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급변의 과학>을 번역한 사회급변현상연구소 조환규 교수 인터뷰


Q『급변의 과학』의 원제목은 ‘Critical Transitions in Nature and Society’입니다. 여기서 이 책의 주제어라고 할 수 있는 critical transition은 어떤 의미인가요? 또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A말씀하신 Critical Transition을 이 책에서는 ‘임계전이’로 번역을 했습니다. 임계전이란 시스템의 한 상태가 다른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해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 변화 이전에는 그 변화의 조짐이 표면적으로는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일반적인 전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경험한 IMF체제도 한 예가 될 수 있는데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거의 모든 학자나 기관에서 그 조짐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임계전이는 그 이전과 이후의 상태가 극단적으로 대비가 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임계전이는 자연계에서 흔히 관찰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초록이 무성한 지역이 사막이 된다든지, 또는 해초류로 무성한 해안이 사소한 변화에 의해서 백화현상을 보인다든지요. 임계전이가 일반적인 전이와 다른 점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게 만든 요인은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에는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막으로 변한 사하라 지역은 이전과 같이 동물과 숲이 무성한 곳으로 되돌린다고 생각해보시면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특히 근대 이후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임계전이는 인간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현생인류가 나타나기 전에도 자연계에서 임계전이는 흔하게 일어났지만 그것이 인류의 생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은 지구공동체라고 할 만큼 서로가 관련된 삶을 살고 있으므로 특정 지역에서의 자연의 변화는 지구 전체에 큰 변화를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밀농사가 대흉작일 경우, 이것이 전 세계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큽니다. 더구나 항시 식량부족으로 시달리는 피원조국가에게 이것은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연과 인간 세상에 나타나는 다양한 임계전이 현상을 설명하고 그들을 어떤 공통의 이론 틀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일종의 임계변화에 대한 통일장 이론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연에 나타나는 임계현상도 제각각이고 인간 세계에 나타나는 임계전이 현상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임을 저자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계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보이는 여러 조짐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 임계전이가 인류에게 유해한 것일 경우, 최대한 그 전이 상황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여러 예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지구온난화현상은 임계전이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전이시간은 매우 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 며칠이 될 수도 있고, 지구과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수천 년 동안 임계전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Q∥ 옮긴이가 개인이 아닌 단체인데요, 사회급변현상연구소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요? 왜 ‘급변’이라는 주제를 연구하시는지요?

A한국사회는 변화가 매우 빠르고 사람들의 상호관계가 역동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사회가 외부 환경변화에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긍정적 측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상시적이며 내생적인 위기를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사회의 사회급변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사회급변현상은 빠른 시간에 급속히 진행될 뿐만 아니라 그 파급효과가 크고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큰 갈등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연구주제인 ‘사회급변현상’은 아주 작은 외부작용에도 큰 반응을 보이고 사람들 간의 집합행동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개인들 사이의 미시적인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거시적이고 집단적인 사회변동이 주된 관심사입니다. 특히 사회급변현상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여 임계조건(위기발생조건)을 알지 못하고 진행과정을 예상하지 못하며 그로 인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중요한 사회급변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누적되며 문제해결과 수습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사회급변현상은 경제, 금융, 경영, 정치, 사회, 과학기술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빈번히 나타나므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사이의 학제간 연구를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부산대학교 사회급변현상연구소에서는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공동연구를 통해 생산적인 연구성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소속연구원들의 전공은 매우 다양하여 물리학, 수학, 경제학, 이론 전산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 걸쳐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연구소에서 1년간에 걸쳐서 독회를 한 교재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전공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매우 유익해서 번역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를 다 섭렵한 학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독회를 하고 토론을 거쳐 번역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어려웠고 번거로웠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들 모두에게 매우 즐거운 학문적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이 책에서 저자는 호수, 기후, 진화, 바다, 토양 생태계,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급변 현상을 다양한 예를 들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급변이 일어나기 전에 그 전조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는데요, 우리는 이 조기 신호를 어떻게 알아채서 때로는 손해를 줄일 수 있고 때로는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A임계전이에 앞서 나타나는 조기신호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은 회복력의 감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숲은 특정 일부 지역이 파괴되어도 금방 다른 생물종이 그 지역을 채워 나갑니다. 그러나 임계전이에 가까이 다가간 시스템일수록 작은 변화에도 적절히 변화를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이 얼마 정도의 회복력을 가지는 일정 지역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그 파괴된 지역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를 보는 방법으로 회복력을 짐작하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대학 정문 근처에 보면 음식점을 비롯한 크고 작은 상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게들은 학생들의 기호나 경제상황에 따라 다양한 부침을 겪습니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그 회복력이 확연하게 다른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제가 관찰하는 회복력은 가게가 문을 닫은 다음에 얼마나 빨리 다시 그 가게가 다른 주인에게 팔려서 새로 오픈하느냐입니다.

