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을 펴낸 스티븐 배철러


처음부터 시작하다 스티븐 배철러와의 대담

스티븐 배철러는 결코 논란을 불러일으킬 의도가 없었다. 1972년 18세의 나이에 고국 영국을 떠난 그는 젊고 진지한 수행자로서 당시 가장 존경받던 아시아의 불교 스승들에게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티베트 승려로 계를 받았고, 나중에는 한국 선불교 전통의 승려가 되었다. 비록 스승들의 언어, 철학, 관습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승려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1985년 잉글랜드로 돌아간 그는 과거에 한국 선불교 비구니였던 아내 마르틴과 함께 그곳에 정착했다. 고국으로 돌아간 배철러는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확연하게 서구적인 접근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으며, 그가 쓴 베스트셀러 『붓다는 없다(Buddhism Without Beliefs)』(1997)에서 업과 환생에 대해 깊이 품고 있던 회의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뒤따른 격렬한 항의—전통적인 불교도와 심지어 그다지 전통적이지 않은 불교도 들로부터—에 배철러는 깜짝 놀랐다. (당시 그는 좋게는 불교의 반항아, 나쁘게는 반-다르마[anti-dharma]적이라고 여겨졌다.) 그의 신작 자서전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Confession of a Buddhist Atheist)』에서 배철러는 자신이 불교의 기본 뼈대라고 여기는 것에 도달하고 있으며, 그 위에 다르마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수행과 이해를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늘 그렇듯이 배철러는 솔직한 만큼이나 분명하게 말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많은 이들은 그가 틀렸다고 비난할 것이다. Q ∥  티베트불교 승려, 나중에는 한국불교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했는데, 이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승려로서 저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만 했습니다. 제게는, 제가 계를 받은 불교전통을 대표하는 이에게 필요한 계율과 명령을 따를 의무가 있었습니다. 제가 받은 승가 수련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승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전적으로 편안하지만은 않은 사회적 상황에 자주 처하기도 했습니다. 서구에 있을 때 특히 그랬는데, 그곳에서는 승복 하나만으로도 제가 특정한 아시아 전통에 속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것 같았습니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누군가와 진지한 대화를 하려 할 때 저는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 실제로 제가 느끼는 것과 승려로서 말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서 강한 갈등을 자주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 자신이 약간 사기꾼 같았습니다. 특히 환생, 존재의 다른 영역들 등 불교 정설의 어떤 요소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그랬습니다. Q ∥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으로 이뤄내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A 저는 불교에서 교리가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붓다 시대 이후 수세기가 흐르면서 발전된 생각과 교리가, 가장 초기의 원전—예를 들어 팔리 경전—에서 제시된 그대로의 다르마 위에 겹쳐지게 되었습니다. 팔리 경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붓다의 삶에 관한 역사적 조각들 위에 신화가 부여된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한 일은 좀더 역사적으로 토대를 둔 인간 붓다의 초상에 도달하려는 시도로 싯닷타 고타마에 대한 신화를 벗겨버리려 한 것입니다. 또한 팔리 경전에서 발견되는 자료 이후에 만들어져서 현재 불교 교리로 굳어진 일부 교리를 제거하려고도 했습니다. Q ∥  그런 작업을 어떻게 하시나요? A 제가 쓴 방법은 팔리 경전에서 분명하게 구별되고 독창적인 불교 사상은 무엇인가라고 제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전생이나 미래의 생, 혹은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하는 교리나 가르침을 발견하게 되면 그런 것들은 붓다 생존 시기에 이미 널리 믿어졌던 것으로 한쪽으로 밀어둡니다. 이런 빼기의 과정을 통해—우파니샤드나 더 이전의 다른 인도 가르침에서 발견되는 것들(그리고 노골적으로 초자연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제거함으로써—기원전 5세기에 붓다가 가르치던 붓다 특유의 가르침을 분리해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  그렇다면 불교 특유의 사상이라고 결론 내리신 것은 무엇입니까? A 네 가지가 두드러집니다. 하나는 연기(緣起)의 원리이고, 둘째는 알아차림(念)—우리들의 매 순간 경험에서 일어나는 것 전체에 집중하는 것—이며, 셋째는 사성제(四聖諦)의 과정으로, 여기에는 팔정도(八正道)가 포함되며, 넷째는 자립의 원리—붓다는 제자들이 다르마를 이해하는 데 자신에 대한 기억이나 승가 안의 어떤 권위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이 되기를 바랐습니다—입니다. 붓다가 가르치던 것의 기본 뼈대로 내려가면 아마도 불교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기 시작하는 위치에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나열한 네 가지가 지금 여기 우리의 상황에 와 닿는 다르마의 새로운 시각—하나의 세계관, 그리고 영적이고 윤리적인 수행의 한 형태로서—을 만들어내는 데 전적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우리에게 새로운 불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부분에서 오만해질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A 그런 노력을 할 때 자만과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은 제가 가장 먼저 인정할 것입니다. 특정한 전통 수행이 어떤 사람에게 잘 맞는다면, 저는 그에게 계속 그것을 하라고 권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다른 많은 이들의 경우는 물론—에는 전통적인 아시아 불교의 접근법들이 그다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게 분명합니다. 불교 역사를 통틀어 불교의 가장 큰 강점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문화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데 여러 번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서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불교 성직자 엘리트들이 재가 수행자 대다수에 대해 행사하는 권위가 점점 커지는 경향이 있었고 수행자들이 수행을 하는 데 자주적이 되어야 한다는 목적을 어느 정도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는 특정 그룹의 전문가들—라마가 되었건 로시[老師 선불교의 뛰어난 스승을 뜻하는 일본어], 아잔[스승을 뜻하는 태국어]이 되었건—에게 지극하게 경의를 표하고, 심지어 그들에게 기대며 헌신하는 문화를 종종 발견합니다. 확실히 그런 헌신은 불교 수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만의 언어로, 우리만의 시대적 맥락에서 다르마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우리만의 진정한 소리를 찾기 위해 어느 지점에서는 존경심을 간직하면서도 성직자의 권위와 교리적인 권위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전통 불교 문화와 스승과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A 제 경우에는 전통적인 아시아 스승들을 찾아가 제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더 이상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삶이나 이해에서 아시아 전통을 더 공부하고 그것과 대화할 필요가 있게 만드는 뭔가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40여 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우리는 아시아의 많은 스승들에 견줄 만한, 오래되고 전적으로 다르마에 전념하는 스승과 학자, 저자 들의 한 세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즉, 이제 우리에게는 상당량의 경험과 통찰을 가진 한 세대의 서양인들이 있으며, 그런 경험과 통찰이 그들 자신의 두 발로 거의 서 있을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그런 독립성이야말로 바로 붓다가 고무했던 것이라고 믿습니다.

Q ∥  책은 자서전적인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저자의 믿음에 관한 것뿐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A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자신이 살아온 삶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점점 더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 두 가지가 실제로 분리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불교를 단지 하나의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수행하는 것으로 본다면 말입니다. 텍스트와 수행 그 어느 것도, 특정한 곳에 살고 있고 특정한 나이에 있으며 특정한 상황에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당신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과 떨어져서 이해될 수는 없습니다. 불교는 결코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융성하지 않았습니다. (* 이 인터뷰는 불교 전문 잡지 《트라이시클》에서 2010년 봄에 진행한 스티븐 배철러와의 인터뷰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작가 인터뷰의 우리말 번역을 맡아주신 김옥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진_ 2013년 10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역자와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스티븐 배철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