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인증샷 바깥의 공간』을 펴낸 문형근 저자 인터뷰



Q. 처음 만나시는 궁리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인증샷 바깥의 공간』을 쓴 공간가 문형근입니다!


Q. 프로필을 보니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가로, 또 토털 디자인 서비스 회사에서 디렉터로 있으시네요. 디자인 서비스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궁금합니다.

A. 토털 디자인 서비스는 땅의 매입 검토부터 시작해 공간을 설계하고 어떤 브랜드가 어떻게 들어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보통은 땅 매입 검토, 건축물 설계, 기획, 인테리어를 각각 다른 회사에서 진행합니다. 그래서 각 분야 간 협업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퀄리티가 낮은 공간이 나오게 되지요.


제가 디렉팅하고 있는 곳(제네스)은 저를 비롯해 네 명 모두 공간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자의 강점으로 공간을 기획함과 동시에 브랜딩과 마케팅까지 한 번에 끝내는 회사예요. 네 사람이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어, 처음부터 잘 기획되고 완성도가 높은 공간이 나옵니다.

Q. 이 책 『인증샷 바깥의 공간』은 7년 넘게 인스타그램에 소개해오신 좋은 공간들을 추려 모았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좋은 공간을 널리 이롭게’라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에게 공간을 알리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오래전의 일입니다.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이었어요. 저녁 점호를 마치면 가장 가까운 동기와 종종 통화를 했어요. 그 친구는 당시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할 때여서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종종 들려줬는데요. 그때 들었던 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좋은 공간을 널리 이롭게’라는 지금의 콘텐츠를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게 되었고요.


그 친구가 들려줬던 내용은 한 클라이언트가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건물’을 지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걸 듣는데 너무나 화가 나더라고요. 당시 저는 저학년이긴 했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공간을 단순히 재화의 가치로만 보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배웠던 공간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어요. 한 달 정도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그렇게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그 사람이) 몰라서 그런 거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공간의 가치를 알리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필드에서 일하게 될 때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공간을 요구하길 바랐고요.


SNS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니 효과적으로 공간의 가치를 알리고 소통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공간을 소개하면서 한 번에 이해되는 직관적인 문장이 필요해 ‘#좋은_공간을_널리_이롭게’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Q. 공간을 소개하는 데 인스타그램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세상에 저마다의 가치를 가진 공간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리기 좋은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피드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내고, 그 이미지가 주는 분위기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쉽게 읽어볼 수 있어요. 게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아보기에도 편하고요.


한국에서 ‘건축’은 아직 잘 모르는 분야이고 관심도도 낮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려면 대중이 지금 어떤 것들을 원하는지 알아야 했어요. 이런 매체의 특성을 제가 잘 이해하고 따르면 동시에 장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한 공간을 좀 더 사실적이고 공감각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영상매체로 넘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주어진 일을 하는 데에도 하루가 부족하기 때문에 도전을 못 하고 있네요.

Q. 처음 소개에서도 그렇고, 스스로 건축가가 아닌 ‘공간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책에도 모두 공간가로 표현하셨고요. 건축가나 건축디자이너가 아닌 공간가라니, 아직은 생소한 단어인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이 생각을 하시게 된 건가요?


A. 학부 시절 ‘건축’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쌓을 건(建)’, ‘올릴 축(築)’으로 이루어진 단어였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고 있던 것은 결과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결과물이 ‘건물’이라는 눈으로 보이는 형태로 나올 뿐 실은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땅 위에, 혹은 사회나 사건 속에 쏟아내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요.


다시 말해 우리는 어딘가의 ‘빈 사이(空間)’를 고민하는 사람들인데, ‘건축’이라는 단어는 결과물을 뜻할 뿐 과정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그 일을 나타내는 단어의 뜻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저라도 스스로 ‘공간가’라고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사진을 정말 잘 찍으시는데요. 장비가 따로 있으신가요? 또 공간과 건축물을 잘 찍는 비법이 따로 있을까요?

A. 보통 사진은 [아이폰 13 프로 맥스] 기본 카메라로 찍고, [모바일용 어도비 라이트룸 CC]로 색이나 밝기 보정을 살짝 합니다. 방문한 공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하는 부분을 위주로 촬영하고요. 어쩌면 사진과 글의 내용이 부합하면서 잘 찍는 것처럼 보아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공간이나 건축물 사진을 찍을 때, 그곳이 사용자에게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를 알려고 하면 사진을 조금 더 잘 찍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 글을 쓰시고 있어요. 특히 하루 하루 여행지를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 ‘데이트립’에 오랫동안 공간을 추천하시고 있고요. 바쁜 스케줄 속에 글을 쓰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A. 기본적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사실 잠을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 저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Q. 좋아하는 공간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우선 제가 9살부터 좋아했던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있고요. 책에 나오기도 하는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와 루이스 칸(Louis I. Kahn)을 비롯해 미스 반 더 로에(Mies van der Rohe), 마리오 보타(Mario Botta),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등을 좋아합니다.


Q. 만약 독자가 이 책에 소개된 공간을 직접 방문했는데, 큰 감흥을 얻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바라시나요?


A. 제가 소개하는 공간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취향을 저격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에 자신의 취향에 맞아 보인다면 좀 더 알고 싶은 게 독자들의 마음 같아요. 저는 단지 읽는 이들을 위해 모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쓸 뿐입니다.


사실 이 책은 책 속 공간 하나하나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동시에 공간이라는 것을 읽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입니다. ‘공간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는 책이에요. 제가 소개한 공간을 방문했을 때 큰 감흥을 얻지 못할 수도 있어요. 공간을 경험하는 데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럴 때는 ‘이런 곳은 내 취향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거를 타선이 하나 늘수록 좋은 타선을 잘 고를 수 있지 않을까요?


Q. 앞으로 집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사실은 제가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삶을 살았던 터라,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조금 쓴 상황인데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또 ‘일상에서 마주하는 물건을 인간보다 크게 만들어 공간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와 같은 주제로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싶기도 하고요. 이 책 『인증샷 바깥의 공간』과 같이 공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글도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