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우리 곁의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를 엮은 신학자 주원준 인터뷰


Q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구약학(성서언어학)과 고대근동언어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복음화 위원이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으로도 활동중이셔서 이 책을 엮는 데 적임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집을 결심하게 될 당시에 어떤 마음이셨나요?

A∥저는 스스로 ‘평신도 신학자’라는 정체성이 크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선 이 책을 처음 맡을 때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교황님이 워낙에 큰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시라서, 그분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그분으로 가는 길을 잘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죠. 밤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컸어요. 하지만 한국의 평신도 신학자로서, 동료 평신도에게 교황님의 진면목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Q교황청이 이번 방한과 관련, ‘교황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해달라’는 이례적 요청을 해왔다고 하는데, 이 사진집은 그러한 메시지에 충실한 책으로, 특별한 의미들이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A예 맞습니다. 바티칸의 정의평화위원회(The Pontifical Council for Justice and Peace) 부위원장이신 마리오 토소(Mario Toso) 주교님이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준비하러 한국에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강우일 주교님 등 한국 주교님들의 생각과도 일치했습니다. 교황을 마치 팝스타처럼 맞이하지 마시고, 그분의 메시지에 집중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분명히 교황을 해외 유명 스타의 방한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교황님과 바티칸의 화려한 모습보다는 그 메시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그렇다면 어떤 메시지들을 어떤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려 하셨는지요?A전체 6장의 구성을 통해 교황의 인물과 그 메시지를 충실하게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1장은 호르헤라는 인물의 과거를 드러내려고 했고, 2장은 가난에 대해서, 3장은 하느님에 대해서, 4장은 교회에 대해서 5장은 사제, 성직자, 평신에 대해서, 그리고 6장은 실천적 격려의 말씀을 모아 놓았습니다. 가난에 대해 무척 강조하는 분이시라 2장의 내용이 가장 많지만, 다른 장에서도 그분의 사회적 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Q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고를 때,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원문을 일일이 대조하며 충실히 정리하려 하셨습니다. 책 속의 인용문들을 보면서 교황이 쉬운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 이전 교황들의 그것과는 어떤 면에서 다른지요? A프란치스코 교황은 ‘직관의 언어’로 울림을 주고, 현대인들과 깊이 소통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영감을 자극합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즉석에서 쉽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그분의 언어는 예수를 닮았습니다. 교황은 해방신학에도 관대하고, 몸소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그의 말씀에 사회과학적 용어가 거의 없다는 점은 무척 특이합니다. 복음화의 명료한 사회적 차원, 가난한 교회, 야전병원 같은 교회를 역설하는 『복음의 기쁨』에는 ‘계급’이란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그 대신 성경과 전통의 언어가 풍부히 등장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적이고 전통적인 표현’만으로 더 울림 있고 지극히 강렬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경지를 훌륭히 보여준다.”고요. 이 분이 이렇게 ‘훌륭한 구어’에 능하시기 때문에, 그 뉘앙스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각 언어로 옮긴 뉘앙스를 찾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 등의 번역을 일일이 검토해서, 우리말로 어떤 뉘앙스가 가장 좋을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죠. Q책 속의 인용문들 중 독자들이 각별히 기억하면 좋을 것들을 몇 가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두 가지를 들고 싶어요. 첫째는 교황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말씀입니다. “제 체험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저녁에 감실 앞에서 주님께 기도하는데, 가끔은 주님 앞에서 조금 꾸벅거려요. 정말 그래요. 하루 동안의 피로가 졸음을 불러오지요. 하지만 그분은 저를 이해하십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분이 저를 바라보신다고 생각하면 무척 위로가 돼요.” (책 137쪽). 지친 하루의 끝에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홀로 기도할 때, ‘하느님이 나를 자비로이 보고 계시다’고 느끼면 무척 위로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힘든 하루를 끝낼 때, 이 생각을 하면 그날 한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무척 보람 있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하느님이 열심히 노동하는 평범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가 ... 새삼 깨닫게 됩니다. 둘째는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십니다.”(67쪽)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고 짓밟는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존중하고 싹을 키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척박한 한국의 ‘부자되세요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말씀입니다.


Q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시는데, 벌써부터 교황의 파격적인 모습들이 매일 뉴스에 소개됩니다. 이전 교황과는 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들을 몇 가지 들려주신다면요?

A∥그분은 유례없는 고속승진(?)을 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검소한 삶을 사셨어요. 신학교 학장 시절에는 신학생들처럼 직접 빨래를 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에는 크고 아름다운 관저를 거부하고, 주교관 부속건물 2층의 작은 아파트에서 직접 요리하며 살았습니다. 그분은 추기경 시절에도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고, 버스를 즐겨 탔어요. 운전기사를 두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과거 김수환 추기경님은, 추기경이 되신 이후에도 소나타면 충분하다고, 그보다 더 큰 차를 타지 않으셨죠. 교황님은 한국에 오셔서도 기아의 소울을 탄다고 하시죠. 그런 면도 참 일관되십니다.



Q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오셔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들을 주실까요? 그리고 다녀가신 후 우리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A∥사실 며칠의 만남으로 큰 변화가 있기는 힘들죠. 아마 우리들 마음속에 어떤 울림을 주고 가실 것으로 봅니다. 우리가 그 울림에 크게 반응하고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사건을 접하고 교황님은 “한국인들이 영적/윤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기원한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지금 우리의 상황은 그런 참사를 겪고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우리가 세속의 눈으로 보면, 교황 방문은 어쩌면 요란하고 큰 행사 몇 가지만 치르고 금방 잊혀질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그 울림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 울림에 공명하는 사람에게선 어떤 작은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Q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A∥이 책에 실린 사진과 글이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거는지, 어떤 도전이 되는지 찬찬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교황님의 사진과 말씀을 보고 깊이 묵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가 다르거나 종교가 없는 분들도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라는 거창한 이름이 거북하실 분이 계실지 몰라요. 하지만 다정하고 깊이 있고 정의로우신 호르헤 신부님이 이런 화두를 내 마음에 던지는구나 ... 이런 울림을 담아가시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