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를 펴낸 인디고 서원 이윤영 실장 인터뷰

(이 인터뷰는 제천간디학교 황석연 인턴이 진행했습니다.)


Q. 2020년 봄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를 펴낸 지 약 1년 만에 ‘코로나19 청소년 보고서’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는 상황,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디고 서원의 근황은 어떠한가요?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출간 이후 1년 동안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으로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를 펴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학자와 실천가들이 말하듯, 인디고 서원 역시 코로나19가 단순히 바이러스 종식으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삶의 양식과 가치관을 바꾸어야 할 거대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의로운 선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최근 주력하고 있는 일은 바로 어린이 인문교양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2006년부터 15년 동안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책을 바탕으로 꿈을 꾸며 세상과 소통해 더불어 실천하고자 14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잡지이지요.


작년 이맘때쯤 삐삐 시리즈의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을 읽었는데요. 책에는 린드그렌의 인터뷰 내용 중 “어린이가 겪는 슬픔보다 더한 슬픔은 없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 문장을 읽은 인디고 서원의 허아람 대표님께서 어린이 잡지를 만들자고 말씀하셨지요. 요즘 어린이들이 슬픈 일이 많잖아요. 말도 안 되는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들도 많고, 벌써 입시 경쟁에 스트레스를 받는 어린이들도 많아졌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껏 꿈꿔도 괜찮다, 즐겁게 놀아도 괜찮다, 경쟁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렇게 말해주는 잡지를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3월 28일 발행 예정이니, 많은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이 겪는 슬픔보다 더한 슬픔이 없듯, 어린이들이 행복하다면, 아름다운 세상에 환희를 느낄 수 있다면, 공생할 수 있다면, 정의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면 그보다 확실한 지속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책이 대부분 청소년들이 쓴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글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몇몇 이름들은 인디고 서원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인디고잉>에서도 꾸준히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 청소년들의 활동 영역이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청소년들과 인디고 서원의 관계를 소개해 주세요. 누구나 원한다면 ‘인디고 서원에서 글 쓰는 청소년’이 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인디고 서원에는 매주 1권 이상의 책을 읽고 함께 글을 쓰고 토론하는 ‘인디고 인문학 수업’ 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매년 100여 명 있습니다. 그중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은 10명입니다. 다른 친구들의 글을 편집하여 기사를 쓰거나, 주제에 맞춰 연구하고 글을 쓰는 멋진 청소년들이지요. 인디고 인문학 수업에 6개월 이상 열심히 참여한 청소년들이 <인디고잉>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저 역시 중학생 때부터 인디고 인문학 수업에 참여하고, <인디고잉> 2호 때부터 기자로 활동해 지금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인디고 인문학 수업은 인디고 서원보다 더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허아람 대표님은 올해로 32년째 이 수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쓸모 있는 인문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시간이지요. 그 수업의 결과가 인디고 서원이고, <인디고잉>이며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국제 인문학 프로젝트 ‘인디고 유스 북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주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다 보니 인디고 인문학 수업에서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중요한 이론과 창조적인 실천가들의 활동을 찾아내 공부하고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도 하지요. 더 많은 청소년과 함께 질문을 공유하고자 <인디고잉>을 만들고 있지만, 활자를 읽기 어려워하고 낯설어 하는 청소년들이 많으니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인문학 강의인 ‘청소년을 위한 열두 달 작은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14세~19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 많이 참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되고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지금 공교육을 받는 대부분 학생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는지, 긍정적이 부분도 있는지, 공교육의 현 위치와 자세한 실태가 궁금합니다.


A. 이번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에 중요한 내용들이 모두 담겨 있는데요. 지난 주에 책을 펴낸 청소년들이 책 출판 이후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학교에 왔더니 청소년들이 체감하는 문제는 심각하다고 합니다. 작년 1년 과정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온 친구들이 20~30% 정도 된다고 말하는 정도니까요. 학습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리거나 포기한 친구들도 적지 않고, 격차가 심해져서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합니다.


