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펴낸 IT평론가 김국현


QIT평론가이자 만화가로서 그리고 방송 진행 및 강연 활동으로 바쁘게 지내실 듯합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최근 진행해오던 방송 진행을 당분간 쉬고 다시 무언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에 다시금 전념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어찌 보면 그 신호탄이랄까요, 시작점입니다. 바쁘지는 않습니다만, 콘텐츠의 소모와 생산은 동시에 참 하기 힘든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Q이번에 펴내신 책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IT라 하면 전산이라던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과 같이 기술이 그 전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술이 벌여놓은 결과까지 나와 무관한 기술적인 이야기라고 덮어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법을 가장 빠른 속도로 그것도 심하게 바꾸어놓을 기술이 바로 IT이기 때문인데요.

현실을 흉내 내어 다시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상식과 질서를 무너뜨려버리는 괴력이 IT에는 있습니다. 이 긍정적인 힘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신 부정적인 부작용에 과민 반응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그간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웹의 혁명은 무엇일까요?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그 점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Q어떻게 집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1999년 1월 당시 대표적이었던 PC잡지의 권두칼럼으로 본격적인 칼럼니스트 생활을 시작했으니까, 그간 다양한 사안에 대해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그 과정을 통해 생각해온 많은 것들이 의외로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 화살표를 그리는 일이잖아요. 이 선을 그리기 위한 점을 찍는 일이 요즘과 같이 변화의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 우선 저부터도 필요했는데, 그 점들이 이미 찍힌 궤적이 있었던 거지요.

이 책에는 지난 10년 던져왔던 화두들이 들어 있는데, 이 점들을 이어보니 방향이 보이더라고요. 그리하여 2년에 걸쳐 대폭 수정 가필하여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IT의 존재를 시작으로, IT의 참여자와 조정자, 그리고 IT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까지 담고자 했습니다.


Q말씀하신 것처럼, 10여 년 동안 풀어내온 IT에 대한 이야기를 2여 년 동안 다듬고 새로 집필해오면서 단행본으로 펴내셨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요. 집필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나요?

A이 책의 글들은 일정 수의 독자들과 이미 만나서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온 것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당시의 에너지가 남아 있습니다. 이 에너지가 지금 의미 있는 형태로 되살아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은 여기서 다룬 여러 현안들조차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만큼, 읽는 독자 모두가 당사자 의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작업하면서 늘 했습니다. IT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변화되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Q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에 따르면 한국의 IT산업 경쟁력 지수는 2007년 3위에서 2011년 19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더 이상 ‘IT강국’이 아니라 ‘IT인프라 강국’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고요. 창조경제를 모토로 내건 새 정부가 IT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IT강국은 다분히 자화자찬이지요. 물론 제조업, 통신업은 꽤 잘했고 또 강국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IT의 본질은 미안한 일이지만 이러한 2차 산업에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휴대전화가 잘 팔려도 그 혼을 만드는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신체를 만드는 이들은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습니다. 우리 제조업이 중국에 긴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이유입니다.

‘창조경제’라는 말이 원래 뜻하는 대로 되려면 문화가 창조되어야 합니다만, 문화란 게 창조하자!라고 해서 창조되는 것이 아닌 것이 딜레마이지요. IT에서도 사실 주류 문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나라는 미국과 유럽 몇 개국뿐입니다. 오히려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례적일지도 모릅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개인의 자유에 입각한 방종과 잉여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허락되었다는 것이고요, 정부 주도의 정책에 의한 성과가 아닙니다.

2차 산업적 성과라도 있으면 그게 어디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여기에 안분지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말은 또 없습니다만, 그렇게 억지로 비춘 明 뒤의 暗은 더 어둡곤 합니다. 제가 늘 관심 있어 한 부분도 바로 이 어두운 부분이고요.


Q현재 한국의 IT는 어떤 상황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IT 환경 속에서 다시금 웹의 혁명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정부는 진흥은 할 수 없어도 규제로 방해는 확실히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창조경제로 시끄럽습니다만, 창조를 하자고 해서 창조가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창의력이란 의지가 아니라 결과 또는 현상이지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인 셈입니다. 사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창의적이라 모두에게 여겨지는 건 별개의 문제지요.

왜 누군가는 창의적인지 또는 그렇게 일컬어지는지 그 원인으로 지금부터라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 정부의 의지에 의해 산업이 진흥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목가적입니다.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지요. 지금 IT의 수많은 혁신 중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해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시행착오의 돌연변이 후에 나타나는 것이 혁신인데, 정부는 이런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고,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 일을 하고 있어서도 안 되지요.

다만 인터넷이나 컴퓨터의 여명기처럼 아주 최초의 씨앗을 심는 일은 군사 안보적 명분으로 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끝이어야 합니다. 기업을 육성하는 일은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할 일이 아닙니다. 혁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혁명주의자들이 시장을 통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지요.

오히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이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관찰하고 치우는 일, 더 나아가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 중요한 심판의 역할을 포기하고, 경기장에서 선수처럼 뛰려한다는 데, 그 가부장주의에 한국 정부의 뿌리 깊은 과오가 있습니다.


