대로 오 선생은 열심히 취재를 했고 저는 적절한 구도를 만들어댔습니다. 책이라는 것은 결국 경험의, 감동의 재생이겠지요. 어떻게 하면 이 광경을 지면 위에 다시 살려내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관건일 텐데 다행스러운 것은 소스가 워낙 좋아서 서툰 실력을 상당히 보완해주었습니다.




Q∥ 책 제목을 직접 지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골의 발견’이 뜻하는 바가 있다면요? 어떤 의미로 생각해보면 좋을까요?


오경아∥ 말 그대로 ‘원래 있었던 시골을 다시 발견해보자’는 의미입니다. 지금의 시골은 젊은이가 거의 없습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절대 농사는 짓지 말라”, “도시 가서 살아라”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만큼 시골의 삶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경험한 유럽의 시골은 이런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농사기업이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도시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큼이나 가족 농장 자체가 브랜드화가 되어 경제적으로도 도시생활보다 주눅들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우리의 시골로 이렇게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책 이름이 “시골의 발견”이 된 것입니다.


임종기∥ 흔히 쓰는 ‘촌스럽다’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가득합니다. ‘도시적’이지 못하다는 말이겠지요. 세련되고 화려하고 편안한 삶인가요, 도시적이라는 것은? 시골이라는 데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다듬어지지 못하고 낙후된 곳이라는 편견은 도대체 왜 언제부터 자리잡은 것일까요. 우습지만 가슴 아픈, 흔한 사례가 우리 시골에 즐비합니다. 비닐하우스나 헛간 같은 경우 얼핏 보기에도 지저분하고 어지럽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를 개량한다고 깔끔하고 단정하게 시설을 갖추면 금세 여러 규정을 이유로 제재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기능, 생산성 운운하는 데 도대체 농사일을 비롯한 인간의 일에 있어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시골은 먼 나라에 있거나 이상향 같은 곳이 아닙니다. 도시화에 몰려 잠시 관심이 뒤쳤기는 했겠지만요.




Q∥ 책 속에는 유럽 시골의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그 장소들을 선별하셨나요?


오경아∥ 일단 농장 자체가 브랜드화되어 있는 곳,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의 6차 산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 곳, 유기농으로 미래 지향적 전략을 가지고 있는 곳, 농사 기업으로서 성공 사례가 될 만한 곳, 시골 문화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 있는 곳, 차별화된 원예 농가의 운명 사례가 될만한 곳 등으로 선별을 했습니다. 그리고 보름간의 취재 일정을 잡고 서른 곳 정도의 시골 마을과 농장, 원예 농가, 가든센터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원래는 책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나부터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과는 다른 어떤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으로 취재를 결정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사례가 많아서, 나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골생활을 꿈꾸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 책으로 묶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임종기∥ 편견 없이 많은 시골을 다녔습니다. 여러 종류의 모습을 만났지만 크게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인간적’이라는 점입니다. 구호처럼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됨, 인간을 위한 생활이요, 문화가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다만 이번 이 책에서는 우리의 시골 문화를 위해 소개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은 곳을 우선적으로 골랐습니다. 농사와 관련해 생산, 가공, 유통이 함께 어우러진 이른바 6차 산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거푸 생각을 해댔습니다. 진정한 6차 산업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일관되게 찾고 전달하고자 한 바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람직한 농촌 모델의 탐색 및 정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책을 읽다 보면 대한민국의 ‘시골’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우리네 시골’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에 더하여, 앞으로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오경아∥ 시골로 가는 꿈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 싶은데 많은 요소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합니다. 우선 깨끗하지 못하고, 일이 너무 많고, 낙후되어 있고, 도시가 주는 편리함이 없고, 먹고살 길이 막막하고……, 이런 이유가 지금의 우리 시골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꿈꾸는 시골의 발견은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으로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죠. 깨끗하고, 아름답고, 하는 일이 즐겁고, 세련되고, 도시보다 훨씬 좋은 삶의 편리함이 있고, 그러면서도 먹고 살 길이 열리는 삶, 이게 제가 앞으로 그려보게 되는 우리 시골의 삶입니다.


