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공룡학자 허 민 교수 인터뷰 10문 10답


1972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룡 뼈 화석이 발견된 후, 지금까지 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ㆍ공룡 알 화석ㆍ공룡 뼈 화석이 발견되었다. 1993년 경북 의성에서 공룡 화석 산지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이 지정되면서 국가(문화재청)가 직접 공룡 화석 산지를 본격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게 되었으며, 2007년 4월 천연기념물센터가 개관하면서, 우리나라 공룡 화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ㆍ조사ㆍ수장ㆍ전시ㆍ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의 남해안 지역은 지금으로부터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는 바닷가가 아닌 거대한 호숫가였다. 이 호숫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여러 공룡들이 뛰놀며 살았던 흔적들은 이제는 ‘발자국’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다. 『한국의 공룡 화석』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 화석 산지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과 대표적인 공룡 화석 산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1억년 전, 한반도에는 과연 어떠한 공룡들이 살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허 민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전남대학교 교수와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공룡대탐험』 『잃어버린 30억년을 찾아서』 등이 있다. 



Q ∥  현재, 우리나라 공룡 연구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요? 그리고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요?

A∥ 세계적으로 볼 때 공룡에 관한 초기 연구는 18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지질학 교수인 윌리엄 버클랜드(William Buckland)는 1824년 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 골격 화석을 바탕으로 공룡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학술지에 최초로 논문을 기재했습니다. 그 후 영국의 멘텔(Gideon Mantell) 부부에 의해 이구아노돈이라는 공룡 화석이 제대로 명명되면서 공룡에 관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1860년대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Edward Drinker Cope)와 오스니엘 찰스 마시(Othniel Charles Marsh)가 일명 ‘뼈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로 앞다투어 공룡 화석을 발굴하면서 본격적인 공룡 연구가 시작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1927년 미국 자연사박물관 앤드루 관장이 이끄는 몽골고비사막 발굴팀에 의해 공룡 알이 최초로 발견되면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공룡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건, 1960년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때 유명한 공룡학자인 존 오스트롬(John Ostrom)과 로버트 바커(Robert Bakker) 등이 공룡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시기는 공룡 르네상스(Dinosaur Renaissance)라고 불릴 정도로 공룡 연구가 활발합니다. 지금은 공룡이 그저 학술 연구의 대상만이 아니라 영화 소재, 만화, 소설, 각종 예술 작품, 상품 및 각종 마스코트 등 문화적인 콘텐츠로서 매우 널리 활용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공룡 연구는 세계적으로 볼 때 그리 오랜 역사는 아닙니다. 19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 알 화석을 발견한 것을 시초로 현재까지 37년의 연구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80년도 이후 경남 고성과 1996년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 화석지가 본격적으로 발굴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50곳이 넘는 지역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지요. 이들 화석들의 발굴 성과들은 국제적인 논문으로 출간되고 세계적 새로운 신종 화석으로 인정받으면서 명실공히 한반도 공룡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일곱 차례나 국제공룡학술심포지움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였으니 짧은 시간에 실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더욱이 남해안 공룡 화석지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의 공룡 화석지가 국내외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지금도 남해안 곳곳에서는 발굴을 기다리는 공룡 화석이 도처에 있습니다.



Q 공룡 화석 발굴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발굴 현장 분위기나, 스케치를 간단히 들려주세요.

A∥ 사실, 수억년 동안 바위 속에 숨겨진 공룡 화석을 발굴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름철에는 뜨거운 태양과 싸워야 하고 겨울에는 모진 바람과 싸워야 하니까요. 경우에 따라 모기와 전쟁을 치러야 하고 바닷가에선 거친 파도와 매서운 바람과 싸워야 합니다. 봄ㆍ가을 같이 좋은 계절도 있지만 대부분 전공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일을 수행하기란 좀처럼 어렵죠. 어떤 때는 해머를 잘못 내리쳐 옆사람의 다리를 때려 병원 신세를 지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배에서 내리다가 바닷물에 빠지기도 하고요. 특히 바닷가는 밀물과 썰물의 조수차로 발굴에 애를 먹습니다. 물때를 피해 꼭두새벽에 일하기도 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항상 불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1억년 전의 감추어진 비밀을 꺼낸다는 기쁨, 새로운 논문이 완성되어 세계인들에게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때의 기쁨은 모진 고생들이 한꺼번에 녹을 만큼 큽니다.


발굴은 해머, 에어드릴, 암석절단기, 끌 등을 이용합니다. 우리나라같이 매우 단단한 암석에 숨겨 있는 공룡 화석의 발굴은 수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잘 보존되어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몽골 고비사막이나 미국 로키산맥같이 풍화에 의해 모래로 변해버려 부드러운 퇴적층 속에서 화석을 발굴하는 지역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죠.


Q 초보적인 질문인지 모르겠는데요, 발견한 화석이 공룡 화석인지 다른 화석인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죠?

A∥ 화석은 지구 45억년 지질 역사 속에서 살았던 생물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화석이 발굴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화석을 구별하려면 먼저 생물체 각각의 생김새나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공룡 화석인지, 악어 화석인지, 거북 화석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기초를 위해 지질학과에서는 고생물학, 지사학 등 기초적인 지식을 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경험에 의해 화석들은 잘 구별하는 아마추어도 있습니다. 공룡 화석에 대해 본격적인 공부를 하면 발굴되고 있는 공룡 화석이 2족 보행의 수각류 육식공룡인지, 4족 보행의 목 긴 용각류 공룡인지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연구를 하면 이 공룡이 새로운 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지요.




Q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어떤 것들을 알 수 있나요?