Q대학에서 생물학과 전산학을 함께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서로 제법 거리가 있는 학문인 것도 같은데요. 생물학과 IT와의 접점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또한 IT평론가로의 진로를 결정하시게 된 특별한 까닭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저는 21세기가 생물학의 시대, 다양한 의미로 '바이오'의 시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20세기에 졸업한다는 것은 잠시 잊었었지요. (웃음)

생물학은 아마도 IT가 걸었던 퍼스널, 그리고 스마트의 접두사를 머지않아 가져가게 될지도 모르지요. 마치 퍼스널 컴퓨터가 등장하던 80년대처럼, 생물을 조작하고 나아가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이미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데스크탑 DNA 시퀀싱 장비가 생긴 것처럼요. 요즘 3D 프린터가 손에 잡히는 물건을 개인이 만들어내게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머지않은 장래에 생체를 프린트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지요. 글꼴을 바꾸듯 피부를 바꿔가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실 생명체도 유전자라는 코드를 통해 프로그래밍되었는데요, 생명이란 지구라는 플랫폼 위의 앱이라 볼 수 있지요. 두 학문의 연관성은 상당히 깊어요. 실제로 후발 학문인 전산학에는 생물학에서 차용된 용어도 꽤 많습니다. Polymorphism이라던가 Inheritance라던가…….


QIT로 진로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IT라고 해도 그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책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만, 현실계의 IT와 이상계, 환상계의 그것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같이 밤을 샌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물도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예술보다 더 예술가의 마음을 요구할 수도 있고, 금융보다도 더 분석가의 자질을 키울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고요. IT는 이와 같이 천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미 IT가 우리 인간 사회 모든 구석구석의 하부에 깔리는 장판과도 같은 층위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 만큼, 이 하부구조를 만들거나 다루거나 심지어 해체하는 일에 청춘을 걸어보는 것,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Q나아가, IT 산업의 고용 환경에서 개선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한국의 IT라 하면 3D라 일컬어지면서 때로는 기피업종이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IT가 어떤 의미에서는 미래를 이미 걷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글로벌한 경기 압박을 직접 받고, 따라서 치열한 경쟁의 규모도 세계적입니다. 평생직장과 같은 태평성대는 어디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근속년수도 짧고 회전도 빠릅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정도면 IT뿐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업종이 이와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IT는 그때쯤이면 이미 여러 방식으로 적응해 있겠지요. 이렇게 잔인해 보이는 고용환경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공과이기도 한데요, 생각해보면 컴퓨터처럼 저렴하고 또 평등한 생산도구는 없습니다. 이제는 저개발국가에서도 거의 누구나가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3세계 어딘가에서 이 컴퓨터로 꿈꾸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고도성장기를 구가했던 우리가 쥐고 있던 기득권은 흔들리는 것이지요.

IT란 늘 기존 질서를 흔듭니다. 그러나 거꾸로 IT덕에 기득권이 온존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IT의 입장에서는 부조리입니다. 한국의 현실계 IT 중 일부는 한국 특유의 부조리가 대표적으로 두드러진 분야이기도 한데, 재벌 SI 회사들의 다단계 하도급이 일례라고 할 수 있지요. 질서를 새로 만들어야 할 IT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고, 왜곡된 한국 고용 환경의 모델 케이스라는 면에서 씁쓸합니다. 쇠퇴분야를 자극해 성장분야로 이행하게 하는 IT의 힘이, 구질서를 유지하는 데 소모되고, 그 과정에서 종사자가 스스로를 3D라 생각하게 되었다면 이는 어딘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QIT 전문가로서 전자책과 출판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번 상상해봐주세요.

A아마존 킨들은 과히 충격적입니다. 인쇄와 배송이라는 출판 과정 중 고비용 단계가 배제된 채, 심지어 작가가 독자와 직접 만나게 되면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 증명되었지요. 작가 입장에서는 고액의 인세를, 독자 입장에서는 더 편하고 더 저렴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인세 70퍼센트라고 하면, 집필로 생활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특히 한국과 같이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아마존과 같은 지배적 사업자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곳에서는 그 충격을 전혀 느끼기가 힘듭니다. 그 빈자리를 국내의 여러 사업자들이 노리고 있습니다만, 아마존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닭과 달걀의 딜레마처럼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사업자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게 되었습니다.

전자책의 선진국에서의 외국에서의 성공은, 이는 IT가 늘 알려준 교훈, 그러니까 중간자는 언젠가 배제된다는 점을 다시금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출판사는 어떻게 될까요? 출판사가 지닌 주요기능 중 하나인 인쇄와 유통은 머지않아 큰 변화를 겪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위기일까요? 글쎄요…….

출판사의 역할은 마치 연예기획사처럼 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이센스 관리업 이상의 기획력으로 더 커질 수 있지요. 작가도 인세 70퍼센트를 스스로 가져가는 것보다 더 큰 기획력으로 파이를 키워 나눠 가지는 편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누가 진짜 작가인지 선별해주는 역할은 더없이 중요할 수 있으니까요. 마치 가문의 문양처럼 말입니다.


Q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다른 일상적인 에세이나 칼럼과 마찬가지로 제 글들에는 어떤 풍경과 그 풍경 속의 등장인물이 겪었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재미는 그 과정을 되짚어보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IT 용어들이 난무하는 스마트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감정이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도 최대한 풀어서 그 풍경이 주는 느낌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한 만큼, 에세이나 칼럼을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읽는 맛을 아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에세이 읽고 싶은 계절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