임종기∥ 여러 해 전부터 ‘귀농귀촌’이라는 현상이 온 국토에 퍼지고 있습니다만 그 바람에 비해선 긍정적인 결과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이 특단의 대안을 제시하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시골의 정체성을 찾아보고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새로운 개념의 시골생활을 같이 찾아보는 데는 의미 있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속초 생활은 어떤가요? 장단점이 있다면요?

오경아∥ 설악산과 동해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오래된 한옥 집.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삶입니다. 사람들은 도시의 삶이 편리하다고 하는데 저는 여기에 대해 의견이 다릅니다. 저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집을 올라 갈 수 있고, 이불을 맘대로 널 수 없고, 빨래를 베란다 그늘에서 말려야 하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차량의 소음이 들려오고, 내 집 창문으로 옆 동의 건물이 보이는 이런 상황이 정말 불편하거든요. 대신 잡초를 뽑아주고, 채소를 돌보고, 마른 풀을 잘라주고, 햇볕에 얼굴이 타는 이건 점은 그닥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아마 제가 늘 책상에 앉아서 뭘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육체적 활동이 얼마나 좋은 건지를 알아서 이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속초 생활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서울 쪽에 일이 많다 보니…… 오가는 거리가 멀어서 힘든 면이 있습니다.


임종기∥ 산도 좋고 바다도 좋아 자리 잡게 된 곳이긴 한데 살수록 참 좋은 고장입니다. 기후도 온화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인심도 먹을거리도 풍요롭습니다. 다만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보니 차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개발과 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해서, 지금껏 잘 보전되던 ‘촌스런 것들’이 자꾸 무너지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좀 더 세월이 지나면 그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문화유산이 될지 알텐데…….




Q∥ 『시골의 발견』은 ‘정원학교 시리즈’의 세 번째 책입니다. 앞으로 정원학교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내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오경아∥ 시골의 발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도 한 번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도시 속의 생활 정원인데요. 땅이 없이 공동주택 생활을 해야 하는 도시들인들에게 적합한 생활 정원을 소개하는 것이죠. 더불어 하루에 한 장씩 읽을 수 있는 정원 이야기 <365 정원 이야기>도 원고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KBS 힐링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강하 선생님과 함께 <클래식과 정원>이라는 책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에 1년 가까이 출연을 해서 오경아의 힐링 정원을 진행 중인데, 정원을 소재로한 클래식이 의외로 많아서 참 신기했거든요. 클래식 자체가 정원과 아주 잘 어울리기도 해서 함께 공동집필을 해보면 어떨까 기획 중에 있습니다.


임종기∥ 정원 속의 집(house in the garden)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퍼고라, 쉐드, 가제보 같은 시설물뿐만 아니라 새집, 나비집 등의 소개와 제작 노하우 등을 담으려 해요. 또 하나는 ‘작품 속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문학, 영화, 음악, 미술 등에 나오는 정원에 대한 이야기거리를 모아 책으로 펴낼 예정입니다.




Q∥ 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 인사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경아∥ 막연하다는 건 열심히 생각을 해야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생각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고 뭔가 참고 될 사례와 조언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번 『시골의 발견』은 막연하게 “언젠가 나는 시골에서 살 거야~”라는 로망에 “그래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마침표가 되는 참고서적이 되길 바랍니다. 여기에 소개된 농장, 가든센터, 박물관, 숙박소 등의 유럽의 상황이기 때문에 이걸 우리 식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재해석과 또 다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이 책은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해주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황공하게 매번 팬이라며 설악산 가는 길에 들러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늘 감사하고, 궁리와 함께 『시골의 발견』을 함께할 수 있어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임종기∥ 도시생활이 힘들고 지쳐서건, 시골의 여유로움과 낭만이 그리워서건 간에 시골에 대한 관심이 퍽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찌감치 시골에 먼저 살고 있는 이들의 지적에도 자주 나오지만 애매하고 막연한 이주는 본인에게도 시골에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또한 당장 급하게 무엇을 바꾸거나 이루려고 해서도 곤란합니다. 조금 늦다 싶더라도 기본부터 제대로 짚어보고 틀을 만들어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골 문화를 바꾸어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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