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어메이징 데모크라시>를 우리말로 옮긴 변호사 정소연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서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소연이라고 합니다. ‘법률사무소 보다’라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Q∥ 이번에 우리말로 옮긴 <어메이징 데모크라시>는 어떤 책인가요?

A∥ 그리스 아테네에서 참주정이 민주정으로 전환되고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가 발명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역사 만화입니다.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레안드로스라는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면서 보여주고 있어, 한 청년의 성장담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Q∥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A∥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구체적으로는 답하지 못하겠네요. 책 후반부에서, 어떤 상처들은 영원히 낫지 않고 흉터를 남기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있어요. 한 컷인데,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Q∥ 지금 우리가 <어메이징 데모크라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아무래도 지금이야말로! 라는 생각이 드는 때죠? 민주주의 하에서 우리가 정한 규칙대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니까요.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 시민들은 레안드로스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역사만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줄까요?

A∥ 어떤 큰 변화는 어쩌면 굉장히 사소하고 우연적인 계기에서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그 변화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세상이 단번에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점, 영웅은 없지만 더 용감한 사람들은 있다는 점, 모두가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더라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때로 소위 대의를 위해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이요.


Q∥ 원서가 여러 인물의 목소리로 쓰인 이야기인 만큼, 우리말로 풀어내는 데도 신중을 기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어 번역하셨는지요?

A∥ 기원전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 여기 한국 현실에 맞닿는 면이 많은 책인 만큼 번역하면서도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너무 옛날이야기처럼 읽히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또한 배경이 되는 시대 자체의 한계(수천 년 전 이야기니까요!), 주인공이 남자인 점 때문에 젠더적 관점에서 보면 조금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번역하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쉬움을 덜어내려고 신경을 썼어요. 예를 들면, 부부 사이에 여성과 남성이 서로 반말을 하는 것으로 번역했는데,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면 이것은 딱 맞는 선택이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현대에 맞추려고 했어요. ‘숫처녀’같은 표현을 쓴 것에는 지금도 고민이 있지만 번역자가 원작을 변형할 수는 없으니...


Q∥  만화책 번역 작업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을 번역하면서 즐거움도 어려움도 있었을 듯합니다. 관련한 에피소드나 소회를 들려주세요.

A∥ 말풍선 크기를 생각해 문장을 적절히 나누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모든 문장이 상당히 짧게 끊기죠. 의성어나 의태어 번역이 조금 어려웠고, 그리스 인명이 정말 헷갈렸어요. 이름이 긴 편인데다, 원서는 인명을 영어로 써 놓은 상태였으니까요. 실존인물이면 찾을 수 있지만 가상인물인 경우에는 고민스럽더라고요. 저는 고대 그리스어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을 더듬어 가상인물의 인명도 그리스식으로 맞추려고 신경을 썼어요.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은 전문가인 지인들께 여쭤봐서 도움을 받아 정리했어요. 하지만 틀린 부분이 있다면 제 책임이에요. 이 말을 역자 후기에 깜박 못 썼지 뭐예요!


Q∥ 그동안 번역했거나 집필한 작품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약자나 소수를 다룬 책들이 다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 책도 그중 하나인 듯하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더하여 관련해서 독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은 이 책에서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태동한 역사를 (픽션도 섞여 있지만) 보셨으니, 다음 책으로는 한국의 민주화를 다룬 <오월의 사회과학>(최정운 저)을 권하고 싶어요. 또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책도 권하고 싶어요. 민주주의가 단순히 다수의 결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같이 고민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Q∥ 끝으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들이 있나요? 그리고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독자의 연령을 가리지 않고 나온 책이지만 청소년 독자들에게 특히 더 권하고 싶긴 해요. 역사 속 개인의 성장기라는 점에서요. 전하고 싶은 말은 옮긴이의 글에 다 써서... 음, 이 책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님께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좋은 경험이길 바라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저자들이 레안드로스라는 가상의 주인공을 애써 평범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다. 일단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생의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예술가는 아무래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다시 보면, 역사적 순간을 사는 개인들은 ‘레안드로스처럼’ 평범하게 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지금 이 시대는 무언가 다르다고 자각하면서, 그 자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세계를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안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큰 재능을 한 번쯤 끌어내어보면서, 거대담론에 휩쓸린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계속 살아가면서, 평원에서의 전투를 준비하면서. 용기를 내면서.” - 옮긴이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