요즘 보면 문을 닫고 나간 가게가 그대로 방치된 경우를 이전에 비해서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어떤 CD가게는 문을 닫은 지 거의 6개월이 되도록 방치된 상태로 있습니다. 이런 것이 경제 지표로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전철역으로 내려갈 때 관찰되는 방치된 상점의 개수를 세면 현재의 실물경제의 정도를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가게를 다시 채우는 회복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죠.


어린아이들의 상처가 노인들보다 훨씬 더 빨리 아무는 것은 회복력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위 사람을 보면 작은 지적에도 버럭 화를 내고 주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단히 낮은 회복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람들인데요, 대개 이런 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양의 변화는 해당 물고기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 회복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물고기 잡이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 의미는 단순히 새끼를 보호하여 개체수를 늘인다는 식으로 해석하는데 이것은 임계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임계전이적 관점으로 본다면 그 새끼 물고기의 수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는 그 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키려면 엄청난 노력과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업을 좀 줄이고 기다리면 곧 어획량이 복원될 것이라는 막연한 소망은 임계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나 연애에서 이런 상황이 자주 보이는데요, 정치적 실수나 연애과정에서의 실수로 상태가 임계상황으로 빠져버리면 어떤 사과나 회복 노력을 해도 그전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사과를 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임계전이 이론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주위에 보면 사소한 말싸움이 결국은 이혼까지 이르게 되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임계전이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죠.

부부간에 싸움을 자주해도 쉽게 털고 화해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싸우지는 않지만 한번 싸우면 오래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회복력이 떨어진 전형적인 모습인데 이런 분들은 자칫하면 임계상태,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혼 등으로 전이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이혼은 전과 후가 너무 다른 그야말로 임계전이의 대표적인 예죠. 이혼하기는 쉬워도 다시 합치기란 엄청 공이 들어가는 과정이죠.

제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쌍둥이인데 이놈들은 하루에도 열 번씩 싸우고, 또 금방 헤헤거리면서 같이 게임을 합니다. 회복력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갑에 해당되는 종들이고 마음이 튼튼하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 모든 자연현상, 인간현상에서 조기신호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제시한 공통적인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의 조기신호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얼마 전 모 잡지 칼럼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복잡계, 자기 조직화 등의 용어를 이용하여 풀어낸 글이 있어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유투브를 통한 강남스타일 열풍도 이 책의 내용에 들어맞는 사례라고 보시는지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급변 현상으로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좋은 예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런 현상은 임계전이가 포함되어 있는 복잡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복잡계의 대표적인 특성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일종으로, 쏠림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강남스타일>이 나올 시점에 나온 곡들은 여럿이 있을 것입니다만 지금 결과로 본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처음 유튜브에 올라왔을 때 보여준 첫 호감도의 작은 차이는 곧이어 압도적인 차이로 변하게 됩니다. 잘 알려졌기 때문에 더 입소문을 타고, 더 입소문은 다시 순식간에 SNS를 점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과 인간세계에는 문턱점(threshold)이라는 단계가 존재합니다. 남녀가 연애를 해도 그 문턱점에 도달하기까지에는 별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도 그 지점을 넘으면 갑자기 새로운 관계에 들어갑니다. 우리가 악기를 배울 때 보면 몇 년간 공을 들여 열심히 노력을 해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가지 문턱을 넘게 되면 손가락이 술술 풀리고 제법 폼이 나는 연주를 하게 됨을 경험합니다. 사람과 자연에도 이런 문턱현상은 존재합니다. 물이 0도에서 얼기 전까지는 물 그대로였다고 그 점을 기준으로 고체가 되죠. 0도에 가까운 +2도에서 물 분자 80%가 얼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0도가 되면 모두가 고체화되는 것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폭발적인 인기의 문턱점을 매우 빠르게 넘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고, 그 가운데에는 SNS를 통한 전달이라는 이전에 보기 힘든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SNS에 의한 전달로 인한 인기의 급상승이 긍정적인 면이라면 컴퓨터 바이러스의 전차는 SNS가 가지는 부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000년 전과 같이 사람끼리 만나기도 힘든 시절에는 어떤 지역의 병은 그 지역민만을 희생으로 삼았지만 사스 바이러스나 에이즈의 전파속도는 사람의 이동거리와 속도에 비례해서 퍼지게 되었죠. <강남스타일>이 보여주는 스타일은 매우 이국적입니다. 통통하고 전형적인 아시안 얼굴에, 우스꽝스런 말춤,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관광버스 노래, 장기 두는 노인, 공중목욕탕 등은 이런 문화적 바이러스에 전혀 면역이 안 된 외국인들의 마음을 바로 감염시키는데 성공을 했다고 봅니다.

