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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자연스럽게 먹습니다>을 펴낸 자연요리연구가 이정란 인터뷰


Q∥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와 첫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블로그 <이정란의 힐링푸드>를 통해 텃밭활동과 사찰식, 마크로비오틱으로 대표되는 자연식 요리를 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요리학교의 천연조미료 특강을 비롯해 문화센터 수업과 홈 클래스 등에서 자연식 요리수업을 진행 중입니다.



Q∥ 텃밭에서 재배한 제철 재료로 자연식 요리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에 담으셨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자연식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A∥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자연식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 무렵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나면서부터였습니다. 질병이 생기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 유전적인 문제, 잘못된 식습관을 대표적 원인으로 볼 수 있지요. 이 중에서 개인이 의지를 가지고 바꿔갈 수 있는 부분은 식습관을 고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리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식생활 교육 지도사, 마크로비오틱 지도자 과정, 일본 IFCA(국제식학협회)의 마크로비오틱 식생활 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점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소화과정을 거치며 편하게 흡수되는 음식은 가능한 한 인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에서 온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쉽게 잊게 되는 이 사실을 저는 텃밭을 통해 몸으로 확인하게 되며, 자연식 요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직접 작은 텃밭에서 채소들을 기르고 있습니다. 요리를 업으로 하면서 주말농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도시에 살면서도 내 손으로 직접 키운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텃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처럼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지요. 직접 키운 텃밭채소들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 또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보람된 일이랍니다.

몇 해 전 TV에서 연예인들과 셰프들이 옥상텃밭을 직접 가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나름 유명한 셰프분이 당근이랑 열무 같은 채소를 밭에서 본 건 처음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어요. 채소를 키우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비슷해서 옆에서 자꾸 들여다보아야 그 성질을 알 수가 있어요. 아이의 성질을 못 보면 외모나 성적이 더 눈에 들어오듯이 식재료의 성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지 예쁘게 보이거나 입맛을 자극하는 요리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자식을 키울 때 책에만 의지할 수 없듯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가는 과정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음식의 재료가 되는 식재료를 알아가는 데도 나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니 해마다 텃밭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Q주말농장 텃밭뿐 아니라 집 안 베란다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계시지요? 어떤 식물을 베란다에서 키우고 계시나요? 텃밭이 주는 기쁨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베란다에는 바질이나 펜넬, 딜, 타임, 고수, 레몬밤, 로즈마리, 애플민트 같은 허브를 주로 키우고 있습니다. 싱싱한 허브를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큰 기쁨이지요. 부추나 쪽파, 고추도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걷어 먹을 수 있으니 마트에서 한 봉지씩 사다가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일이 줄어 식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텃밭을 가꾸는 진짜 이유는요, 그곳에 있으면 왠지 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미워하며 들끓는 감정이나 혹시나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 이런 것들이 그곳에만 가면 이상하리만치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낍니다. 해 질 무렵 물뿌리개를 들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따라다니며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며 어디론가 사라져 갑니다. 누군가와 내 고민을 함께 나눈 것도 아닌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느 곳에 둘지 몰라 허둥대던 감정의 쓰레기들은 아무도 몰래 밭에다 버리고 온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날에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텃밭일은 좀 힘들고 귀찮더라도 매해 빠질 수 없는 나만의 중요한 행사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Q∥ 이 책은 2월 입춘에서 시작해 1월 대한까지, 열두 달 24절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계절별, 달별로 텃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재료와 그 요리법을 담고 있어요. 왜 24절기, 자연의 시간에 따라 책을 써내려가셨나요?

A∥ 우리나라의 식문화에는 4계절을 24절기로 세분화한 중요한 틀이 있습니다. 절기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가늠할 수 있기에 농경사회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계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절기의 기원이 중국 주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기온이나 날씨의 변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의 길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틀이기에 제철 먹거리를 알아보는 데 24절기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각 절기의 특성과 제철 식재료 그리고 제철 요리법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성장하는 과정과 이를 수확하여 요리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였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겐 이런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해 ‘제철’의 의미를 알고 식재료를 구입할 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Q∥ 계절별로 작가님이 주로 많이 찾는 음식이나 요리법을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A∥ 가능하면 2~3일에 한 번은 제철채소를 넣은 된장국을 끓입니다. 봄에는 주로 봄동과 시금치, 여름에는 상추와 열무, 가을에는 근대와 아욱, 겨울에는 시래기와 배추 등의 제철 식재료가 주재료가 됩니다. 된장국은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끓일 수 있을 정도로 조리과정이 간단한데 어떤 음식보다도 속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 이유는 미생물에 이미 발효가 이미 진행된 된장을 이용했기 때문이지요.

된장국을 끓일 때는 쌀뜨물에 다시마와 둥굴레를 넣어 끓여줍니다. 쌀뜨물로 된장국을 끓이는 이유는 맛이 부드러워지고 함께 끓이는 나물의 풋내를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쌀뜨물이 부르르 끓어오르면 다시마와 둥굴레는 건져내고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제철 식재료를 넣고 끓여줍니다.

재료에 따라 한번 데치거나 풋내를 우린 후 사용해야 더욱 맛있는 재료들도 있습니다.



Q∥ 이 책을 통해 텃밭농사와 자연식 요리의 정보와 지혜를 넘어, 작가님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엿보는 듯했습니다. 작가님에게 ‘음식’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A∥ 저에게 음식이란 <마음>인 것 같아요.

요리를 하다 보면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음식이 달라지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분명 같은 식재료와 양념으로 수십 번 해봤던 요리인데도 부부싸움 끝에 억지로 만든 요리와 기분이 좋을 때 만든 요리는 보여지는 결과물도 다르죠. 에너지가 충만할 때는 요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불의 세기나 재료를 넣는 타이밍, 양념의 순서나 양을 민첩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마음이 딴 곳에 있을 때는 복잡한 머릿속마냥 정리되는 않은 음식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간혹 누군가가 아플 때 요리를 준비하다 보면 요리에 정성을 다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 꼬맹이가 아플 때는 꼭 토마토 수프를 찾는데요, 정성을 다해 끓인 토마토 수프를 한 그릇 먹고 푹 자고 나면 신기하게도 몸이 회복되더라구요.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는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음식은 에너지 파동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물질이지요. 그 에너지는 마음에서 나오기에 저에게 음식이란 <마음>인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자연스럽게 먹는다’ 것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싶으세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분들에게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자연스럽다’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을 사용하여,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애쓰거나 억지로 꾸미지 않고 순리에 맞다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먹는다거나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먹거리만을 보더라도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과일과 채소를 볼 수 있기에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제철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듯합니다. 11월 말부터 출하되기 시작하여 한겨울에 가장 많이 생산되는 딸기는 이제 제철인 5~6월보다 1~2월에 더 많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재배기술의 발달과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 때문이겠지요. 그럼, 딸기는 자연재배로 키운 오뉴월 딸기가 제철일까요? 아니면 겨울철 하우스 딸기가 제철일까요? 아마 텃밭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의문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이, 가지, 토마토, 잎채소같이 수분이 많은 채소들은 더운 여름 우리 몸의 열을 식혀주고, 무, 당근, 우엉, 생강, 연근 등과 같은 뿌리채소들은 추운 겨울 동안 우리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식재료입니다. 이렇듯 제철 채소와 과일에는 그 계절의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시간에 맞춰 자란 식재료들로 우리 몸을 유지할 때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화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 책은 7월 초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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