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자연의 예술가들』을 우리말로 옮긴 정해원, 이혜원 인터뷰


Q∥ 독자 여러분께 자기 소개와 첫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정해원 (정):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에서 생물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해원입니다. 번역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독자 여러분과의 만남이 더더욱 설레고 기쁩니다.

이혜원 (이): 저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마찬가지로 미국 텍사스에서 수사학과 역사학을 공부 중인 이혜원입니다. 인터뷰라니, 서면이라지만 떨리는데요? 독자 여러분 모두 정말 반갑습니다.


Q∥  『자연의 예술가들』을 어떻게 번역, 소개하게 되셨는지요? 더불어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  이: 저는 번역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한국에 있을 때부터 늘 해외 신간을 인터넷으로 살피는 게 습관이었어요. 미국으로 이주한 후로는 주말마다 서점에 나가 신간 코너 주변을 서성이는 게 일이고요. 원래는 제가 관심 있는 역사나 예술 관련 신간만 주로 확인하는데, 어느 날 문득 남편과 함께 번역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교양 과학 서적으로까지 관심 분야를 넓히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인문학과 과학이 흥미로운 접점을 이루는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

정: 아내가 처음 번역을 같이 해볼 생각이 있냐고 제의했을 때는 그냥 한 번 해보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책을 들고 와서는 같이 읽고 번역을 시작해보자고 해서 사실 많이 당황했습니다. 박사 과정 학생은 바쁘다고요! 그런데 책을 펼쳐서 읽어보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책인지. 처음에는 익숙한 주류 생물학의 논리를 마구 헤집고 다니며 저자가 늘어놓는 온갖 기상천외한 이야기에 반발심부터 느껴졌지만, 차근차근 읽다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비록 지금도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화 과정에서 생명체가 아름다움도 추구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책은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에서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 신경과학자 세미르 제키까지 미학과 예술, 과학 등 다방면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나 대목을 소개해주신다면요?

A∥ 이: 저는 헤켈이라는 인물과 그가 남긴 수많은 아름다운 삽화들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저자의 평가처럼 과학과 예술 모두에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있는 인물이 결국은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서 그릇된 판단을 내리고 마는, 너무도 인간적인 이야기가 참 흥미진진하게 느껴졌거든요. 사실, 그런 배경 이야기가 없더라도 헤켈의 삽화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인상적이지요. 어떤 사물의 특징을 알아보는 데에는 그 사물의 사진보다 그 사물의 특징을 예술가의 눈으로 포착, 해석해서 표현한 그림이 더 유리하다는 저자의 분석도 정말 탁월했고요.

정: 저는 그림 그리는 코끼리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에 나온 다른 생물들은 자연을 이용해서 아름다움을 표시하는 데 반해 코끼리는 인간의 도구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이 전문 예술가들이 인정할 만한 예술적 가치를 가졌으니까요. 물론 인간에게 훈련을 받은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 과연 코끼리의 예술적 본능의 발현인지 아니면 그냥 훈련의 결과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지만요. 인간에게 인정받은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코끼리에게 보여주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Q∥  저자 데이비드 로텐버그의 이력이 참 독특합니다. 클라리넷을 들고 매미, 고래, 새들과 즉흥연주를 하는 분이라니요! 저자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 독자분들께 저자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지요?

A∥ 정: 저자는 하버드 재학 시절부터 이미 음악과 커뮤니케이션학을 동시에 공부하면서 그 두 분야의 융합을 꿈꿔왔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전문 연주자로 재즈를 연주하면서 각종 동물들의 녹음된 소리에 흥미를 가졌고, 『자연의 예술가들』과 그의 다른 저서에 언급된 것처럼 실제로 동물들과 같이 음악을 연주해서 녹음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그를 “이종간의 음악가”라고 부른다고도 하네요. 이제 그의 책을 읽어봤으니 그의 음악도 언젠가 한번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의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데이비드 로텐버그 _BBC 영상

Q ∥  이 책의 번역은 두 분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번역하면서 신경 쓰셨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으셨는지요? 두 분이 작업을 하며 수많은 논의와 의견 교환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A ∥  이: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인 로텐버그는 이른바 “천재형”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독자들에게 그다지 친절한 작가는 아닙니다. 자기만의 수수께끼 같은 비유가 많아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애도 많이 먹었고요. 정: 책 자체가 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서 여러 문장이 의문문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의문문 형태 너머에 숨겨진 저자의 진의를 두고 특히 둘 사이에 해석이 갈릴 때가 많았어요. “독자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지요?”인지 “독자 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인지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지요?”인지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라는 고백인 것인지 모호할 때가 정말 많았거든요. 이: 참, 그러고 보니 번역하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본문에서 저자는 뒤샹의 <샘>을 언급하면서 그 작품을 “tilted(기울어져 있는)”이라는 말로 계속 묘사를 하는데요. 미술사 책 등에서 <샘>을 본 적이 있었지만, 저로서는 아무리 그 작품을 봐도 왜 작가가 그 작품을 “기울어져 있다”고 묘사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계속 고민해 봐도 도대체 이 표현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혹시 <샘>을 전시할 때는 기울여서 전시하는 관례라도 있는지 찾아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남성 화장실의 소변기가 원래 어떤 방향으로 설치되는지를 설명해주고 나서야 기울어져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어요. 제가 남성 소변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렴풋이 본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실제로 써본 적이 없다 보니 생긴 일이었지요. 한참을 같이 웃었답니다. Q ∥  평소에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더불어, 이 책과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  정: 이 책을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 책은 『자연의 예술가들』과는 다르게 예술과 과학이 아닌 전체 학문간의 통합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서로 다른 분야간의 통합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통섭』에서도 정답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통합이 왜 필요한 것이며 어떠한 것이 올바른 통합인지에 대한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추천으로 이 책을 번역하며 같이 읽었던 아서 단토의 『일상적인 것의 변용』 또한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좋은 벗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요즘 미국에서는 문학fiction과 비문학non-fiction의 경계를 거부하는 “문학적 비문학” 혹은 “창의적 비문학creative non-fiction”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저 또한 이 장르만이 가진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보통 비문학은 앎의 재미를 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딱딱하고 논문에 가까운 엄정한 형식을 갖추다 보니 읽을거리로서의 재미는 문학만 못할 때가 많은데요, 최근에는 문학처럼 매력적으로 읽히는 비문학, 그러면서도 비문학만의 장점도 놓치지 않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최근에 제가 읽은 책 중에서는 메리 가브리엘Mary Gabriel이 쓴 『사랑과 자본Love and Capital』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Q ∥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이: 지적 호기심이 넘치시는 분들, 다윈처럼 공작 꼬리의 아름다움 앞에서 (머리가 지끈거리기까지는 않더라도) 그저 감탄만 하고 싶지는 않은 분들, 그러나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즐길 줄도 아는 분들, 그런 분들이라면 분명히 이 책만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정: 과학과 예술은 얼핏 서로 무관한 분야처럼 보이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훌륭한 과학자들 중에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훌륭한 화학자인 보로딘은 또한 작곡가로서도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이처럼 과학과 예술 모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