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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인디고 바칼로레아1 ― 삶을 위한 질문과 토론』을 펴낸 인디고 서원 이윤영 실장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실장님. 이번에 인디고 서원에서 ‘인디고 바칼로레아(IB, Indigo Baccalaureate) 시리즈 첫권 『인디고 바칼로레아1―삶을 위한 질문과 토론』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국제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소개하는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이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우연하게도 이니셜이 같습니다.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의 내용에 대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공부하며 일하는 이윤영이라고 합니다. 인디고 서원에서는 매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질문하며 토론하는 인문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수업의 방법과 지향점이 국제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국제바칼로레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과 소통하는 능력이 삶을 위한 본질적인 공부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국제자격제도인 IB가 조금씩 주목받고 있는 지금, 20여 년 전부터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해온 질문과 토론을 책으로 정리하면 보다 많은 분께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이고, 이번 『인디고 바칼로레아1―삶을 위한 질문과 토론』은 작년 한 해 동안 나눈 이야기 중 가장 중요하게 나눈 이야기들을 선별한 것입니다.


Q. 인디고 서원은 지난 20여 년 간 청소년들과 함께 삶을 위한 책읽기와 토론 수업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어쩌면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는 그때부터 작은 씨앗으로 자리를 잡아온 느낌이 드는데요.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지점은 어디이고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인디고 인문학 수업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적인 삶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2020년 초,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시점에 펴낸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의 목차이기도 했듯,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고, ’공부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며, ’공부는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단순히 입시를 위한 도구이거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해야 할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제도가 도입되고 입시 방법이 약간 변동된다고 해서 우리가 직면한 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문에도 썼듯이,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참된 공부를 향한 하나의 질문이 되길 바랍니다. 그 질문들이 꿈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줄 것이고,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찾도록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Q. 오랜 시간 청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다양한 질문과 토론을 해오고 계신데요. 청소년들의 독서하는 태도라든가 문해력, 세상을 보는 시선 등의 면에서 어떤 변화들이 포착되시는지요? 또한 관심과 주의력을 빼앗는 매체가 많아진 요즘 시대에 ‘책’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청소년들의 독서 태도, 문해력,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대 전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깊게 생각하고 사려 깊게 들여다보는 것 대신, 단편적이고 즉각적인 것에 반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고, 그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주의 깊게 살피는 힘입니다. 그러한 삶의 소중한 과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인간이 되길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심심한 사과’라는 이슈로 문해력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심심하다’라는 뜻을 모르는 사람들의 문제라며, 그들의 무식함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단어의 뜻을 잘 몰라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문제로 귀결되는 듯 보였지요. 하지만 저는 그 사건에서 심심하다는 뜻을 오해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욕한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세가 문해력의 진짜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더 많은 단어를 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어떤 사람을, 어떤 상황을, 어떤 문제를, 어떤 사건을 이해해보고자 의지를 갖지 않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평가하고 단정짓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읽는다는 것은 의지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어보고자 하는 의지 말이지요. 책은 읽는 것 중에서 가장 높은 집중력과 상상력을 요청하는 매체입니다. 오직 활자로 된 것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 사유해야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읽기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훌륭한 인류의 발명품입니다. 그래서 책읽기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Q.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 첫권은 ‘삶을 위한 질문과 토론’이 주제였습니다. 다음 권들은 어떤 주제들로 엮을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A. 앞선 질문에 이미 말씀을 드리게 되었는데, 다음 주제는 ‘읽다, 새로운 세계를 열다’로 질문과 토론들을 엮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읽어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고, 읽는 행위를 통해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논의를 담고자 합니다.


Q. 『삶을 위한 질문과 토론』은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6개 분야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다양한 답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문학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나에게도 전쟁을 막을 책임이 있는가?’ 등의 여러 질문들을 보면서, 요즘 시대야말로 질문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을 잘 할 수 있는 힘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조언해주신다면요?


A. 질문을 잘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알고 싶은 마음, 바꾸고 싶은 마음, 더 좋은 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질문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은 정해진 정답이 있고 그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질문을 할 기회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질문도 정답 찾듯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을 잘하는 방법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 혹은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궁금한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질문을 하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생각하고, 토론한다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끊임없이 생겨날 것입니다.



Q.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온/오프라인 학생 대상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교사·학부모 대상 연수 부분에 대해 좀더 상세히 들려주시면 프로그램 신청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과 토론을 책에 담았습니다. 책을 읽고 더 많은 질문을 나누고 싶은 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함께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가 생겼다면 연락주신다면 언제라도, 어디든지 달려가고자 합니다.


혹은 학교, 도서관, 마을공동체 등 기관에서 토론(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 책에 소개된 내용을 좀 더 다양한 콘텐츠(영상, 사진, 영화, 음악 등)으로 만나고 싶은 분들께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요청주셔도 좋습니다. 소정의 강의비는 받습니다. 저희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인문학 콘텐츠를 개발해 더 많은 분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국 곳곳의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가진 분들께서 많이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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