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어메이징 그래비티>를 펴낸 조진호 선생님


Q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현재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생물교사로 근무하는 조진호라고 합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네요. IT업종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3년 전 교편을 잡게 되었고, 평소 과학에 흥미가 무척 많아 틈나는 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첫 책이 나와서 스스로 뿌듯하고 또 대견해하고 있습니다.^^


Q이번에 펴내신 책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중력의 놀라운 원리와 역사’를 담은 그래픽 노블입니다. 길게는 40억 년, 짧게는 2,500년 역사 속에서 중력과 이를 둘러싼 주요 개념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왔는가를 중점적으로 담으려 했습니다. 예를 들면 중력은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이기도 했고, 중심 방향으로 잡아당겨지는 현상이기도 했으며, 물질끼리 끌어당기는 현상으로 또는 반대로 밀어내는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선사시대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변함없이 대지 위에 서 있고 무게를 감지하고 비슷하게 적응했는데 중력을 이렇게 다르게 인식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죠. 중력은 워낙 중요한 과학 개념이라서 많은 과학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대체로 다른 물리 개념들과 혼재되어 소개되고 있고, 어떤 책들은 이론 자체에, 어떤 책들은 인물 중심으로, 그리고 다분히 뉴턴과 아인슈타인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중력 그 자체, 그리고 인물들의 생각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긴 시공간을 초월한 그들의 고민과 실패의 고리를 찾고자 했고요. 그래픽 노블의 장점인 드라마 형식이 이를 구현하는 데 유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는 동시에, 중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시시각각 변해온 우주관에 대해서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Q어떻게 집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모든 일이 그렇듯 작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과학 관련 책들을 주로 읽어왔고, 어느 순간 책을 읽은 뒤 느낌과 생각을 혼자만 간직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상상력과 스타일로 재창조하고 싶다는 창작욕이 일었습니다. 2년 반 전 민족사관고등학교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학생들 간에 수많은 대화를 이끌어내는 수업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여타의 공부로 지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쾌하고 즐거운 과학으로 다가갈 수 없을까를 궁리했던 거죠. 그러면서 ‘만화’로 된 수업자료와 시험지에 생각이 이르렀고요. 학교수업을 마치고 시간적 여유가 조금씩 생기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 특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많이 생각하곤 했는데... 그런 생각과 소소한 만화작업과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이 책의 집필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필에 대한 주변의 권유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현직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여동생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관심사가 엇비슷한 동생과는 평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는데, 어느 날 동생이 만화를 그려보라는 권유 아닌 권유를 했고, 저는 호기롭게 그러자,라고 했죠. 나중에 들어보니 동생이 그때 속으로 ‘진짜 하겠다고? 과연 그게 오빠 맘대로 쉽사리 될까?’라며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Q집필과 그림채색을 비롯해 총 작업기간이 2년여라고 알고 있습니다. 긴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일 것 같은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첫 책을 출간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A마지막 페이지의 채색작업을 막 끝났을 때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더군요. ‘끝났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무중력 상태로 날아갈듯 홀가분해졌습니다. 책작업은 머리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 힘으로 한다는 말은 정말 사실이었어요. 끈기와 체력, 이것이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만화책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더 힘들었을 거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다시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여전히 힘들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작업은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아름다운 풍경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유 없이 하기 싫어도, 혹은 유난히 글이 술술 잘 풀려도, 모니터를 바라만 봐도 속이 울렁거려도 무조건 계획한 대로 해야 제때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힘든 얘기만 한 듯하네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즐거운 순간들 덕분에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Q만화작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또한 만화작업을 할 때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A실제 작업을 해보니까 만화라는 형식은 많은 요소들이 결합한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만화가인 여동생에게 들은 얘기인데 드라마, 영화감독 중에 만화가 출신이 꽤 많다고 해요. 이것은 만화와 영화가 겹치는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죠. 만화는 끊이지 않고 연결되는 구조를 지녀야 하고, 등장인물의 연기, 그들의 무대, 시간의 흐름, 장면 연출, 그래픽 효과 등 많은 것들이 서로 맞물려 있어 이것을 어떻게 엮어내는가가 만화가의 개성과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거든요. 같은 내용을 몇 쪽의 만화로 만들라고 했을 때 만화작가 열이면 열, 전부 다른 만화를 그려내게 되겠죠. 이 과정들 속에 만화작업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화작업할 때 신경써야 하는 중요한 요소라… 이것은 어떤 성격, 어떤 장르의 만화인가에 따라 달라질 텐데요. 『어메이징 그래비티』처럼 과학만화의 경우에는 기본 내용을 탄탄히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만화를 읽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진지한 독자들이기에, 작업 전에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철저한 고증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 스스로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가르쳐줄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쌓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이것이 부족한 상태로 섣불리 그림을 그려나간다면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다음으로는 어려운 내용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방법론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작가의 무던한 고민과 끈기가 필요한 부분이겠지요. 너무 몰입하다 보면 시선이 객관화되지 않는 것도 경험하게 되는데, 가끔 독자 입장이 되어 작업물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Q어떤 책을 평소 즐겨 읽으세요?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나 단행본 작가 또는 작품이 있다면요?

