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 ┃ 건국대 의대 하지현 교수


Q ∥이번에 펴내신 책을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 ∥저는 이 책을 통해 좁게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넓게는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갈등과 고민에 대해 제 나름의 원인을 분석한 다음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에서 10년 이내 분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년병의 어려움, 선배나 상사와 잘 지내는 법,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 경험하게 되는 이직이나 창업, 프리랜서로의 전업 갈등과 같은 얘기들입니다. 학창시절에는 만나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도 만나며 더 나아가 그 앞에서 웃기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자기 마음대로 살 수만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기반으로 ‘관계와 소통’을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이 인간 왜 저래’ 하는 생각이 드는 특이한 성격의 사람들, 그러나 막상 돌아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합니다. 2부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를 풀어봅니다. 자주 접할 수 있는 관계의 갈등을 지혜롭고 마음의 내상을 덜 입고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입니다. 3부에서는 인생사의 한 흐름에서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때 뭘 고민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나름의 지침을 드리려 했습니다.



Q ∥ 우리나라 조직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성격 유형이나 의사소통 방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예를 들 수 있을까요?

A ∥사실 어느 곳에서 일을 하든 조직생활은 다 비슷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의 특성을 굳이 집어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우리 문화’가 아닐까요? ‘우리’라는 유사가족의 울타리를 만듭니다. 마치 과거에 대기업집단을 일컫는 그룹을 ‘가족’이라고 하는 광고가 있었듯이, 조직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가부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가족처럼 움직이는 ‘우리’들의 문제로 치환해서 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혈연이나 지연에 의해 판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이 꼭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해 항상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갖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면은 간과할 수 없지요.



Q ∥ 예전과 비교하여 직장인들의 갈등과 고민은 더욱 치열해지고 깊어진 것 같습니다. 이는 사회 및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일까요? 혹은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면서 생겨난 문제일까요?

A ∥수천 년 전 파피루스에도 ‘요즘 애들이란……’이란 말이 적혀 있다는 유머가 있지요. 어디서든 세대간의 갈등은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한국사회의 최근 십여 년의 변화는 이런 세대간의 갈등과 이해의 어려움을 강화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IMF 이후 외국계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었고, 한국기업들도 글로벌화되면서 많은 기업문화와 체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또 조기유학세대들이 국내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386세대들은 50대로 진입하면서 구세대가 되는 매우 독특한 문화지형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갖고 있는 386세대는 현재의 20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또 치열한 경쟁 속에 어렵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는 전세대에 비해 객관적으로 양적으로 훨씬 많은 노력을 했고 이를 위해 희생한 것이 너무나 많았는데도 상대적으로 윗사람들로부터는 저평가받고, 금전적 피드백도 적다고 여깁니다. 무엇보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윗세대가 영위할 수 있었던 성공의 과실을 향유할 기회가 원천봉쇄되었다는 박탈감과 좌절감이 크지요. 이와 같이 외부로 분출되지 못하는 에너지는 내부로 향하게 되어 조직 내 갈등과 고민은 성향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 스트레스에 의한 긴장도는 더 커졌다고 봅니다.



Q ∥휴대전화, 이메일, SNS 등의 도구들을 이용해 교류가 더 빈번해졌는데, 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걸까요?

A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은 늘어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의 끈은 이어가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누군가와 소통을 지속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도 컴퓨터를 켜는 순간, 스마트폰의 아이콘 하나를 누르면 언제든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허전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허기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의 아날로그 커뮤니케이션에는 체온이 있고 감촉이 있습니다. 시선이 마주치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의 교환이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수백 배 많은 정보를 주지만 정보과잉이라는 느낌만 받기 일쑤입니다. 그와 나의 관계를 위한 단 한 번의 만남이 더 중요하지, 그가 어제 뭘 먹었느니 어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를 아는 것은 부수적인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핵심이 결여된 주변부의 과잉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원인이 아닐까요.



Q ∥소통을 통해 관계를 잘 풀어 타인을 설득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관계의 목적일까요? 소통과 관계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소통은 관계의 수단입니다. 화술의 테크닉은 소통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소통은그것보다 훨씬 큰 담론이죠. 그리고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소통이 필요합니다. 관계는 왜 맺는 걸까요? 저는 관계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의 성장발달’입니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 무슨 성장이냐고요? 아닙니다. 인간의 신체는 자라지 않을지 몰라도, 정신세계는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관계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소통을 잘해야 하는 것이고요. 요즘은 반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술이 좋으면 남을 잘 설득해서 성공하게 된다고요. 자기계발서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몸은 회사 책상에 앉아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저멀리 어떤 이상적인 꿈을 좇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인들의 사춘기 혹은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A ∥ 지금-여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백일몽은 커집니다. 사춘기의 성장통은 정체성을 형성하기위해 꼭 필요한 통과의례입니다. 이 사회에서 내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고민해봐야 할 때가 옵니다. 이때 고민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아프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라는 꿈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한 번은 미친 척 질러보는 시도’를 해보기를 권합니다. 인생은 두 번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지르기만 하다가 인생을 무모하게 허비해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한 번도 질러보지 못하고 해야 하는 일의 의무에 짓눌려 진짜 내가 아닌 ‘이래야 할 것 같은 삶’만 살다가 가는 것은 더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Q ∥ 직업상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시는데, 정작 선생님의 고민이나 쌓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A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친구를 만나고, 좋은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고민과 스트레스의 해결은 중뿔나게 특별한 솔루션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주 평범함 속에서 예측할 수 있고, 마음의 고요와 평안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좋은 솔루션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피할 수 없다면 오늘을 즐겨라’는 말이 있지요. 서커스에서 조련사는 사자의 아가리 안에 머리를 집어넣는 쇼를 합니다. 사자라서 무섭다고 피했다면 절대 그런 퍼포먼스를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갈등은 내가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사자와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자를 죽인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번에는 치타가, 호랑이가, 표범이 당신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점의 변화입니다. 스트레스와 갈등을 길들이는 것입니다. 길들여서 내 친구로 만들어보세요. 친구까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내가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한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무섭던 사자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 새로 치타, 호랑이, 표범을 만나도 겁이 나거나 도망갈 마음만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