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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을 펴낸 식물분류학자 김진옥 인터뷰


Q 우선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A ∥ 안녕하세요. 식물분류학자 김진옥입니다. 저는 현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하며 식물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야외로 나가 식물을 탐사하고 채집해서 표본으로 만들기도 하고, 식물표본을 수장고에 두어 관리하는 일을 하지요. 또 식물에 관한 전시를 준비하고, 전시실에 있는 식물표본을 관리합니다. 저는 식물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일반인에게 식물이 가진 놀라운 능력이나 자꾸만 식물이 좋아지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식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왔지만 아직도 식물에 대해 잘 모르거나 식물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식물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일은 제 스스로 보람되는 일인 동시에 참으로 뿌듯한 일입니다. 그럴 때면 마치 제가 식물홍보대사가 된 느낌이 들어요. 저는 박물관의 전시물을 통해서, 식물에 대해 쓴 책을 통해서, 식물에 대한 강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식물을 알리고자 합니다. Q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식물분류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는데요, ‘식물분류학’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학문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식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품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A 식물분류학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는 학문입니다. 식물계에 속하는 모든 식물을 명명하고, 그 식물에 대해 기재하며, 식물들 간의 계통을 밝히는 학문이지요. 간단하게는 그 식물이 가진 외부적인 형태를 가지고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고, 복잡하게는 유전자나 생화학적 특징을 가지고 이름을 불러주기도 합니다. 또한 식물분류학은 식물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학문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그 식물을 계속 관찰하다보면 어느 순간 정말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이름이 생기지요. 그 식물에 잘못 불리고 있던 이름을 고쳐준다거나, 이름이 없는 식물에 그 식물과 딱 맞는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은 식물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릴 적 뒷산에 올라 하루 종일 자연 속에서 놀았고, 친구들과의 놀이터도 자연이었어요. 자연 속의 다양한 생물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레 자연과 내가 별개가 아닌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하나로 연결된 것이니까요. 그래서 생명을 소중히 하는 것도 배웠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식물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초록의 푸르름도 좋았고, 예쁜 꽃을 보여주고 맛있는 열매를 내어주는 것도 고마웠어요. 우리가 산에 가면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속에서 식물과 기분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고, 결국 그 추억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식물을 좋아하고 있답니다. Q 이번에 펴낸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은 2011년에 펴낸 내용을 새롭게 고치고 추가하여 식물과 친해지고 싶을 때 살펴보면 좋을 72가지 질문을 담았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은 식물을 ‘잎과 꽃’, ‘뿌리와 줄기’, ‘열매와 씨’, 그리고 ‘생활과 환경’으로 나누어 자세히 소개하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식물을 모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식물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식물의 매력적인 참모습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식물의 참모습을 알리고 식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이지요. 무언가를 깊이 알게 되면 좋아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식물이 말을 못 하는 조용한 생물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식물이 굉장한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식물은 각각의 화학적 물질을 내보내 자기 땅을 넘보지 말라는 경고와 곤충에게 도움을 청하는 부탁 등의 많은 말을 하고 있거든요. 또 이 책에는 우리에게 식물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우리가 숨 쉴 때 필요한 산소도, 매일 먹는 음식도 모두 식물이 주는 것입니다. 식물은 열매나 잎, 줄기, 뿌리 등 자신의 일부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주기도 하지만, 식물 자체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 그 동물을 우리가 먹을 수 있게 해주지요. 뿐만 아니라 식물은 시원한 그늘과 튼튼한 울타리, 건축재료, 천염섬유, 종이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을 줍니다. 나아가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멸종될지도 모르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습니이, 섬개야광나무, 섬개현삼, 섬시호, 세뿔투구꽃, 연잎꿩의다리, 진노랑상사화, 참물부추, 한라송이풀도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으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입니다. 기후변화와 사람들의 욕심과 무관심이 합쳐져 소중한 우리 식물들이 사라져가는 슬픈 현실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기만 하는 식물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주고 살펴주자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Q 우리들은 종종 식물들이 하루 종일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재미없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큰 오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 식물들은 우리가 안 보는 사이 어떻게 지내는지요? A ∥ 사실 식물은 동물보다 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생물입니다. 동물이 물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고 있으며, 동물이 먹이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동물이 필요할 때만 움직이는 것과는 다르게 식물은 끊임없이 활동합니다. 다만 우리 눈에는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지요.  물론 적극적으로 먹이활동을 하는 식물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리지옥이 그것입니다. 파리지옥은 잎을 트랩으로 변형시켜서 파리가 트랩에 있는 털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재빨리 닫아 파리를 가두어버립니다. 또 식물은 해가 있는 쪽으로 열심히 몸을 구부리거나 물이 있는 땅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기도 하고, 잎이나 줄기를 덩굴손으로 변신시켜서 영차영차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렇듯 식물은 절대 심심하고 재미없는 친구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해서 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친구랍니다. Q 어렸을 때부터 꽃과 나무 등 식물과 가까이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셔도 좋고요. 자라나는 어린이들 그리고 그 부모님들께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모든 생물이 별개가 아닌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과 그렇기에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식물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한없이 내어주기만 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사람에게서 받는 사랑 못지않게 자연과 식물이 주는 사랑을 느껴보는 것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식물이 주는 사랑으로 마음이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후속작으로 어떤 집필 작업을 준비중이신지요? A ∥ 지금은 백두산에 있는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임에도 불구하고 국토 분단으로 인해 갈 수 없는 산이었다가 중국을 통해서 절반의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고,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산이 되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백두산은 북한의 식물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유일한 산입니다. 그러기에 백두산의 식물은 그 어느 산의 식물보다도 애절한 느낌이 듭니다. 그 애절함을 담아 백두산과 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한반도의 식물들을 4월부터 9월까지 개화시기별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남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제외한 400여 종의 북방계 식물에 대해 자생지와 개화시기 및 식물의 특징을 담으려고 합니다. 백두산 식물을 탐사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 식물은 우리 삶의 기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식물을 좋아하면 할수록 우리 삶은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고 식물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좋아해보는 건 어떨까요?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을 통해 여러분도 식물의 세계에 함께 빠져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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