사실 이전에 수출된 K-POP은 외국인들의 입맛에 좀 억지로 맞춘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키가 크고 늘씬한 여인들의 모습으로 승부를 한다면 서양 백인은 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원더걸스가 빌보드 60위권에서 머물다 사라진 것은 이미 그런 섹시 컨셉에 잘 면역이 된 서양인의 마음에는 더 이상 침투하기 힘든 구조여서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문턱점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인데 이것은 경우마다 달라서 복잡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합니다.

제가 볼 때 연예계, 특히 노래가 가지는 문턱점은 몇 군데 존재합니다. 보통 노래가 좋으면 노래 자체로 입소문을 타게 됩니다. 그 정도가 좀 더 심화되면 노래가 아니라 노래에 대한 소식이 새로운 개체로 태어납니다. 예를 들면 가수에 대한 사연이라든지, 그 노래가의 흥행이 뉴스가 되는 시점이 됩니다. 이게 2단계라고 할 수 있죠.

한때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뜰 때 노래 외에 그의 인생사가 뉴스가 되었죠. 이 단계가 지나면 노래에 관한 뉴스에 관한 사실이 다시 뉴스가 되는 시점이 오게 됩니다. <강남스타일>이 그 시점인데요, 미국 어디 뉴스에서 싸이가 나왔다, 다른 나라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어 들려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상태는 거의 최상의 유행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 노래나 선전을 해도 흥행이 문턱점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노래가 가지는 특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대유행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전염병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전파하고 옮기는 매체가 없으면 그것은 어느 밀림에서 그냥 사그라지고 말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강남스타일>은 SNS에 능한 한국인의 특성을 아주 잘 활용하여 1차 문턱점, 2차 문턱점을 넘겨버린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보통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인터넷 전담부서에서 부지런히 광고를 하여 그 소문이 문턱점을 넘기도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노력에 비해서 대중들의 자발성에 기초된 소문은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노래가 달라야 그것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좀 우악스런 카우보이 문화를 말춤으로 승화시켜 성공적인 놀이로 만든 강남스타일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춤이 아니면 말 타고 인디언 사냥하면서 다닌 미국만의 말타기 문화를 어느 나라가 좋아하겠습니까? 아마 미국인들은 강남스타일이 말춤을 추면서 카우보이 문화에 대하여 죄 사함을 받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ㅎㅎ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Gangnam이라는 단어의 ‘Gang’이 주는 묘한 자극성도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사를 모르고 따라서 부르는 노래가 훨씬 오래가고 즐겁거든요. 멋도 모르고 할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노래나 연애나 공부나 운동이나…… 알게 될 때쯤이면 정열은 식죠. 그게 삶은 비극이라고나 할까요.

우리사회에 나타난 급변현상 중 하나는 나꼼수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급격히 타올랐다가 구성원들의 정치적 의사결정 실수로 말미암아 급격히 식어버린 문화현상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많은 기업에서 인터넷 마케팅, 일명 verbal marketing 전담부서를 두고 대중의 민심을 잡아보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아직 그 수준이 높지 못해서 그다지 효과가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 외에도 급변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화현상이나 정치적 현상은 매우 많습니다. 인기 정치인들의 갑작스런 몰락이라든지. 어떻게 보면 조그마한 말실수 또는 해당 정파의 안이한 대처가 그 정파집단 자체의 소멸로 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급변현상을 복기해보면 대부분 조기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당시에는 그것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죠. 



Q∥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를 흔히 일반적인 시스템의 상태가 변화하는 것으로 잘못 알기 쉬운 것 같습니다. ‘임계전이’와 ‘상태전환’은 어떤 면에서 다른 성질의 것인지요? 

