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독자들에게 첫 인사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책 『엄마의 영화관』으로 인사드리는 강안입니다. 대학에서 아동문학창작 강의를 해오며, 동화책 몇 권을 쓴 동화작가예요. 영화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시민들, 특히 부모와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인문학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Q∥『엄마의 영화관』을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나요?
A∥ 2006년에 영화광 남편 이승민 씨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책의 반응이 좋아서 2010년에 후속작도 펴내게 되었지요. 책을 출간한 후 독자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영화’도 필요하지만 ‘부모를 위한 영화’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두 책에 소개된 영화 150여 편을 골라 보며 가족 간 대화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어요. 서로 말이 터지면서 관계가 좋아졌다는 얘기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바람들을 담아 부모와 자녀와 따로 또 같이 볼 만한 영화 31편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특히 부모의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영화, 부모와 자식, 가족의 관계를 새롭게 열어가고 마음에 여유를 주는 영화를 모았어요.
Q∥ 영화교육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두 아이를 독서와 영화, 여행을 통해 방목하며 키웠어요.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그 덕에 길 찾기가 쉬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영화라는 매체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바라는 눈을 틔우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매체로 책만 한 것도 없겠지만 영화도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봅니다. 영화의 교육적인 효과를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봐요. 많은 학생들이 ‘보다’를 ‘읽다’보다 선호한다고 하지요. ‘보다’는 ‘읽다’보다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영화는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보잖아요. 짧은 시간 동안 다각적인 생각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는 게 영화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이 세상을 열어가는 길잡이로서 ‘영화 보기’를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영화 보기’를 ‘책 읽기’와 병행할 수도 있죠. 요새 극장가를 보면 소설을 영화화해서 개봉하는 작품들이 참 많죠. 감독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영화가 책과 동일시될 수 없지만, 책과 영화의 비교를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찾아갈 수 있기도 합니다.
• <엄마의 영화관>에서 함께 본 작품들 •
1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 아주 가까운 타인, 가족을 보다
이별까지 7일 / 동경가족 / 윈터 슬립 / 바베트의 만찬 / 앵그리스트맨 / 아무도 모른다
2부 사랑일까? : 사랑 혹은 그 무엇에 관하여
아들의 자리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초콜릿 도넛 / 소중한 사람 / 케빈에 대하여 / 라벤더의 연인들
3부 나는 당신의 삶을 응원한다 : 내 아이와 함께하는 세상 읽기
우리들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더 헌트 / 인 어 베러 월드 / 콰이어트 맨 / 와즈다 / 앨버트 놉스
4부 이 세상 누군가 울고 있다 : 더 큰 공존, 함께하는 삶을 위하여
르 아브르 / 데저트 플라워 / 천상의 소녀 / 학교 가는 길 / 아들 / 자전거 탄 소년
5부 삶의 강을 건너다보면 : 전반전이든 후반전이든, 삶은 아름다운 것
퍼스트 그레이더 / 여름의 조각들 / 아무르 / 마마 고고 / 어바웃 슈미트 / 세상의 모든 계절
Q∥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영화를 보셨는데요, 그 긴 시간은 선생님 가족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요?
A∥ 저는 영화에 많은 빚을 졌어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의 자리’가 녹록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관계와 소통 문제로 삶이 질척거릴 때도 있었고, 부모가 된다는 건 뭘까 여전히 헷갈리고 좌충우돌할 때도 많았어요. 그럴 때 영화가 큰 힘을 줬습니다.
내 마음이 어떤지, 남편과 자녀의 마음은 어떤지, 영화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었습니다. 영화를 함께 보는 동안 영화 속 인물들은 부모로서 쉽게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해주었어요. 아이들 또한 그랬겠지요. 그 덕에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란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니까요. 한 편 한 편 우리 삶의 일부로 이해하니 관계와 소통이 쉬워진 것입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각자 생활 패턴이 있다 보니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잖아요. 그럴 때 주말에 두어 시간만 내어서 아이 또는 남편과 ‘주말의 영화’를 보는 겁니다. 가족과 함께 영화 보기, 저는 적극 권해드리고 싶어요.
