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다큐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제작한 인디고 연구소 윤한결 감독 인터뷰


Q우선 독자들에게 자기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인디고 서원에서 인문기획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한결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인디고 서원을 만나 지금까지 9년째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인문학 공부와 삶의 실천을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배운 인문적 가치들을 보다 쉽고 감각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영상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인디고 서원에서 여러 인문학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며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제작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Q다큐 <새로운 세대의 탄생>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이 다큐를 만든 계기도 궁금합니다.

A∥다큐멘터리 <새로운 세대의 탄생>은 동시대 지성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는 지난 수년간 ‘주제와 변주’라는 행사를 통해 수많은 국내 저자들을 이곳 부산의 인디고 서원으로 초청해 청소년과 대화의 자리를 열어왔습니다. 궁리출판사에서 『주제와 변주 1, 2』라는 책으로도 엮여 나온 행사이지요.


저는 청소년 시기부터 선생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누렸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직접 이분들을 찾아가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2014 인디고 유스 북페어의 주제가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었는데 이 주제로 공부 해가는 과정에서, 탄생되어야 할 새로운 세대가 젊은 청소년과 청년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어떻게 정의롭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해 온 어른들이 소수지만 우리 사회에 존재했습니다. 새로운 세대란 그저 나이가 젊다고 새로운 세대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 기성의 가치에 복종하지 않고 더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를 삶에서 실천해 나가는 개인들이 서로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된 지성들에게 저희가 던진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로, 선생님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분들이 젊었던 시대는 어떤 시대였는지, 그리고 그 시대와 마주하여 무엇을 생각했고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고 선택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젊은 세대들도 이 시대와 마주하여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보편적인 물음을 똑같이 던지고 있기 때문이죠.


둘째로는 동시대인으로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듯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고통과 폭력의 양상들은 어떤 구조적 병폐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를 지난 시대와의 연결선상에서 물었습니다. 시대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이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드린 질문은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새로운 세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새로운 세대의 탄생>은 이 질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지성들의 대답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Q다큐 <새로운 세대의 탄생>은 지난 8월 15일 2014 인디고 유스 북페어 때 첫선을 보였었습니다. 상영회 때 참석한 분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요?

A∥다큐멘터리가 인터뷰로만 내내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집중해서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반응들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페어가 끝난 뒤 한 고등학교에서 친구들이 팀을 이루어 인디고 서원을 방문했을 때였는데요. 제가 인디고 서원에 대해 소개하던 중 한 친구가 다큐멘터리를 봤다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제가 어땠는지 물었는데 얌전해 보이던 그 친구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토로하듯이 내용은 너무 좋은데 선생님들의 말씀이 이상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기성의 가치들에 따르기를 요구하는 압력들에 포위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큐 속의 선생님들이 해준 인간적인 가치들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말씀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친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제외한 모든 영화나 책이 그렇듯 이 다큐도 어떻게 살면 된다고 딱 편한 답을 내려주진 않지만, 그 친구가 너무 외롭지 않도록,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함께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다큐에는 역사학자 한홍구, 시인 김선우, 박정대, 철학자 강신주, 이왕주 선생님 등이 출연해 세월호 참사를 분석하고 ‘세월호 세대’로 명명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들을 전해주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이들을 섭외하고 만나러 가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섭외 과정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저희의 문제의식을 지지해주시고 바쁘신 일정 와중에도 기꺼이 만남을 허락해주셨지요. 대부분 인터뷰가 서울에서 진행되어 촬영 장비들을 들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선생님들과 만나는 기쁨에 비하면 미미한 것이었지요.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의 따뜻한 환대와 배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선우 선생님은 저희를 배려하여 지금 살고 계신 춘천에서 서울로 일정을 잡아 와주셨고, 강신주 선생님은 저희가 먼 곳에서 왔다고 집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해주기도 하셨습니다. 한홍구 선생님 역시 일부러 부산에 내려오시는 일정에 맞춰 인터뷰를 잡아 서울에 가는 수고를 덜어주셨고요.


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만난 선생님들과는 함께 눈시울을 붉혔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하는 것을 정중히 거절하셔서 녹취로만 남은 사회학자 박명림 선생님과의 만남이 특히 그랬습니다.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하시다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셨어요. 한 동안 조용히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물론 저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 선생님들의 태도에서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게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동시대인으로서 우리가 함께 처한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또 손을 잡고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꼈습니다.



Q세월호 참사 이후 윤한결 감독이 생각하는 ‘새로운 윤리적 세대’는 어떤 모습을 띤 세대가 될 거라고 보는지요?

A∥‘세월호 참사 이후’ 어떤 변화가 있으려면 먼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참사가 일어나고 몇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일부에서는 다른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많은데 이제 그만 세월호 문제는 접어두자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는 걸 봅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참사를 당한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해보면 단순한 연민과 동정을 넘어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진실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요구에 불응하는 지금 상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유민이 아빠의 목숨을 건 단식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요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공감과 분노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계를 향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윤리적 세대를 봅니다.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우리 삶의 곳곳에 침투되어 있는 크고 작은 세월호들, 즉 지난 적폐들의 부당함을 더욱 더 표면으로 드러내고 우리 삶의 모든 현장에서 진실 규명을 해 나가는 세대가 ‘새로운 윤리적 세대’의 모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현재 작업중이거나 앞으로 만들어보고픈 다큐나 영상물이 있는지요?

A∥앞으로는 이 시대를 분석하는 지성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시대적 모순의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문제와 밀양 송전탑, 제주도 해군기지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져 있지만 그러한 문제들이 결국 우리 시대 공통의 문제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Q끝으로 이 다큐를 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이 다큐는 독립된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향한 인문적 실천의 도정에서 만들어진 대화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이 다큐를 보게 되는 순간 이러한 실천 운동에 동참해주시는 것이 됩니다. 지금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 누구나 새로운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다큐를 매개로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대의 일원으로 함께 만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