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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소정 번역가 인터뷰


Q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을 번역한 김소정이라고 합니다. 책을 깊고 꼼꼼하게 읽고 싶어서 시작한 독서 모임에 푹 빠져서 독서회 세 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고 얼떨결에 이제 곧 시작할 자서전 쓰기 모임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마다 엉망으로 어질러진 집을 보면서 한숨 한 번 쉬고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작업실로 뛰어가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Q이번에 나온 『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은 이 책을 편집하고 정리한 닉 배티와 마크 펠로우스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 생물학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50가지 개념을 소개한 책입니다. 생물학 지식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저자들의 말처럼 30초면 한 개념을 다 읽을 수도 있고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침대 옆이나 화장실에 두고 심심할 때마다 읽어보면 좋은 책일 듯합니다(침실과 화장실에 어울리는 책은 소설책만이 아닙니다. 정말로 생물학 책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Q본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세요.

A∥각 장마다 나오는 인물 소개가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린 마굴리스는 전기를 찾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들의 입장이 많이는 아니라고 해도 산업계에 조금은 친화적이라는 사실도 재미있었습니다. 저에게 『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을 번역하는 과정은 전통적인 생물학 내용은 상당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면서도 현재 논란이 있는 내용들은 조금 더 실용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독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줄거리가 있다거나 내용이 이어지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여러 명이라 문체를 파악하기도 쉽지는 않았습니다(번역 글에 저자의 문체를 고민하는 과정이 크게 문제가 되는가는 또 고민해봐야겠지만요). 정보를 간략하게 전하는 글이라 너무 딱딱해지지는 않게 번역하려고 노력했지만 노력이 꼭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민망합니다.



Q이 책의 큰 주제는 생물학입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어떻게 생물학을 전공하게 되셨나요? 선생님께 생물과 생명과학은 어떤 의미인가요?

A∥생물은 초등학교(물론 저는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만)에서 처음 배운 순간부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4학년 때 환형동물을 공부한다고 지렁이를 잡아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온 산을 뛰어다니며 거의 서른 마리를 잡아간 아이는 저밖에 없었으니까요(그 뒤로 지렁이만 보면 제 잘못을 속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때는 역사학과로 진학해 서양사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 반대가 심하셨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반항 과정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이 이야기는 지금 할 수 없습니다. 너무 길어요!) 결국 역사만큼 좋아하는 생물학과에 가게 되었습니다. 생물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고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고 싶은 학문입니다. 생명과학 역시 최신 정보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스러운 학문입니다. 단지 생명과학의 연구 윤리가 좀 더 동물 복지에 걸 맞는 형식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람만을 위한 생명과학으로 발전하지는 않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Q과학이란 무엇일까요? 과학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생님의 조언을 들려주세요.

A∥알쓸신잡 예고편을 보니 김상욱 박사가 “과학도 교양”이라고 하셨더군요. 저 역시 과학도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철학, 인문학, 문학, 예술, 종교만큼이나 세상을 고민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것도 정말로 그럴듯한 추론과 함께 아주 멋지게 증명되는 증거들을 가지고서 세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을, 인문학을, 문학을, 예술을, 종교를 공부하면서 그와 관련이 있는 과학 내용은 없는지 고민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교양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과학 책도 읽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열린 마음과 알고 싶다는 호기심일 테니, 과학책도 즐겁게 한 번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 책부터 읽어나가시면 좋을 듯합니다(이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비밀인데, 곧 수학과 과학 책만 읽는 독서 모임을 열어보고 싶습니다. 함께 해주실 분 어디 없을까요??).



Q아이들 그림책부터 성인 일반독자들이 읽는 단행본까지 다양한 독자층의 과학책을 번역해오고 있습니다. 독자층에 따라 번역의 스타일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아가, 과학책 번역가를 꿈꾸는 예비 번역가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저를 좋아하는 분이 해주신 말씀이기는 하지만 제가 번역하는 아이들 과학책을 읽을 때는 평상시 제 말투가 떠오른다고 웃으신 분이 있으셨어요. 아닌 게 아니라 연령에 맞는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일반 단행본을 번역할 때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을 하려고 노력합니다(역시나 노력과 결과가 동일한 평행선을 달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울고 있는 이모콘티라도 하나 넣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함께 번역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 가운데 과학 책을 번역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이 과학 책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고민하실 때마다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과학 책은 기본 지식이 없으면 실제로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독자들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다. 일단 많은 책을 읽어서 기본 지식을 갖추고 학자가 아닌 우리 번역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을 풀어쓰는 연습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예비 번역가분들도 그 점을 고민하시면서 많이 읽고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하는 공부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Q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여전히 움베르토 에코를 가장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좋은 작가가 많아서 한두 명을 꼽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단지 독서 모임에 나가면서 철학과 문학을 계속 읽게 되기 때문에 혼자 읽는 책은 의식적으로라도 수학과 과학 관련 책으로 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고 피터 고드프리스미스의 『이론과 실재: 과학철학 입문』 같은 책을 천천히 다시 읽고 있습니다. 『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을 번역하는 동안 제가 바로 전에 번역한 『미생물군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많이 떠올렸고, 이일하 선생님의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 산책』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두 책 모두 함께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Q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어떤 분야든지 한 분야를 제대로 알려면 개념어를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념 잡는 비주얼 생물학책』는 생물학의 개념어들을 정리해 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접한 개념어를 토대로 비슷한 분야의 책을 읽어나가는 독서를 하면 현대 생물학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물학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생명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고 싶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번역을 끝내고 책이 나오면 드는 생각이지만 늘 실수하고 헤매는 사람이 계속해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고 사람들과 모여 책과 번역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회를 주신 궁리 출판사 분들(특히 변효현 편집장님, 고맙습니다!)과 제가 번역한 책을 읽어주실 독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 시원한 가을에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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