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젊은 과학도를 위한 한 줄 질문>을 펴낸 남 영 교수 인터뷰


Q ∥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첫 권인 『태양을 멈춘 사람들』을 펴낸 후 이번에 두 번째 책 『한 줄 질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첫 책에 대한 제자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A ∥ 지난 여름, 『태양을 멈춘 사람들』을 받아보고 확실히 논문을 완성할 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미루며 살아왔던 것 같은데 순수하게 하고 싶은 일을 마친 것이라 성취감이 컸습니다. 정말 더웠던 여름이었는데 기분은 참 홀가분하게 보냈습니다. 첫 원고 시작할 때로부터 꼭 3년이 지난 시점이었거든요. 여러모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원고 탈고 뒤 조금은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바로 『한 줄 질문』 원고를 시작해서 겨울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출간 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던 것 같네요. (웃음) 출간 기념 강연도 해보고,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 몇 명이 책을 사서 사인을 해달라며 가져 왔을 때는 소소한 행복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학 가 있는 학생이 어디서 소식 듣고 출간 축하한다고 메일 보내온 것도 고마웠구요. 교양 수업을 주로 맡고 있어서 대부분 수업 한 번 들어본 것이 전부인 학생들입니다. 그런데도 저를 기억해주고 시간이 흐른 뒤 책에 반응해 주는 것을 보면 참 고맙고, 나름대로 내 수업에 대한 태도와 노력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구나하는 안도감도 컸습니다. Q ∥ 『한 줄 질문』은 어떤 계기로 펴내게 된 것인지요?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A ∥ 첫 책인 『태양을 멈춘 사람들』이 제 수업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한 줄 질문』은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나눈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한 줄 질문은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를 보완하기 위한 제 나름의 해법인데, 수업을 듣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학생들이 무엇이건 질문을 하고 제가 대답을 하는 것이죠. 단 그 방법론을 찾는 과정에서 수줍음이 많은 편인 한국 학생들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간단히 질문을 써내는 ‘한 줄 질문’이라는 행사를 착상하게 된 것이구요. 모든 학생에게 질문을 받는 것이라 수업 분반의 전반적 분위기도 확인할 수 있고, 전체 학생에게 질문을 받고 한 주 정도 내가 충분히 답을 생각해 본 뒤 다음 주에 대답을 해주면 어느 정도 충실한 답도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궁금한 것은 ‘무엇이건’ 질문해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업내용에 관한 질문도 있지만 과학, 학문, 대학, 인생 전반에 대한 질문도 있습니다. 제가 답을 해주는 과정에서 간단한 자료조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구요. 그리고 아는 대로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는 것입니다. 첫 한 줄 질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후 수업에서는 분명히 학생들과 거리가 줄어든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 수업의 필수적 방법론 중 하나가 되었지요. 이번에 출간한 『한 줄 질문』은 본래의 ‘한 줄 질문’에서 수업내용과 연계가 강한 질문들은 제외하고 과학, 과학자, 과학사, 교육과 연구 등에 대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만한 보편적 질문에 대한 답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질문에서 젊은이들의 현실적 고민이나 학문에 대한 열정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것이기에, 학생, 교육자, 과학자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매 학기가 끝날 즈음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을 해주는 시간이 교수님에게는 어떤 의미로 와 닿았는지요?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기 전 어떤 점들을 당부하시나요?

