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할미의 숲마실』을 펴낸 전명옥 작가 인터뷰



Q. 『할미의 숲마실』이라는 따뜻하고 귀여운 제목의 책을 통해 독자들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구상했던 때가 떠오르시는지요? ‘숲놀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몇 년 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지역 유치원 교사들에게 숲놀이 연수를 했었어요. 그때 교사들이 아이들과 쉽게 할 수 있는 숲놀이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달라는 얘기를 듣고 힌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손녀들과 가까이 살면서 자주 숲놀이를 다녀오고 사진들을 비롯한 자료가 모여 본격적으로 출판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자연을 자주 찾아가 놀 때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게임과 TV에 빠진 아이들을 보며 늘 안타까웠습니다. 마침 유치원 가까이에 숲과 공원이 있어 저희 유치원이 하고자 하는 교육에 접목하고자 더욱 숲놀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가까이 하며 살아왔고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신 것, 또 유치원을 설립해 36년간 한자리에서 운영해온 이야기 등 『할미의 숲마실』에는 그동안 저자가 살아온 경험과 연륜이 모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한데 모은 155가지 놀이는 어떤 기준으로 정리하신 건지요?


A. 기존에 나와 있는 숲놀이 책 중에는 이론서나 숲선생님들을 위한 해설서가 많습니다. 자녀와 숲놀이를 하고 싶은 학부모님이나 양육을 돕는 조부모님, 또 늘 일이 많은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을 위해 구하기 쉽고 위험하지 않은 자연물, 아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재료로 하는 놀이를 모았습니다. 놀이를 사계절로 나누고 다시 놀잇감으로 쓰는 부분 즉 나뭇가지, 나뭇잎, 꽃, 열매로 나누어 어느 때에 어떤 식물의 어느 부분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을지 정리하였습니다.

Q.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숲놀이’를 수업에 접목하고자 10여 년 전 황경택생태놀이연구소에서 공부도 하고 정모지기 스태프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숲놀이가 작가 자신에게도 다양한 큰 변화를 주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A. 10여 년 전 처음 숲놀이를 접했을 때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니 자세히 보게 되고 무심히 지나치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자연을 볼 때 무슨 놀이를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합니다. 새롭게 생각한 숲놀이를 아이들이 좋아하고 나아가 덧붙여 노는 것을 보면서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Q. 10년간 유치원 원아들과 숲놀이 수업을 진행해왔고, 또 4년 전부터는 두 손녀와도 주말마다 ‘할미의 숲마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두 손녀가 모델로도 등장하는데요. 손녀들과 숲마실을 갔을 때 인상 깊었던 기억이 떠오르신다면 몇 가지 들려주세요.

A. 2020년 여름, 숲놀이를 하다 잠시 쉬고 있을 때 작은손녀가 나뭇가지 2개로 바이올린 연주 모습과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흉내를 내더라고요. 언젠가 했던 나뭇가지로 하는 마임 놀이를 떠올리며 표현했나봐요. 전에 했던 놀이에 덧붙여 노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2021년 겨울, 영하 12도가 넘는 날 근처 호수 둘레길을 걸었어요. 출발 전 집에서 『뷰티풀』이란 그림책을 읽고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것‘ 다섯 가지 이상 찾기 미션을 주었습니다. 강추위도 잊고 찬찬히 살피며 아름다운 것 찾기에 집중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집근처에 작은 폭포와 계곡이 있어 사계절 자주 가는데 중간중간 놀이하는 장소에 손녀들이 이름을 붙여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 박물관‘, ’컬링장‘, ’피자 화덕‘, ’흔들리는 투호 놀이터‘ 이렇게요. 전에 했던 놀이와 계절이 주는 각기 다른 자연물로 잘 놀고 새로운 놀이도 개발 합니다. 저는 ’와 재밌는데!‘라고 추임새를 넣어 주기만 합니다.


숲에 있는 자연물로 구성도 잘 하고 자연물에 담긴 모양도 잘 찾아냅니다. 작년 여름 손가락 길이의 작은 나뭇가지를 주워서 ’오리‘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딱 봐도 오리처럼 보여 정말 잘 찾았다고 칭찬했어요. 손에 꼭 쥐고 집에 가서 자랑하고 잘 둔다고 한 것이 없어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답니다. 쓰레기통을 다 뒤져서 겨우 찾았답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아이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하찮은 것으로 보여도 함께 귀하게 대해주시는 것에서 아이들은 격려를 받는답니다.

Q. 숲놀이는 마냥 즐겁고 재미난 활동으로 생각되지만, 가끔 위험하고 힘든 상황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숲놀이를 하기 전에 준비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면요.


A. 제가 7~8년 전 유치원 아이들과 자주 가던 숲은 인적이 드물고 사람 손이 많이 가지 않은 좀 거친 느낌의 숲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정글 같다고 좋아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리된 숲에 비하면 좀 위험한 면이 있었죠. 그래서 그런 곳에 갈 때는 꼭 사전 답사를 가서 위험한 요소들이 있나 확인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산책로에 풀이나 우거진 관목들을 다듬어서 편안하게 지나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오래된 칡줄기로 타잔 놀이도 했는데 제가 매달려 보고 안전을 확인한 다음 아이들이 타도록 했습니다. 비상약품을 비롯한 기본 준비물을 잘 챙기고, 아이들에게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 이상은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항상 아이들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Q. 이 책에 등장하는 155가지 숲놀이 중 선생님이 창의적으로 고안해낸 놀이들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으시는지요?

A. 제가 고안한 것 중 이미 숲해설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놀이 중 하나는 산철쭉꽃과 민들레꽃을 합체하는 것입니다. 오래전 한 아이가 나뭇가지에 떨어진 철쭉꽃을 꼽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철쭉꽃이 찢어지지 않고 꼽히는 잔가지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저는 민들레 꽃대에 다양한 크기의 철쭉꽃을 합체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또 하나는 감꼭지로 하는 놀이입니다. 어릴 때 감꽃 목걸이는 만들어봤지만 감꼭지의 유용성은 숲놀이를 하면서 하나씩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30년 넘게 꽃꽂이를 해온 경험으로 감꼭지를 부케 받침을 삼아 만들어보니 딱이더라고요. 어른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아이디어는 놀잇감이 될 만한 자연물이 보이면 어떻게 쓸까 궁리해보고, 손녀들이 노는 모습에서 얻기도 합니다. 큰 축대 돌에서 무늬나 동물 찾기는 해온 지 오래된 것인데 우연히 제가 하나 발견하고 아이들과 나눴는데 그곳을 지날 때 아이들도 하나 둘씩 더 찾아내더라구요. 그 후 『걷다보면』이란 그림책에 비슷한 내용이 나와서 저도 흐뭇했답니다.


Q. 코로나 팬데믹 상황도 점점 나아지고 날씨도 따뜻해져서 가족이 나들이를 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이와 숲마실을 하고자 하는 부모가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A. 코로나로 그동안 못 다녔다고 멀리 가기보다는 가깝고 자연 환경이 좋은 곳, 인위적이지 않은 곳을 찾아가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와 함께 자연으로 나가면서 태블릿이나 장난감은 집에 두고 자연에서 구한 나뭇가지, 풀, 돌멩이, 열매 등으로 놀아봅니다. 아이만 놀게 하지 말고,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게 하되 부모님도 놀이에 함께 해주세요. 놀고 난 자리는 아이와 함께 깨끗하게 치워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