A임계전이는 상태전환의 일종이며, 그것이 매우 급작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태전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시급성은 상대적인 관점인데요, 이전 사하라 지역을 뒤덮은 숲이 사막으로 바뀐 것에는 수백 년이 걸렸지만 몇억 년 단위의 지구적 시간으로 본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찰나적 변화입니다. 문제는 사하라 사막에 비가 온들 그것이 다시 숲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임계전이의 특성입니다.

정치가들 중에 이전의 매우 강고한 좌파적 입장을 취한 분들이 어느 순간 보수 우파 활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자전적 진술을 들어보면 그게 아주 사소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외부의 변화에 따른 충격 운운하지만 그것은 핑계라고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외부적 변화가 주요 요인이라면 상당한 수의 좌파가 우파로 변해야 했을 겁니다. 물론 그런 변화에는 전조는 크고 작은 사건으로 드러나게 되고요. 그런데 제가 그것을 임계전이로 보이는 이유는 그렇게 변한 이후에는 다시는 이전의 좌파적 입장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상태전환은 두 상태를 비교적 쉽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인데 비해서, 임계전이는 거의 한쪽으로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는 그 이전의 상태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술에 취하는 데에는 1시간이면 족하지면 그것에서 충분히 깨어나려면 10시간 이상 필요하죠. 그리고 술 취한 사람의 언설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오는 점으로 볼 때 술에 취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작은 임계전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만취하기 전에는 꼭 제각각의 전조현상을 보이는 면도 그렇습니다. 얼마전 보니 정부 여당의 대변인 후보가 만취 후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로 곤혹을 치루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본인이 사퇴를 하신다고 하네요. 아마 여권 내에서 다시 대변인이나 그에 준하는 직책을 맡기는 매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임계전이의 예로 적절해 보입니다. 과학자들이나 급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임계전이를 연구하는 이유는 그 전이를 막는 데 드는 노력은 일이 일어난 후 복구시키려는 노력에 비해서 훨씬 적다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것은 임계전이 예방이 가지는 실용성을 잘 말해준다고 봅니다.



Q크게 본다면 『급변의 과학』은 복잡계 연구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기존의 전통적인 과학모형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복잡계 연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그리고 연구단계는 어디까지 발전된 상태인지 궁금합니다.

A과학은 항상 예측을 그 생명으로 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이나 예술이 삶을 묘사하고 해석하는 것인데 비해서 과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방점이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전에 미해결된 문제가 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복잡계 과학은 전통적인 과학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복잡계 연구의 결과가 미래를 잘 예측하는 데 썩 훌륭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강남스타일>과 같은 노래가 나오자 마자 그것이 얼마나 흥행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아직도 그러한 예측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 너무나 많은 상호작용이 있어서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본다면 단 3개의 물체가 상호작용하는 삼체 문제(three body problem)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인데 어떤 문화현상에 관련된 수백 수천의 요인과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수십만 개의 상호작용을 깔끔하게 해석하기란 절대 불가능합니다. 또 인간이 가지는 의식의 지향성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의지를 가진 인간이 들어가면 더 복잡해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복잡계 연구는 이전의 전통적인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몇 발자국 더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으면 이런 방법은 새로운 방법을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을 합니다. 특히 요즘은 트위터나 소설 미디어의 내용을 분석하여 영화와 같은 문화상품의 흥행여부, 정치, 경제문제를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어떤 연구자에 의하면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름의 빈도수로 선거를 예측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복잡계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면 그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이 책은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이공계적 지식이 필요합니다만, 사례가 설명된 장부터 읽는다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번역팀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의 깊이가 더해져서 주위 사물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급변을 어떻게 알아내는가, 그러한 급변의 요인은 매우 사소한 것들인데 그런 요인을 사전에 조정하여 차후의 대란을 막아보자, 또는 좋은 쪽으로 변이를 일으켜보자고 하는 취지입니다.

제가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5분 일찍 들어오고, 가능한 앞자리에 앉아라는 주문을 합니다. 수업 시간에 5분 일찍 들어온 사람과 5분 늦게 습관처음 들어오는 사람의 이후 세속적 삶이 차이는 단순히 10분 이상의 엄청난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것을 다르게 말하면 준비가 습관이 된 사람과 다소 무책임한 사람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시험에서 단 1점 차이로 떨어진 사람에게 그 1점만큼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의 중에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일상적인 삶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약간의 긴 호흡과 노력이 필요한 책이지만 높은 산에 오르는 마음가짐으로 읽는다면, 이후 그 산봉우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칠 때의 상쾌함을 고스란히 선사해줄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