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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10>을 출간한 어사연 유 경 대표 인터뷰


Q ∥ 2008년 『유 경의 죽음준비학교』를 펴낸 후 궁리출판에서 거의 10년 만에 의미있는 시리즈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그간 근황을 들려주신다면요? A ∥ 아, 그러고 보니 저의 새 책을 출간하는 것이 10년 만이군요. 물론 그 사이에 제가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사랑연구모임(어사연, http://cafe.daum.net/gerontology)> 식구들과 함께 궁리에서 2009년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 2011년 <사랑합니다, 당신의 세월을>을 펴내긴 했습니다만…. 요즘도 여전히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르신들과 수업을 하고 있는데, 달라진 점이라면 우선 강의 주제가 조금 더 확장됐습니다. 노년준비, 노년의 삶, 죽음준비에 더해 황혼육아의 당사자인 어르신들을 만나 3세대−아이를 맡기는 부모와 아이를 기르는 조부모 그리고 아이−모두 행복한 조부모 육아를 함께 고민하며 그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저의 활동 대상이 되는 연령대가 조금 더 넓어졌는데, 3년 전부터 50+세대들과 주로 그림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50+세대이기에 동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과 깊은 소통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새 책이 그 활동의 중간보고쯤 되는 것 같습니다.

Q ∥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10』은 새롭게 시작하는 ‘행복한 이모작 학교’ 시리즈의 첫책이기도 합니다. 50+세대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준비중이라고 들었습니다. 50+세대를 누구를 가리키며 어떤 목록들이 준비중인지요? A ∥ ‘50+세대’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세대를 포함해 50세부터 64세까지를 일컫는 말인데, ‘시니어’라고도 부릅니다. 지금까지의 노인세대와는 여러모로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미래의 새로운 노년세대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연령층이기도 합니다.

부모 밑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시절을 지나, 자기 밥벌이를 하며 가정을 이루어 자녀들 먹이고 입히며 공부시키느라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오십이 넘으면서 서서히 일에서 놓여나고 자녀 양육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점이라고나 할까요. 동시에 길어진 노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 남은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런 50+세대를 위해 ‘행복한 이모작 학교’ 시리즈에 담았으면 하는 것들로는, 일명 존엄사법(또는 호스피스∙연명의료법)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50+세대의 죽음준비를 통한 삶 들여다보기, 3세대 모두 행복한 조부모 육아, 시니어 배낭여행기,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부모 부양의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50+세대를 위한 구체적인 치매 및 요양 관련 내용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림책’은 어린이들만이 보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나이와 성별 불문하고 그 독자층을 넓혀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그림책과 시니어의 조합이 처음에는 잘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A ∥ 아이들 어렸을 때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다가,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도 그림책을 계속 봤던 것은 늘 바쁘게 돌아치는 생활 속에서 잠시 한 호흡 쉬어가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제 관심 분야인 나이 듦과 늙음, 죽음, 사별의 아픔 같은 것들을 그림책은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을 읽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그림책을 통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50+세대의 그림책에 대한 감수성은 어린이들이나 젊은 사람들과는 다른 색깔과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삶의 나이테 없이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눈물과 뭉클함과 가슴 떨림이 그림책 사이사이로 스며들곤 합니다.




Q∥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는 많은 시니어들과의 수업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주로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가시는지요?

A∥ 노인복지 현장에서 어르신들께 배운 것을 바탕으로 50+세대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한 굵직굵직한 인생 경험들을 키워드로 뽑고, 그에 적합한 그림책을 골라 함께 보며 읽고 경험과 느낌을 나눕니다. 그리고는 활동기록지(work sheet)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합니다. 파일에 활동기록지를 모으면 아주 간단한 자서전이 됩니다. 그림책 수업을 마치며 이 시간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묻는 활동기록지에서 옮겨온 글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수업은 나에게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울]

[쉼을 주는 시간이며 새로움을 찾는 시간]

[새로운 발견]

[행복한 설레임]

[나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박수]

[새로운 독서의 세계로 가는 출발점]

[지나간 날을 성찰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이었다.



Q30,40대 등의 젊은 독자들도 미리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독자들이 어떻게 이 책을 읽고 활용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30, 40대 젊은 독자들이 50+세대가 인생의 키워드를 통해 풀어나가는 삶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부모님과 선배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은 더 넓어지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는 인생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있는 선후배니까요.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손을 내민다면 힘든 어깨도 조금은 펴질 것 같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어, 노년을 향해가는 인생의 언덕 하나를 또다시 넘고 있는 부모님이나 선배들과 함께 읽으면서, 그분들이 지나온 날들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앞에 남아 는 생을 새롭게 디자인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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