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컬러풀 모스크바’, ‘자유의 노래를 불러라, 더블린’, ‘고양이들이 품은 도시, 도쿄’ 등 지난 1년간 한 주에 한 도시씩 52개 도시를 수집하셨습니다. 수많은 수집 품목 중 도시를 수집한다는 발상이 흥미롭습니다. 두 분은 ‘도시수집가’로도 불리는데, 처음에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A∥아직 남들이 우리를 ‘도시수집가’로 부르고 있지는 않는 것 같고요. 그냥 스스로 그렇게 부르고,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거라고나 할까요? 세계에서는 정말로 가보고 싶은 도시,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두를 내 집처럼 들락거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짧은 시간에 그 도시의 핵심을 뽑아 둘러보는 것, 우리는 그걸 ‘도시수집’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우리가 수집하거나 혹은 수집해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도시들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각각의 도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테마를 찾아, 그 핵심이 되는 장소를 뽑고, 그것을 한 장의 지도로 축약시키는 것이지요.
Q∥52개 도시를 골라 한 장의 그림지도로 각 도시들을 개성있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솜씨도 예사롭지 않은데, 그려나가면서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셨나요?
A∥지도라는 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가기 쉽게 해주는 기능적인 측면도 강하지만, 이 도시의 특징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게 해주는 역할도 크지요. 하나의 도시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들, 대표적인 인물들, 대표적인 예술품들을 보여줌으로써 그 도시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지도를 보면서 우리가 그 도시를 어떻게 보고있는지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바르셀로나 (박사)
Q ∥ 얼마전 책 속의 퀘벡 편 “퀘벡에는 일곱 개의 F가 있다”가 모 항공사 CF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각 도시에서 일곱 개의 장소나 소재를 고르셨는데, 특별한 선택 기준이 있다면요? A ∥ 우리가 수집하고 있는 도시는 정말로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그 모든 모습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죠. 우리는 각 도시에서 흥미를 끄는 어떤 테마를 찾아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색채의 향연, 비엔나라면 스파이, 브뤼셀은 기이한 유머 감각, 세비야라면 열정 같은 것이 그 도시의 매력을 찾아들어가는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테마에 맞는 장소를 일곱 군데를 찾았어요. 마치 일주일의 여행 기간을 두고 하루에 하나씩 정복하듯이. Q ∥ 도시들을 모으면서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셨을텐데, 각 도시들은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던가요? 공통점과 다른점 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 세계의 대표적인 도시들을 수집해가다 보니, 각자가 참 개성 있으면서도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블린의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버스커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춤추는 탱고 댄서들과 닮았고요. 시드니의 록스 지역을 지키기 위해 망치를 내려놓은 건설 노동자는 리버풀의 항구를 지키기 위해 어깨를 건 부두 노동자들의 형제들 같았어요. 그러나 런던의 명탐정들, 비엔나의 스파이들, 오사카의 상인들은 그 도시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고유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있더군요. Q ∥ 도시는 너무나 크고 복잡한 곳이어서 모든 것을 이 책에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독자는 두 분의 글을 읽고 새로운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시 수집에 나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 언제나 새로운 도시를 찾아나서고, 그것을 감히 수집한다는 것은 용기와 욕심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 때문에 가랑이가 찢어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욕심은 내되 정확한 타겟을 세워 집중하는 것이 좋고, 용기를 내되 자신의 한계를 무리하게 넘어서는 안 되는 거죠.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 저희처럼 한 도시를 실제로 수집하기 전에, 종이와 머리 속으로 수집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찾아가고자 하는 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를 찾아내고, 그래서 꼭 가야하는 곳을 먼저 골라내세요.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한 장의 지도를 그리고 표시해 보세요. 그것인 가장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Q ∥ 두 분이 가장 사랑하고 기억에 남는 도시 한 곳씩을 각각 꼽으신다면요? 이명석 : 역시 뉴욕이네요. 정말로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 한 장의 그림지도로 끝내기에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주관적인 욕망에 따라 ‘재즈’를 테마로 그렸습니다. 연재 중에도 독자들이 나의 뉴욕은 이게 아닌데, 하고 가장 많이 항의했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분이 안 풀리시면 여러분만의 뉴욕 지도를 그려주세요.
뉴욕 (이명석)
박사 : 저는 처음 갔던 도시, 이스탄불에 대한 사랑을 아무래도 포기할 수 없네요. 하지만 진지하게 저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니, 역시 프라하가 아닐까 합니다.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에 들어설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틴 성당을 보면서 울컥 올라오던 사랑스러운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스탄불에게는 이르지 마세요.
프라하 (박사)
Q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 예전에 저희는 ‘지도 안으로라도 떠나라’라는 모토로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도시수집가』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가 대륙, 바다, 나라와 같이 좀더 큰 차원의 지도 속 여행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한 도시라는 보다 작은 공간을 목표로 삼았죠. 책에 나오는 모든 도시를 우리가 직접 몸으로 수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연재가 끝나고 책이 나오는 사이에 벌써 몇 군데의 도시를 더 수집목록에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도를 그리지 않았다면 떠나지 못 했을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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