A∥ 공룡 발자국 화석은 공룡 뼈나 공룡 알에서 알 수 없는 공룡의 생태에 관한 정보를 줍니다. 공룡 뼈는 공룡의 생김새나 크기 등을 잘 알 수 있지만, 공룡 발자국을 통해서는 공룡이 어떻게 걸었는지,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걸음걸이는 어떠했는지, 서로 싸웠는지 함께 걸어갔는지 등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다양한 생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무리생활을 했는지 사냥을 했는지 등 당시 생활상도 알 수가 있습니다. 공룡의 크기는 발자국 길이에 의해 전체 크기가 측정되고, 공룡의 속도는 공룡 발자국의 보폭과 보행렬을 가지고 계산됩니다. 우리는 화석 산지에서 서로 줄지어 나란히 걸어간 공룡들의 보행 흔적을 보게 되며, 큰 발자국 보행렬 옆에 아기 공룡의 발자국 또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공룡의 모성애도 알 수 있습니다.



Q 지금까지 공룡 화석은 경상남도, 전라남도 중심으로 발견된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의 지형에서 유독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까닭이 있나요?

A∥ 이 지역들은 대부분 공룡시대인 중생대에 해당되는 지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는 공룡시대인 중생대 백악기층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공룡 화석이 잘 발견되는 것입니다. 이 지역 외에 전북 일부, 충청도 일부 지역, 그리고 경기도 시화호 일대 역시 중생대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룡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이 많은 곳입니다. 한반도 남해안 일대는 매우 넓은 지역에 대규모로 퇴적층이 형성되어 있어 앞으로도 무수한 공룡 화석이 발견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의 공룡 화석』에는 유독 공룡 발자국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그럴싸한 공룡 뼈 전체 골격을 볼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 공룡시대 때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수 곳에서 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때는 경상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호수였습니다. 해남ㆍ진도 일대ㆍ여수ㆍ보성 일대ㆍ진주ㆍ하동 일대 또한 호수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호숫가에는 다양한 공룡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발자국 화석을 남긴 것이지요.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들은 하나의 퇴적층을 만들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 위에 퇴적층들이 켜켜이 쌓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선 공룡 발자국이 세계 최대 규모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공룡들은 돌 많은 산 속이나 모래의 강가에서도 살았습니다. 하지만 모래나 자갈 위를 밟는 것과 뻘 위를 밟았을 때 어느 곳이 발자국이 잘 남을까요. 당연히 뻘같이 입자가 작고 응집력이 좋은 퇴적층에 발자국이 잘 남겠지요.


우리나라에서 완벽한 공룡 뼈 화석이 전혀 발굴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전남 보성에서 발굴한 공룡 뼈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조만간 세계적 신종으로 우리에게 소개될 것입니다. 또한 목 긴 용각류 부경고사우루스가 있습니다. 더구나 많은 퇴적층에서 뼈 파편이 부분적으로 발견되고 있는데요, 이건 앞으로 더욱 많은 뼈 화석이 발견될 수 있다는 좋은 신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퇴적환경상 뼈에 비해 발자국이 많이 발견됩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지형도 한몫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지역이 수풀로 덮여 있어서 화석 발견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바닷가같이 파도에 의해 자연적으로 노출된 지역에서는 육지보다는 화석 발견이 쉽습니다.



Q 공룡이 번성하던 시기를 책이나 영화에서 들어온, ‘쥐라기’로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책을 보고, 한국에서는 유독 백악기 지층에서 발자국이 많이 발견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요?

A∥ 공룡시대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누어집니다. 우리나라에는 공교롭게도 트라이아스기 퇴적층은 거의 없고 쥐라기 또한 극히 일부 지역(충청도 일부)에만 국한적으로 산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생대층은 대부분 백악기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백악기 공원’이라 부르지요. 이러한 현상은 아마 퇴적 이후 대규모의 지각 운동에 의해 지형이 바뀐 것으로 생각됩니다.




Q 한국의 공룡 화석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공룡 화석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건가요?

A∥ 한반도 공룡 화석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세계에서 가장 갯수가 많고 최대 크기의 익룡 발자국과 새 발자국, 대규모 공룡 알과 알 둥지 화석, 공룡 뼈 화석, 공룡 화석과 함께 산출되고 있는 규화목 및 식물화석, 거북ㆍ악어ㆍ어류 등의 각종 척추동물, 무척추동물 및 생흔화석들이 발굴ㆍ연구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화석들은 백악기 공룡시대를 복원하고 당시의 공룡생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이들 연구를 통해 공룡멸종과 관련된 새로운 과학적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백악기 후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용각류가 쇠퇴한 반면 한반도 일대에는 대규모로 용각류 발자국이 발견된 사실은 한반도가 몽골 고비 및 중국 일부지역과 함께 공룡시대 최후의 파라다이스였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Q 책에 실린 사진을 보고, 우리나라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고성ㆍ하동ㆍ거제ㆍ해남ㆍ보성ㆍ여수ㆍ의성ㆍ화성 등 전국의 공룡 화석 산지를 다니면서, 꼭 한 번 다시 가봐야겠다 생각한 곳이 있으신지요?

A∥ 어느 지역을 통칭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다 빼어난 절경과 함께 다양하고 희귀한 화석들을 볼 수 있는 지역들이기 때문입니다.



Q ∥ 끝으로, 이 책을 만날 독자분들께 『한국의 공룡 화석』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이 책은 공룡 연구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띠게 된 한국의 공룡 화석들을 화보와 함께 펼쳐낸 책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매우 다양하고 희귀한 1억년 전 한반도 공룡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이 한반도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지구를 알게 하는 지침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함께 작업해온 공동 집필자 여러분, 문화재청 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그리고 홍석훈 사진작가와 궁리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