A만화작업에 집중하던 지난 몇 개월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잘 못 읽었던 터라, 요즘엔 그 갈증을 해결하고자 읽고 싶었던 책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주로 과학, 역사 서적을 많이 들춰보고 있어요. 간간히 머리 아플 때 소설과 여행서 등을 읽고요. 사실 만화책은 아주 많이 보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만화작업을 시작하면서 참고자료 삼아 여러 만화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순수한 독자의 시선으로 보지 않게 되는 단점도 있네요. 저 그림을 그리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나라 만화작가 중에는 허영만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그분의 변치 않는 성실함과 꾸준함을 존경해요. 단행본작가 중에는 빌 브라이슨을 좋아해요. 여행책과 과학책을 꾸준히 내는 분인데, 정말 위트 있는 글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답니다. 나도 저런 글을 써봤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요.

요즘 읽었던 책들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과학의 고전 『생명이란 무엇인가』(슈뢰딩거),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해럴드 도른 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읽었던 책으로 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위대한 최후의 왕두들』(줄리 앤드류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상상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세계에서 왕두들을 찾아 모험을 하는 내용인데, 정말 완전히 매료되었던 책입니다.


Q앞으로 어떤 책들을 집필하고 싶으세요? 혹 준비 중인 책이 있으신가요?

A당분간 과학만화책을 몇 권 더 쓰고 싶습니다. 주제를 정할 때 아무래도 제 개인적 흥미가 우선되는데요. 요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 중인 분야는 ‘유전자(gene)’입니다. 왜 무생물과 달리 생물은 자신을 닮은, 하지만 똑같지 않은 존재를 남기는 것을 반복하는 걸까요? 목적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자연현상일까요? 이 주제는 제가 살면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였고, 생물교사로서도 책임감을 살짝 느끼게 하는 주제입니다.


Q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책을 읽어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인사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이 책을 읽을 때는 일반 만화보다는 좀더 천천히 읽어나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중력이라는 개념의 핵심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가속도, 시간, 공간 등 약간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꼼꼼히 읽은 뒤에 나름의 성취감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연결 고리가 되는 개념들인 관성, 절대/상대성, 질량,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집중하면 책을 읽는 동안 흐름을 잃지 않을 겁니다.

요즘은 유아나 초등학생들을 위한 과학학습만화는 아주 많지만, 과학을 알고 싶거나 좋아하는 중·고등학생과 성인들을 위한 어느 정도 깊이 있는 과학만화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이 소중한 단비 같이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과학도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하는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어메이징 그래비티』가 출간되어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데 솔직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해서 호기심 충만한 눈을 가진 여러 사람들과 즐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접한 독자 여러분이 중력에 대해 유익하고 즐거운 생각을 하시고, 저와도 공유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모쪼록 중력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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