A 처음 ‘한 줄 질문’의 시작은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참 많이 배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게 되면 제 생각의 흐름을 따라 수업이 진행되지만,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보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받기도 하고,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어떤 설명에서 오해하게 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학생들과 감정적으로 훨씬 가까워지는 계기도 됩니다. 이런 경험들은 결국 제 강의와 논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구요. 그래서 이제는 아마 학생들보다 제가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줄 질문을 받기 전 저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질문이 답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이고 답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질문하라고 당부합니다. 사실 한 줄 질문은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목적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해 보고 동료학생들의 질문을 들어보며 질문을 제대로 던지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엄밀한 용어를 사용해서 구체적인 질문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진지하게 임하라고 계속 강조해 줍니다. Q ∥ ‘질문의 진정한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흔히 듣는 질문의 가치 이외에 덧붙인다면, 질문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 ‘진짜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자신이 질문을 던져봐야만, 내가 아무 의미가 없거나 답이 없는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즉 ‘내가 지금 잘못 질문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 질문은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한 줄 질문』에서도 다룬 ‘왜 동양에서는 과학혁명이 없었나요?’나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벨상이 안 나왔나요?’ 같은 질문들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당연히 올바른 답에 도달할 수 없는 질문이구요. 책에서도 설명했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원인을 설명해야 하는데 다른 집에서 왜 불이 안 났는지 묻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많은 학생들의 질문이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질문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왜 그런 질문들이 의미 없는 질문이 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유형의 질문들에 대해서 올바른 질문의 형태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작업부터 진행합니다. 중간 한 줄 질문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기말 한 줄 질문에서는 분명히 질문의 형태들이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그것이 한 줄 질문 시간의 큰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던진 올바른 질문 하나는 학업과 연구의 진정한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 지금까지 받은 질문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이 있다면요? 또한 학생들이 가장 중복해서 물어본 질문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 ‘가장’ 인상 깊은 질문 하나를 꼽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웃음) 수천 명의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봤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의미에서 가치 있는 질문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진지한 사회적 사명감에 대한 질문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질문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취적인 질문들을 만날 때면 큰 자극이 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코 유약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 질문들이지요. 그 질문 자체가 해당 학생의 긍정적인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질문들, 좀 더 올바르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질문들이 언제나 ‘가장’ 인상적인 유형에 속합니다. 중복되는 질문의 경우, 몇 년간 한 줄 질문을 진행해보니 자주 등장하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과학의 범주 문제, 학업에 대한 고민 등은 단골질문입니다. 그리고 퀴리부인 같은 경우를 다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외로 양성평등에 관한 질문도 많습니다. 더구나 질문자가 남학생인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예상과 많이 다르지요. 막상 질문을 한 번 정리할 때마다 상식적인 젊은이들의 이미지가 크게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낄 기회가 많습니다. 또 종교와 과학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도 아주 많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과학사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궁극적인 질문들을 떠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심중의 깊숙한 곳에 모든 인간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자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남북통일에 대해서, 유망 직업에 대해서, 책 읽고 공부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등 정말 다양한 주제들이 한 줄 질문에 등장합니다. 몇 년을 계속해도 언제나 신선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발견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Q ∥ 앞으로도 ‘한 줄 질문’ 행사는 계속 하시는 거지요? 『한 줄 질문2』나 『한 줄 질문3』은 어떤 내용들을 담을지 생각해보셨나요? A ∥ 일단 이번에 낸 책은 2015년과 2016년 1학기까지의 3학기 간의 한 줄 질문 내용들을 발췌했습니다. 당연히 이후의 한 줄 질문이나 2014년 이전의 한 줄 질문들도 짬짬이 정리해서 다음 권을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앞권들과는 크게 겹치지 않는 내용 위주로 편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뒷 권으로 갈수록 소재가 줄어들겠네요. (웃음) 하지만 대 주제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시대성은 변화해 가겠지만 인간의 고민은 사실 대동소이하거든요. 계속해서 한 줄 질문을 진행해가면 학생들의 질문이 조금씩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겠지만, 한 편으론 ‘같은 질문에 제 대답이 바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 자체가 한 줄 질문의 진화가 될 것이고, 다음 『한 줄 질문』들은 그런 것들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A ∥ 한 줄 질문 시간에 제가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바라던 것들을 독자 여러분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질문을 제대로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질문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답은 의외로 쉽게 찾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껴 보기 바랍니다. 먼저 출간한 『태양을 멈춘 사람들』이 조금 중량감 있는 메인메뉴였다면, 이번 『한 줄 질문』은 가볍고 상큼한 디저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나, 아무 페이지나 펴볼 수 있고, 복잡해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편안한 책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