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일곱 원소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 김명남 인터뷰


Q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과학책을 번역하는 김명남입니다. 전에 베른트 하인리히의 『생명에서 생명으로』가 출간되었을 때 궁리레터에 인터뷰했으니 꼭 2년 만인데요, 여전히 열심히 번역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이번에 나온 『일곱 원소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주기율표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에릭 셰리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A∥UCLA 화학과 교수인 에릭 셰리는 과학사 중에서도 화학사, 화학사 중에서도 주기율표의 역사에 정통한 학자라고 해요. 『일곱 원소 이야기』는 셰리의 책 중 처음 번역되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른데요. 현재 우리가 아는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 아래의 원소들 중 맨 마지막으로 발견된 일곱 가지 원소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언뜻 “과학 발견 중 원소 발견만큼 뻔한 것이 어디 있다고?” 싶죠. 원소를 발견했으면 한 것이고 아니면 아니지, 무슨 논쟁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이 깡그리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발견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과학사가 어째서 단선적인 영웅담일 수만은 없는지, 이런 뜻밖의 주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Q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단행본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책상 옆 벽에 커다란 주기율표 포스터를 붙여두었어요. 그래야만 했던 것이, 저는 화학자가 아니니까 어떤 원소의 원자번호가 몇 번인지, 어떤 원소의 여러 동위원소들의 원자량이 각각 얼마인지, 죄다 외우고 있지는 않거든요.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죠! 이 분야도 발전이 쉼 없이 이뤄지니, 원서가 처음 나온 2013년에는 아직 정식 명칭이 없었던 원소가 그 사이 정식 이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확인하는 게 제가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이었죠.


Q본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세요.

A∥서문 중 “원소 발견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다루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그 대목을 읽고 꽤 놀랐어요. 정말, 원소 발견이란 무엇일까요? 원소를 얼마나 많이 모아야 하는지, 그 발견을 어떤 형식으로 발표해야 하는지, 100% 순수한 물질이어야 하는지, 존재를 예측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흔히 과학 발견이 모 아니면 도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과학 활동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과학 행위를 1등만 유의미한 달리기처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죠. 우선권 분쟁을 둘러싼, 때로 추접하기까지 한 싸움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요. 이런 주제는 보통 대중 과학서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고 과학사학자들의 논문에서만 이야기되지만, 이 책은 그런 학술서와 대중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이 책의 큰 주제는 주기율표입니다. 주기율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주기율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선생님께 주기율표는 어떤 의미인가요? 주기율표에 대한 설명도 좋습니다.

A∥요즘은 과학 분과들 간의 경계가 워낙 흐려져서, ‘화학’이라는 분야명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굳이 구별한다면, 화학은 원소들의 차원을 다루는 연구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에 비해 물리학은 원소보다 작은 차원의 세상을, 생물학은 세포 차원의 세상을 다루고요. 따라서 원소들의 특징과 상호 관계가 한 장의 차트로 정리된 주기율표는, 과장하면, 화학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참, 그러고 보니 내년, 즉 2019년은 UN이 선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입니다. 왜 2019년인가 하면, 일반적으로 주기율표의 발명가로 알려진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유레카’의 순간을 겪고서 현대적 주기율표의 토대가 된 표를 처음 발표한 것이 꼭 150년 전인 1869년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 『일곱 원소 이야기』의 1장을 읽어보시면, 멘델레예프가 인류 최초로 주기율표를 떠올린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 그런데 왜 하필 그의 이름이 영원히 주기율표에 붙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 그가 어떤 점에서 뛰어났고 어떤 점에서는 틀렸는가, 등등을 알 수 있을 거예요.



Q주기율표 속 원소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원소가 있다면요? 우리 책의 주인공 일곱 원소 가운데서 특히 맘에 드는 원소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전 불활성 기체들, 그러니까 아르곤,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이 좋아요. 그 원소들이 반응성이 없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통해서 발견될 수 없었고 그 탓에 주기율표를 채워나가던 과학자들이 대체 이 원소들은 원자량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나, 주기율표의 어디에 배치해야 하나 괴로워했던 게 (못된 말이지만)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일곱 원소 이야기』의 일곱 원소 중에서는 프로트악티늄과 프랑슘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저자 셰리도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일곱 원소 중 세 개, 어쩌면 네 개는 여성 과학자가 처음 발견했죠. 원소 발견, 특히 방사성 원소 발견은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예전부터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졌던 분야입니다. 마땅히 노벨상을 받아야 했는데 받지 못한 여성 과학자들을 이야기할 때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리제 마이트너인데요, 이 책의 3장 프로트악티늄 발견 이야기가 바로 그 마이트너 이야기죠.


한편 이 책의 7장 프랑슘 발견 이야기에서는 마르게리트 페레라는 여성 과학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이트너야 워낙 유명하지만, 페레는 저도 여기서 처음 알았어요. 마리 퀴리의 조수로 경력을 시작하여 뛰어난 원소 분리 실력으로 결국 프랑슘을 발견한 페레가 그 일생의 발견을 이룬 뒤에야 학위를 받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페레 또한 퀴리처럼 방사능에 너무 많이 노출된 탓에 앓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죠.



Q아이들 그림책부터 성인 일반독자들이 읽는 단행본까지 다양한 독자층의 과학책을 번역해오고 있습니다. 독자층에 따라 번역의 스타일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아가, 과학책 번역가를 꿈꾸는 예비 번역가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어떤 독자가 읽을 것인가가 물론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보다도 번역하는 동안에는 저자를 더 많이 생각해요. 저자의 문체, 저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가, 이런 것들을 매일 매 순간 고민하기 때문에, 독자보다는 저자에 따라 제 번역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봐요.

과학책 번역이라고 해서 다른 분야 번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분이 편한 마음으로 과학책을 번역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문학책을 번역하는 걸요.



Q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저만 재밌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일곱 원소 이야기』 원서 뒤표지에 실린 네 명의 추천사를 보고 저는 깔깔 웃어버렸어요. 피터 앳킨스, 샘 킨, 필립 볼, 존 엠슬리가 추천했는데요. 이 네 사람이 또 각자 주기율표에 관한 책을 쓴 유명 저자들이거든요. 이 저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 봐도 에릭 셰리가 주기율표 분야에서 이름난 사람이라는 게 증명되는 수준이라고요! 피터 앳킨스의 『원소의 왕국』, 샘 킨의 『사라진 스푼』, 필립 볼의 『자연의 재료들』, 존 엠슬리의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가 모두 화학원소 및 주기율표 이야기이고 번역본으로도 구할 수 있어요. 이 중에서 특히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은 가십을 읽는 기분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고 중고등학생도 읽을 만한 책이라 적극 추천합니다.

한편 화학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주기율표라고 하면 저는 이탈리아 작가이자 화학자였던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권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제껏 주기율표에 관해서 씌어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그러면서도 아주 화학적인 자전 에세이에요. 세상에는 주기율표 같은 것에서 시적 영감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Q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일곱 원소 이야기』는 무엇보다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화학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일 거예요. 하지만 이 책 1, 2장은 주기율표 역사를 간명하게 잘 정리한 글이니까(저자는 그 때문에 주기율표에 관해서 기본적인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3장으로 넘어가도 좋다고 말했지만), 주기율표를 잘 모르는 독자는 1, 2장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