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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해볼 만한 수학』을 펴낸 이창후 저자 인터뷰



Q. 독자분들께 첫 인사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파깨비’라는 별명도 가지고 계신데요.


A. 안녕하세요? 이창후입니다. 어릴 때 파란색 옷만 입는다고 ‘파깨비’라고 불렸습니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구요, 전공은 철학입니다. 박사과정에서 수리논리학을 전공하면서 수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석사 때까지는 윤리학을 전공해서 윤리학과 철학사를 주제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책을 쓰거나 유튜브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Q. 철학 전공자가 되어 수학을 다시 공부하게 되셨습니다. 그 이야기가 더 듣고 싶습니다.


A. 제가 서양철학 전공인데, 원래 서양철학은 수학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리논리학은 수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을 정도이지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계기는 정치학 연구 때문입니다. 정치학을 경제학 수준의 과학적 모델로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면서 수학을 다양하게 공부하고 응용해야 했습니다. 거대한 수학 응용 문제를 풀었다고나 할까요. 요약하자면, 다양한 연구와 사고 실험에 수학을 활용하면서 수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지요.


Q. 유튜브 채널 ‘파깨비TV’의 주제가 ‘철학’, ‘수학’, ‘글쓰기’입니다. 어떻게 이 주제들로 채널을 운영하게 되셨나요?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나 매력이 있을까요?


A. ‘파깨비TV’ 채널의 핵심은 ‘생각하는 힘’입니다. 철학 공부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기대할 만한 성과가 아마도 깊이 있는 사고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에서는 체계적이고 명료한 사고력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글쓰기는 수학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인간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할 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우리가 공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해요. 특히 정보가 넘쳐나고 기술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 생각하는 힘은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Q. 『해볼 만한 수학』은 구성이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의 차례와 같지만, 분량은 가볍습니다. 이 책은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A. 이 책은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에서, 이 정도라도 이해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내용들을 묶은 것입니다. 고교 수학 내용을 이해시키자면 정말 설명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긴 설명을 읽을 여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몇 꼭지들을 단편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야 쉽게 읽히니까요. 정말 쉽고 간단한 것들, 그리고 기본적인 내용들을 골라서 쓴 책이지요.


Q.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주제로 강연자로도 서시는데요. 학생들을 만나면서 특히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수학 강연을 할 때 저는 학생들이 수학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주로 수학적 사고력과 수학의 힘을 강조해서 설명하는 편입니다. 수학적 사고력은 수학 자체의 매력으로 이어지고 수학의 힘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으로 이어지죠. 저도 그랬지만 학생 때 공부 과정에서 이런 수학의 매력을 느낄 틈은 거의 없거든요. 어렵고 힘든 수학 공부가 사실은 우리가 원하는 ‘그것’이라고 느낀다면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수학의 여러 영역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저는 수학의 특정 분야보다는 여러 영역에 두루 관심이 많습니다. 제 관심사가 수학의 어려운 내용을 오래 이해해서 쉽게 설명하는 데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증명을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또 대수학에서의 갈루아 이론을 쉽게 이해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을 수학화하는 데에 응용하기 위해서 벡터해석학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 ‘재미론’과 ‘유머’에 대해서도 오래 연구해오셨습니다. 수학/과학/철학의 유머 중에서 지금 순간 생각나는 말이 있다면요?


A. 가장 철학적인 유머가 생각납니다.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는가? 그놈의 삼단논법 때문이지.”


이 유머를 이해하려면 철학과에서 공부를 하며 삼단논법의 간단한 예를 자주 들어야 한답니다. 즉 철학 전공자들만이 이 유머를 듣고 웃을 수 있지요.

그동안 수학 유머들도 많이 수집해왔는데요, 이 유머들은 앞으로 수학을 설명할 때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나는 수학 유머도 하나 있네요.


“수학 선생님이 지켜야 할 황금률 : 당신이 아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말라.”


Q. 끝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수학을 학교에서 너무 강압적으로 배웁니다. 이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게 되지요. 하지만 수학을 그렇게 강요하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매우 고급 지식이 있습니다. 수학을 배워서 시험을 치자마자 갖다 버리기보다는, 힘들게 공부한 고급 지식을 활용한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자 그 대답을 금방 찾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천천히 기다리면서 그 답을 찾는다면, 그래서 수학의 고급 지식을 각자의 삶에서 활용하게 된다면 정말 우리의 공부가 스스로에게 축복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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