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독자분들에게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죽을 때까지 성장해갈 작가 김상미입니다. 이번엔 잊지 못할 2020년도를 보내며 쓴 단편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편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분들을 초대합니다. 『파이 미로』, 『오일러 패러독스』, 『시간을 보는 아이 모링』, 『강제전학생 이오, 수학천재의 비밀을 찾다』, 『캘리그라피로 전하는 수학의 지혜』. 이전 작품들에 보내주신 많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부끄럽지만 시간 날 때마다 리뷰들을 검색하면서 좋은 리뷰를 봤을 때는 혼자 웃었다가 그 반대의 리뷰를 봤을 때는 의기소침해졌다를 반복하며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Q. 이번 소설집 『비밀생중계』를 쓰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A. 올해만큼 많은 문자를 읽은 적이 있었나 돌아봅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전시, 공연도 가지 못하고 상상력 수집을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한 매체가 책이었어요. 또 사색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해 준 것은 제 방과 제 물건이었습니다. 18세기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은 이 사색 여행에서의 훌륭한 가이드였습니다. 그렇게 방구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짓게 되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한 2020년은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수습하는 데 에너지를 쏟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이 생겨도 갑자기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느라 긴 호흡으로 사색을 할 여유는 줄더군요. 그래서 틈틈이 나는 시간 속에서 상상의 필터를 바꿔가며 글을 썼습니다. 이 단편집은 그 사색의 조각 여러 개를 이어 켜켜이 서로 다른 실로 엮어 만든 덕분에 규칙이 없어 더 개성 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Q. 처음으로 펴내는 단편소설집입니다. 몇 편 짧게 소개 말씀 해주신다면요?
A. 누구나 읽지 않고 그렇다고 버리지도 않은 책들이 방 한켠에 있지 않나요? 그 책들은 언제쯤 주인이 나를 한번 봐줄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분주히 사느라 바쁜 주인의 뒷모습을 보고 있죠. 그 책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단편 <책복원가>입니다. 새벽에 엄마가 밥상을 차리는 소리를 들으며 언젠가 저 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써내려간 이야기 <소리를 찾아서>, 메타버스를 갖게 되는 시대에 한 사람의 죽음 이후 그가 온라인에 남긴 흔적은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을 품고 쓴 <마지막 인사>, 책제목으로 선정된 <비밀생중계>는 미리 중계하지 않겠습니다. (씽긋) 책에 실린 10편의 단편은 끝나지 않고 그다음 장면이 계속 이어질 듯합니다. 그다음의 이야기는 독자분들이 각자의 삶에서 계속 펼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우리 모두에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외부 세계와의 연결의 끈도 필요하죠. 작가님께서는 이 둘 간의 균형을 삶에서 어떻게 꾸리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A. 저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일정량의 혼자만의 시간은 제 양식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시간, 일주일 중 하루 등 사회생활과 가족들과의 생활 중에도 일정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일이나 사람들과의 약속을 잡을 때도 먼저 제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나서 잡는 편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을 만날 때도 오롯이 그 사람과의 시간에 집중하며 보낼 수 있고 건성으로 만날 사람은 아예 약속을 잡지 않아요. 또 여가 활동을 할 때도 온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단편집의 중요한 소재로 나오는 ‘SOUL 측정기’로 측정한다면 존재 100퍼센트로 말이죠. 그렇게 균형을 잡습니다. 혼자만의 시간과 외부 세계와의 시간을 비율로 구해본다면 불규칙한 무한소수 정도가 되겠네요.
Q. 이번 소설집의 여러 주제말 중 하나가 ‘말’과 ‘글’, ‘영상’ 같은 소통의 도구들입니다.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 돌입하면서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그에 따른 어두운 면도 적지 않습니다. 관련해서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종이로 받았던 스마트폰 사용 내역서를 버리려고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과거에는 주로 통화를 직접 했다면 최근엔 문자 메시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더군요. 또 언제부턴가 어려운 부탁이나 불편한 감정을 대화보다는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전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요. 이러다 앞으로 얼굴을 직접 보고 하는 대화가 사라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부터도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줄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었죠. 서로 좋은 이야기를 할 때는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일을 하다 보면 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 갈등을 풀기 위해 마주 앉는 용기들이 사라지고 뒤에서 메시지로 주고받는 상황이 점점 많아집니다. 이게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게 되고요. 어른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요.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교사이기도 한 저는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먼저 만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경험을 했어요. 그런데 온라인에서의 모습과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의 차이가 큰 학생들이 적지 않았어요. 온라인에선 잘 지내던 학생이 등교했을 때 친구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오프라인에서는 누구보다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온라인에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보여주고 싶은 편집된 자아에 빠져 현실세계에선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사연도 볼 수 있고요.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 연령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소통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보니 이번 소설집에 녹여진 것 같습니다.
Q. 『비밀생중계』는 독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청소년에서 어른까지 여러 시간에 걸쳐 있고요. 어떤 분들을 생각하며 작화를 하셨는지요?
A. 작가이기 전에 저는 여러 책의 독자입니다. 책을 고를 때 저는 읽고 싶으면 그냥 읽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든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든 논문이든 말이죠. 이해하지 못하면 제 지식의 부족을 탓할 뿐 책표지에 적힌 주요 독자는 제가 책을 선택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서점을 가득 채운 책들은 어느 한 명 같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을 지나면 물리적인 나이가 그 사람의 인격의 깊이와 같지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제 나이도 잊고 사람들을 만날 때 특별히 나이를 묻지 않게 되더군요.
어린 친구지만 생각의 깊이가 어른을 능가하는 친구가 있는 한편, 물리적 나이는 많아도 편견이라는 껍질을 깨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한 인격의 깊이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모습 중에서도 어느 부분은 깊이가 있고 어느 부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부분이 있죠. 저도 그렇고요. 그런 저를 통해 쓰인 단편소설이다 보니 독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성장해가는 작가다 보니 오히려 각자의 이해의 깊이에 따라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다양한 분들이 제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장이라 부르는 작가들은 모든 부분의 깊이가 깊고 그것을 책으로 표현한 분들이겠죠. 앞으로 저도 더 꽉 찬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A. 아이들이 뛰놀지 않으니 학교 운동장엔 다양한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녹지대를 형성했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 여러분에게는 마음속을 치유하는 녹지대가 생겼나요? 아니면 외로움이 생겼나요? 시대를 초월한 생각의 공유는 책을 통해 가능한 일입니다. 18세기 작가의 안내를 따라 저만의 사색을 떠나는 이 책이 혼자 있는 시간에 여러분의 생각으로 연결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유쾌한 위트를 좋아하는데요, 올해는 많이 줄였습니다. 모두 힘들다보니 저의 위트가 괜한 사치로 느껴질까 조심스러운 마음에서죠. 불 꺼진 상가를 보니 마음이 시렸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빈 교실에서 혼자 말하며 수업을 촬영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편 <소리를 찾아서>에서 베스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합니다. 같이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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