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안녕하세요. 잇츠허브 농장에서 허브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농부이자 그림작가 박선영입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을 맞이해 허브를 찾는 분들이 더욱 많아져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또한 곧 있을 그림 전시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Q∥이번에 펴낸 『올 댓 허브』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이 책에는 허브와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6여 년 전까지만 해도 허브와 사랑에 빠질 줄은 꿈도 못 꿨던 제게 인생의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 허브는 소통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소설이나 에세이는 아니에요:) 우리네 일상에 알게 모르게 존재해온 99가지 허브 식물에 대한 인문학적이고도 실용적인 정보가 듬뿍 담긴 책이랍니다. 또한 글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데도 공을 들였습니다.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함께하는 책이 되길 바랐던 마음입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다르듯, 허브 식물들의 다양한 생김새, 특성의 매력을 점점 더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자연을 통해 얻게 되는 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Q∥‘허브’란 무엇인가요? 좋은 향기를 가진 식물을 말하나요? 관련해서 설명해주세요.
A∥허브(Herb)란 푸른 풀을 뜻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에서 유래된 것으로 잎과 줄기를 향신료, 향미, 치료제 등으로 식용이나 약용하는 식물을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허브를 ‘메디컬 식물(medicinal plant)’이라 칭하며 민간요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어요. 동양의 ‘약초’도 여기에 속하고요. 약이 귀했던 고대에는 허브가 인류의 모든 것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오랜 연구를 거듭해오며 허브의 이용 부위는 잎, 줄기에서 꽃, 열매, 씨, 뿌리 등으로 넓어졌답니다. 하지만 허브는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때문에 허브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하여 복용해야 합니다. 허브는 효능과 종류가 다양하고 그 이용 부위마다 재배하는 방법도 달라서 목적을 가지고 잘 재배하면 좋은 약용 작물이 되지만 자칫하면 잡초가 될 수도 있지요. 이러한 면면들을 숙지하며 허브를 알아가는 것도 도움이 된답니다.
Q∥이 책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나요? 책을 만들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허브 농장을 운영하면서 농업잡지에 허브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어요. 그림도 직접 그려가며 허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짧은 칼럼이었지요. 그러던 중 제 글을 접한 출판사와 인연이 닿았고요. 물론 칼럼과 펴내고자 했던 단행본의 성격이 달랐기에 글과 그림 모두 새로 작업했습니다. 막연히 허브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은 가져왔지만, 책을 집필하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책의 콘셉트, 글과 그림의 방향 등을 잡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은 너무 아티스틱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친근하게 보며 힐링할 수 있는 그림으로 다가가고 싶었죠. 보기에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허브의 특징들을 잘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산과 들, 길가에 피어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독자들이 친근한 허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글은 허브의 정보적인 측면을 충분히 담으면서도 허브를 통해 제가 느낀 삶의 지혜가 적절히 녹아날 수 있도록 집필했습니다.
Q∥본문 구상이 특별해 보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흰색부터 검정색까지 자연스레 빛깔이 변하는 허브의 모습들이 보이는데요. 그렇게 구상하신 까닭이 있을까요?
A∥농장의 하루는 해가 뜨는 것과 함께 시작되어 해가 지면서 마무리가 됩니다. 해가 떠오르면 우리는 빛을 통해 색깔을 보게 되죠. 허브의 아름다움도 마찬가지예요. 대자연의 흐름과 함께 다채로운 빛깔로 자신을 드러내며 삶을 이어가는 허브 식물들을 보자면 그 빛깔만으로도 나 자신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곤 한답니다. 흔히 허브는 초록의 싱그러운 색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그 다채로운 색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는 그렇게 하얀색부터 검정색까지 총 10가지 색으로 테마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같은 보라색으로 묶여 있어도, 허브의 종류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색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고요. 물론 이 구성은 각각의 허브의 중심이 되는 특징을 반영하여 제가 임의로 분류한 것입니다. 원예치료에서도 색감을 이용해 정서적 안정감을 배가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면면으로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말씀하신 것처럼, 책 속에 담긴 99가지의 허브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입니다. 특별히 99가지를 선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허브 그림과 관련해서도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선별의 기준 역시 다양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허브부터 서양허브까지, 그리고 허브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허브, 또한 평소 우리가 허브인지도 잘 모르고 있는 허브까지, 뿌리를 먹는 허브부터 씨앗을 먹는 허브까지, 독이 있는 허브부터 독이 없는 허브까지, 몸을 치유하는 허브부터 마음을 치유를 하는 허브까지, “올 댓 허브”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다채로운 허브의 모든 특징들을 하나하나 비교하고 배워갈 수 있도록 선별했습니다. 물론, 다른 무엇보다 농장에서 제가 직접 경험하며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던 허브들을 우선하여 선별하고자 했고, 또한 기존의 책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허브 식물들을 수록하고자 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허브가 있지요.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마음에 드는 허브를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한 99가지 허브 외에 ‘내가 좋아하는 허브’ 목록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추가되었으면 하는 허브를 제게 알려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렇게 독자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 더 확장된 ‘올 댓 허브’를 엮어가고 싶네요.