Q∥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A∥ 어릴 적에 아이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엄청 좋아했어요. 아빠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거든요. 그 덕에 기계문명이 결코 인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자연과 환경이 인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했지요. 초등 고학년이 되며 영화 <파워 오브 원>을 보며, 한 사람의 역할이 자신과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인간의 폭력성과 선에 대한 의지도 알아갔고요. 영화 <시티 오브 조이>는 인도에 대한 호기심에 불을 당겨 직접 현장을 보고 싶어 했어요. 길거리에서 원달러를 외치며 살아가는 아이들과, 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등교하는 부잣집 도련님을 배웅하는 하인의 어린 아들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카스트 제도 하에 놓여 있는 인도인의 삶을 목격하고 제도와 관습이 삶의 형태를 어떻게 강제하고 바꾸는지도 확인했지요.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의 횡포 아래 사회약자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인지, 생각의 싹을 틔우고 키운 것 또한 영화를 통해서입니다.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를 본 후에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음료와 패스트푸드로부터 멀어졌어요.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앨버트 놉스> 등은 과거 여성들의 삶과 결혼, 성소수자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의 삶과 철학에 관해 관심을 갖게 했지요. 그의 인생론에 경외심을 갖게 되어 주인공 안나와 레닌의 삶을 좀 더 꼼꼼히 보려고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텍스트를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한 권 더 읽게 된 셈입니다. 한두 시간이면 볼 수 있는 영화를 통해 독서가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어요.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워요. 매일 틈틈이 한두 장씩 읽어가는 책은 하루 이틀, 일주일이 쌓여가며 정신을 살찌운다는 걸 알았지요. 그러니 영화는 힘이 아주 셉니다.
이번 책에 이 모든 영화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책에 실린 한 편 한 편을 예로 삼아서 독자분들도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이 그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부모를 위한 영화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몇 편 소개해주세요.
A∥ 저는 영화를 고르면서 제 마음의 상태를 읽곤 합니다. 마음이 영화를 선택하고 그 영화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골라 본 영화 한 편이 하루, 일주일, 한 달 오랫동안 마음을 움직이며 삶에 변화를 가져올 때가 많았어요.
삶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면 영화 <인생>이나 <이키루>을 보곤 합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들도 위로의 손길이 되지요. <오만과 편견>을 비롯한 제인 오스틴 영화나 <화양연화>는 마음을 유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음에 분심이 생길 때 <벌이 날다>나 <마테호른>, <카모메 식당>, <바베트의 만찬> 등을 통해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지요.
<투게더>나 <존 큐>, <패밀리 맨>, <앵그리스트맨>, <아들의 자리> 등은 가족에 대한 책임, 자식에 대한 사랑에 대해 되묻게 합니다. 부부 간 사이가 소원해질 때 <윈터 슬핍>이나 <어린 왕자>를 보곤 하지요. 이런 영화는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상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 유용합니다. <케빈에 대하여>나 <아무도 모른다>는 커다란 충격을 주었지요. 자식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은 무엇일까?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나이가 들며 노후의 삶 또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지요. <동경가족>이나 <소중한 사람>, <어바웃 슈미트>, <하얀 손가락>, <아무르>, <씨 인사이드 > 등은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삶의 마무리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갖게 합니다.
Q∥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혹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A∥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마음에 두어야 할 것이 ‘말’인 것 같아요. 내가 낳은 자식에게 못할 말이 어디 있겠냐고 하겠지만, 자식이니 더 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에게는 예의를 지키면서도 부모와 자식 간에는, 이해해 주겠지, 하면서 함부로 대하지요. 그러다 보면 상처 되는 말들이 오가고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남들만 못한 관계가 된 것입니다.
학생이 공부에 집중해야지 무슨 영화냐고 합니다. 아이들이 무슨 기계인가요? 부모는 그렇게 해보기나 했을까요? 부모가 되면 왜 잔소리꾼이 되어 종 흔들 듯 아이들을 흔들어대는 걸까요. 자식을 사랑한다면서도 자식이 주말드라마나 영화 한 편 보는 데 가자미눈을 뜨고, 이글거리는 장작불이 되어가는 부모가 많아요. 결코 아이가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현실을 운운하며 공부, 입시, 취업 공식을 무시할 수가 없지요. 부모가 용감해졌으면 좋겠어요. 얘아, 너 지금 행복하니? 공부 잘한다고 다 잘 되지는 않더라. 바르게, 성실하게 하루하루 소소하게 평범하게 살며 행복감을 느끼는 게 필요해. 엄마 아빠는 네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영화도 보고 만화책도 읽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가며 네 환한 얼굴을 보고 싶구나.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될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부모 밑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이 자기 내공을 키워갑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져야만 하니 생각을 많이 해야 하지요. 부모가 알아서 하라는데, 너를 믿는다는데, 너는 잘하고 있다는데, 어찌 대충대충 건성건성 할 수가 있을까요. 주인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몇 마디 부탁드립니다. ^^
A∥ 이번 주말에 영화 한 편 어때? 주말엔 모든 걸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해야 한단다. 우리 모두 휴대폰을 꺼놓자. 만화책 몇 권 빌려올까? 요즘 세상이 시끄러우니 찰리 채플린 영화를 볼까? 아니면 <사운드 오브 뮤직>은 어때? 네가 추천할래? 이런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솥밥 먹고 웃을 수 있는 하루하루, 그런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면 무리일까요? 영화가 저와 가족에게 길잡이가 되었듯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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