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과학은 놀이다>를 쓴 과학교사 최원석 인터뷰


Q∥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학교 안에서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고, 밖에서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는 교사’, ‘유쾌한 회의주의자’, ‘과학엔터테이너’로 불리기를 희망하는 경력 19년차 교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놀 궁리만 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 동네를 헤매던 잔머리의 대가였지요. 노는 것이 좋아서 다양한 장난감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부숴가며 새롭게 조립해 놀기도 했습니다. 아마 과학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광고 회사나 장난감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나, 꿈이 방송 출연이었으니 방송국에 들락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Q∥ 이번에 펴내신 새 책 과학교사 최원석의 과학은 놀이다를 소개해주세요.

A∥ 이 책은 호모 루덴스를 위한 역사, 문화, 과학의 3박자를 갖춘 경쾌한 왈츠 모음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즐겨온 다양한 놀이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이 속에서 단순히 과학적인 원리만 찾고자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놀이 속에서 탄생한 인류문화의 흐름까지 과학적인 눈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놀이가 생존을 위한 활동과 구분되지 않았을 원시시대부터 현대문명까지 연대기 순으로 놀이와 문명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고찰해본 것이지요. 이는 숨바꼭질이나 달리기와 같이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놀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3D 영화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이나 3D 영화도 그 기원은 오랜 옛날의 놀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것은 비행기가 새를 동경해 날기를 희망했던 인간의 오랜 소망이 실현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편으로 이 책은 과학을 놀이처럼 즐겁게 공부해보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놀이가 공부와 구분되지 않듯이 원시문명에서 놀이와 문명은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회의 문화 수준이 점차로 높아지면서 놀이와 학문이 구분되게 됩니다. 과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기의 과학은 과학자들의 놀이에서 탄생했습니다. 놀이가 과학이었고, 과학이 놀이었던 셈입니다. 현대 전기문명은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놀이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패러데이는 전기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발전기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어디에 사용될지 몰랐습니다. 단지 당시에 유행했던 귀족들과 과학자의 전기놀이에서 다양한 전기현상과 전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과학을 놀이처럼 ’, ‘놀이를 과학처럼’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의 책들은 장난감 속의 과학적인 원리를 알려주거나 마술처럼 신기하고 즐거운 과학활동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가진 것이 많았습니다. 즉 과학을 놀이처럼 즐겁게 공부해보자는 취지의 책은 많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놀이를 중요한 소재로 하여 기술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제 책의 가치를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과학’과 ‘놀이’는 왠지 서로 너무 멀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학 이 ‘공부’라는 테두리에 갇혀 있어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과학과 놀이는 어떤 관계인가요? 책의 제목을 “과학은 놀이다”로 짓게 된 연유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역사문화학자 하위징아의 ‘유희의 인간(호모 루덴스)’라는 말을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 도덕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단지 교과서에 나오니 외웠을 뿐, 그것이 인간의 어떤 특성이나 본성을 나타내주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로는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보자는 것이 사회 전체의 모토였습니다. 학생들도 공부를 위해 잠시 휴식을 가질 수는 있어도 제대로 놀아보겠다고 작정하기는 어려웠답니다. <이솝우화>의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처럼 근면 성실하게 열심히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사회를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요. 하지만 놀이를 공부와 상반된 것으로 여기는 관점은 아이들을 많이 힘들게 합니다. 어릴 때 잘 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 와보니 노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를 싫어하고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과학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 때 과학자가 꿈인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과학은 자신과 상관없는 과학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해버립니다. 실험과 체험 위주의 과학에서 이해와 지식 위주의 과학으로 변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융합형 인재교육이나 STEAM과 같은 교육방법이 도입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교육사조는 지식 전달 위주의 과학교육에서 탈피하여 실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과목을 구분하여 배우지만 아이들은 접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은 이러한 구분이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과학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에게 과학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과목일 뿐 자신의 생활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계에서는 과학을 즐겁게 가르치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과학을 놀이처럼 즐겁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이 놀이가 아니라 어렵고 따분한 과목이 되어버리는 순간 아이들은 과학을 멀리하게 됩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놀이가 공부이며, 공부가 곧 놀이입니다.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수록 대부분의 과학 공부는 놀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학이 전문가 집단이나 교육받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현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과학은 과학지식뿐 아니라 지식을 얻기 위한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과학지식만 강조되는 기형적인 교육환경 내에서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즐거움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놀이 속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통해 ‘과학’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Q∥ 이 책은 특정 과학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공통과학인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생물학 그리고 수학 분야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민속놀이부터 일상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놀이, 그리고 요즘 한창 인기가 있는 스마트폰, 인터넷게임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의 놀이문화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놀이를 선별하고 구성을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소재를 선정하는 기준은 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제 나이가 ‘놀이 속의 과학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적당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팽이치기에서 시작해 거의 대부분의 전통놀이를 경험하며 자랐고, 우리나라에 디지털 기기가 상륙했을 때 가장 먼저 접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되는 전환기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와 요즘 들어 새롭게 접하게 된 놀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24가지를 선정했습니다.