Q∥허브를 잘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만의 허브 정원(농장)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요?
A∥먼저 허브와 친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허브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해 덜컥 겁부터 먹는 것 같아요. 저도 역시 지금도 허브를 죽여요. 그럴 때는 왜 허브가 죽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다양한 방법들을 공부하고 연구하지요. 각 허브마다 자생지와 특징이 모두 달라요. 나라마다 기후와 특징이 다르듯이 허브도 각 자생지마다 자라는 환경이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각 허브의 성격과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키우는 식물이 한해살이인지 여러해살이인지 또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를 먼저 이해한다면 어느 위치에 심어야 관리가 쉽고 외관상 보기가 좋은지를 알 수 있게 되죠. 이것을 시작으로 허브와 더한층 친해진다면 허브의 맛, 쓰임, 번식 방법 등이 절로 보이게 될 것입니다. 특별한 정답은 없어요. 내가 먼저 허브를 이해하고자 다가간다면 허브 역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거예요. 나를 여기에 심어줘요, 추우니 실내로 옮겨줘요, 같은 식으로 말이죠.
Q∥치매노인, 발달장애, 청소년, 어린이 원예치료사로도 활동 중이십니다. 원예치료는 무엇이고,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지나요?
A∥원예 치료란 식물과 원예 활동을 통해 사람의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신체적 적응력을 향상시켜 신체와 정신을 회복시켜주는 과정을 말합니다. 식물들을 재배하고 돌보며 서로 상호적인 교감을 통해 마음과 감정의 발달을 가져다주며 더 나아가 질병이나 상처로부터 회복과 재활을 위한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대상자마다 원예 활동은 다르게 이루어지는데 연령, 앓고 있는 질환, 이해 수준 등에 맞춰 진행하며 각 대상자마다 진행하는 횟수도 달라요. 활동은 심기, 만들기, 수확하기, 맛보기, 색깔 분별하기, 향기 맡기 등으로 다양합니다.
Q∥허브 농장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어떤 곳인가요? 소개해주세요!
A∥잇츠허브 농장입니다. 저희 농장에서는 주로 먹는 허브 생잎과 식용 꽃을 키우고 있어요 조그만 지퍼 백에 민트 잎을 담아 직접 영업을 뛰던 힘겨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규모가 점점 더 커져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농장은 가족의 추억과 사랑이 함께 커가는 공간이라 더욱 소중하답니다. 잇츠허브 농장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신문기사나 블로그(https://blog.naver.com/itsherb2012)에서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Q∥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실 것 같습니다. 펴내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A∥허브 그림을 그려오면서 다양한 허브들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매력을 발산하는 것을 느꼈어요. 칼 본 린네가 식물을 공통분모끼리 묶어 분류했듯 그림도 비슷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허브들이 함께 있을 때 아름다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그렇게 각 허브들의 매력을 다른 시각으로 배워갈 수 있는 책들을 펴내보고 싶어요. 또한 기회가 된다면 제가 허브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시로 풀어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힐링과 소통을 원하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어요. 허브를 알아감으로 나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나 스스로가 사랑하는 소중한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생각하고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요. 또한 허브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누구라도 읽어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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