학습 격차는 단순히 성적의 차이가 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공동체 활동이 불가하다보니 너무 수업 진도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보면 정말 중요하게 해야 할 이야기들이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게 될 수도, 소외되고 낙오되는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청소년 세대의 무기력함이나 패배감이 점점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20년 후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면, 책에도 썼듯 절망적입니다.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더 나은 미래,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아 교육의 문제를 토론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책을 읽고 오늘날 공교육의 문제점은 이해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에서 더욱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한편으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제시하는 방향의 차이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정의로운 세상’의 모습이 있나요?

A.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정의로운 세상인지 고민을 놓지 않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노력이 끊임없이 시도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눈앞에 보이는 명백한 부정의를 제거하는 것”이 정의를 위한 가장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답은 정확하지 않지만, 무엇이 부정의한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까요.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의 서문에서 인용한 바 있는데,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에서 말했듯 “배고픔과 무지”에 빠진 아이가 있는 세상은 부정의합니다. 고칠 수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서 치료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있는 세상은 부정의하지요.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하는 생명들이 있는 세상은 부정의합니다. 이런 것들을 없애고자 하는 의지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본능적으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에 인디고 서원이 한국에 초대하기도 했고 인디고 서원에서 출판한 책 <크리스 조던>의 작가 크리스 조던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처한 진짜 문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급하게 답을 내리기보다, 아름다움의 눈으로 부조리함과 절망 너머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바로 교육이겠고요.


Q. 실제로 공교육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전국 곳곳에 대안학교도 많이 세워졌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도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우리나라 공교육에게 구체적인 대안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구체적인 대안과 방법은 이미 너무나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미 시도된 제도도 많고요.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들이 많은 이유는, 교육의 목표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합의가 여전히 ‘대학 입학’ 혹은 ‘돈 잘 버는 직업을 갖는 것’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목표가 행복한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라면,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라면 우리 교육은 분명히 바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교육 목표에도 이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의 닫는 글에서도 썼듯, 전 세계 기후정의행동을 이끌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에 대해 “스웨덴의 환경 교육이 그레타 툰베리 세대를 만들었다”, “사회적 산물로써 그레타 툰베리”라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실시한 스웨덴의 환경교육은 ‘녹색 혁명 전사(green revolutionary)’들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교육을 받은 세대는 생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그레타 툰베리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많은 청소년은 기후위기를 반드시 바꾸어야 할 심각한 문제로 여겼고, 그들의 목소리에 사회 전체가 동의하고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10년 뒤, 20년 뒤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길 바라는지, 위기의 순간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고 싶은지 국가 전반적으로 함께 사유하고 결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나 하나, 내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는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없고, 내 옆의 사람이 건강해야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로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그러니 공생과 연대의 가치를 중요시 할 줄 아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그런 본질적인 목표의식을 되찾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책에서 우리가 도착하게 될 미래, 2040년의 모습이 자주 다뤄집니다. 지금 우리가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암울한 2040년의 모습을 바꾸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A.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에는 4명의 좋은 어른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의 저자 델핀 미누이는 청년들이 실제 전쟁터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했고,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 감독 시그리드 클라우스만은 아이들의 수호신이 되어주라고 하셨습니다. 영화 <2040>의 감독 데이먼 가뮤는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했고, <세계의 내일> 저자 야나 슈타인게써는 개인의 선택이 전 지구적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눈으로 목격했으니 작은 일이라도 지금 실천하라고 하셨지요.


저는 이런 분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만남은 삶을 바꿉니다. 가끔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경우들이 있어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지만, 나의 생각 역시 갇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옳고 정의로운 신념을 지키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용기와 신념은 분명 전염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고, 그 힘들이 모여 분명 세상을 바꾸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Q.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책에서 무엇을 얻고, 생각하고 실천해 주었으면 하는지 들려주세요.

A. “그래서 이렇게 목소리를 냅니다. 살고자 하는 절박한 외침입니다. 정의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생존을 위한 일입니다. 그리고 정의로운 세계를 만드는 깨어 있는 시민은 교육을 통해 탄생할 것입니다. 현실의 부정의에 맞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교육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우리는 교육 혁명을 통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이것이 청소년이 쓴 코로나19 교육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의 닫는 글 마지막 부분입니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선언을 통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고 약속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께서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시고 토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쓰는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의 글은 어떤 모습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