과학의 각 영역에 대해서는 특별한 구분을 두지 않았지만 놀이의 특성상 생물과 관련된 내용은 다소 부족합니다. 생명 자체가 놀이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또한 놀이라는 활동 자체가 역학적인 경우가 많아 물리적 내용이 다소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기본적인 서술 방향은 영역의 구분을 두지 않고 통합적인 관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첨단 기술인 스텔스가 등장하고, 천문학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놀이를 인간의 전유물로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이 즐기는 놀이와 자연 속의 유비를 찾아 설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Q∥ 여러 해 동안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시고, 현재 경북 상모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과학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또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과학수업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요?

A∥ 다른 과목 수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이 과학을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할 때 수업하기가 힘듭니다. 특히 저 자신이 진중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러한 반응을 접할 때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고 맥이 풀려버리곤 하지요.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반응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 보상은 사탕이나 과자와 같은 먹을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과 관련된 게임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초성 게임에서 크로스퍼즐과 같은 것을 사용하기도 하고, 시간이 많으면 게임판을 만들어서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빙고 게임도 아이들이 좋아하죠. 하지만 이러한 수업 방법적인 것보다 다양한 실험과 시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교사가 진정 훌륭한 과학교사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전 아직도 많이 부족한 과학교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나아가, 한국의 과학 교육에서 개선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점이 있다면요? 과학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바에 대해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최근 고등학교에서는 융합 과학 교과서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과학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실 과학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그러한 전공으로 교사들을 양성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영역의 벽을 허물고 통합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노공학이나 로봇공학, 정보통신 공학, 생명 공학과 같이 전통적인 영역 안에서는 담당하기 힘든 학문들이 즐비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그러한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교 과학 교육이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Q∥ 선생님께서는 학창 시절 과학 공부를 어떻게 하셨나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과학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과학 공부 자체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 공부를 잘하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요?

A∥ 저는 중고등학교 때 그리 공부 잘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30년 전 교육환경은 엉뚱하고 딴생각 많이 하는 학생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으니 성적이 잘 나올 수는 없었겠죠. 성적이 그렇게 우수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과학책까지 쓰게 된 것은 제가 과학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내용도 잘 모른 채 읽었던 과학 잡지와 책이 내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었고, 덕분에 과학교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과학 공부뿐 아니라 어떤 공부라도 그 밑바탕은 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을 올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Q∥ 『과학은 놀이다』는 ‘플레이 사이언스’ 시리즈의 첫 책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플레이 사이언스(Play Science)’ 시리즈는 ‘세상 모든 것을 과학으로 플레이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융합이나 STEAM 교육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것을 풀어보자는 것이 이 시리즈의 취지이지요. 하지만 단지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단순히 모아놓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와 문화,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그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요.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나오는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언젠가는 ‘빅 히스토리(Big History)’가 되기를 바랍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과학은 놀이다』가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고요. 두 번째 플레이할 대상은 ‘예술(Art)’입니다. 사실 저는 명화나 클래식, 국악을 즐겨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 방법도 몰랐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이기도 한데, 즐기고 감상하는 방법을 경시하며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두 번째 책에서는 과학자가 예술을 즐기는 법에 주안점을 두려고 합니다. 예술의 문외한이었던 제가 터득한 ‘예술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세상을 변화시킨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계획 중입니다.



Q∥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A∥ 좋아하는 작가는 칼 세이건과 스티븐 제이 굴드입니다. 특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제가 가진 책 중 제일 소중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미 3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라 종이가 누렇게 바랬지만, 학창 시절에 세이건이 안내하는 우주의 대서사시 속으로 푹 빠져들어 지냈습니다. 굴드의 책은 저술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글을 그렇게 잘 쓰는지 마냥 부러울 따름입니다.



Q∥ 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A∥ 전 항상 과학의 재미를 못 느껴본 독자를 위해 책을 씁니다. 제 책을 통해 딱딱한 교과서 속의 과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합니다. 또한 학교에서 오랜 시간 동안 과학 공부를 했지만 정작 사회 나오면 과학을 낯설고 어렵게 여기는 어른들에게도 과학 공부는 교과서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책을 읽고 단순한 놀이 속에서조차 과학적 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놀이 속에 과학이 있고, 과학은 놀이처럼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과학의 세계로 항해하기 위한 안내서에 불과합니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보다는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일부 과학적 소양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깊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고등학교 교과와 연계시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눗방울놀이와 같이 일부 내용은 다른 과학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내용도 있으니, 중고등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이 읽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자, 그럼, 다함께 과학과 놀아봅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