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든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방송 및 강연활동으로 바쁘게 지내실 듯합니다.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안녕하세요? 궁리레터를 통해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입니다. 제 일정상, 봄에는 주로 정원 디자인과 정원 만들기 일이 많고, 가을과 겨울에는 글쓰기와 강의가 많아지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들어서면서 정원 관련 글쓰기와 강의로 조금은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 책 『정원의 발견』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Q∥ 이번에 펴내신 책 『정원의 발견』을 소개해주신다면요?
A∥ 『정원의 발견』은 ‘정원 원예 참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썼던 처음의 이유는 저를 위해서였어요. 식물을 어떻게 키우고, 가까이할 수 있는지를 정리하고 싶었고, 그걸 간직하고 있으면 문득 식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겁먹지 않고 찾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제게는 ‘정원사’라기보다는 ‘가든 디자이너(정원 디자이너)’라는 직업 소개가 더 적합할 텐데요. 가든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예에 대한 기초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식물이 태어나고, 자라고, 생을 마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기본이고 핵심인 거죠. 영국 유학 시절 1년 동안 왕립식물원인 큐가든에서 인턴정원사로 일을 했던 까닭도 거기에 있고요.
물론 지금도 서점에서 여러 다양한 원예 전문 참고서들을 찾아볼 수 있긴 합니다만, 용어부터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전문적이어서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더라고요(저 자신 포함해서요). 그래서 가능한 쉬운 정원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식물을 좀 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왜 그래야 하는지의 근거를 찾는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이렇게 따라하세요”라는 교본서라기보다는 “이렇게 이해하세요”라는 원예 전반에 대한 기초 가이드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용적이고 다양한 원예의 방법들을 차곡차곡 담아내고자 노력했고요. 무엇보다 원예의 노하우를 알기에 앞서 우리가 꼭 생각하고 이해해야 할 정원의 역사와 의미, 식물의 이름이 왜 중요한지, 식물의 자생지를 이해하는 것이 왜 원예의 근본이 되는지, 정원의 바탕이 되는 흙을 이해하는 과정 등도 독자들이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어서, 전작 『소박한 정원』, 『영국 정원 산책』,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등에서 보였던 저만의 감상적 글쓰기는 되도록 배제했어요.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글이 좀 딱딱해질 수밖에 없어서 궁리를 많이 했는데요, 가능한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여서 읽은 분들이 흥미로워할 수 있도록 안배를 많이 했습니다. 더불어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가능한 많이 실어서 보는 즐거움도 많이 느끼게 해드리려고 노력했고요.
Q∥ 많이 들어본 질문일 것 같은데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 같습니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만의 정원을 잘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요?
A∥ 저는 식물을 들여다보면서 문득문득 식물 키우는 일이 자식 기르는 일과 참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우선 ‘기른다’, ‘키운다’ 이런 용어부터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우리가 아이들을 기르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라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듯, 식물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어요. 식물이 자라는 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식물에게 뭔가 미흡한 부분, 모자란 부분을 채워 살짝 도움 주는 정도? 이게 정원사(혹은 부모)가 할 일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 지나친 부담감으로 키워야 한다, 길러야 한다, 그런 관념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식물이 스스로 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믿어주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나, 관찰해서 도와주는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식물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Q∥ 쌀쌀한 바람이 불어보는 늦가을입니다. 보통 정원 관련 책들이 따뜻한 새 봄에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별히 이즈음 책을 펴내신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 흔히들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사실 정원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가을입니다. 가을은 식물들이 씨앗을 맺고, 낙엽을 떨어뜨리는 시기라 정원이 끝나는 시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때가 바로 새로운 시작의 기점이에요. 실제로 지금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는 나무의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내년에 잎과 꽃을 피울 잎눈, 꽃눈이 벌써 맺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식물들은 이때부터 준비를 해서 봄에 싹을 틔우는 거죠. 원예 면에서 봤을 때도 봄에 필 식물을 봄에 심는 것은 이미 늦었고요. 튤립, 수선화, 크로커스 등의 구군을 바로 이 가을에 심어주거든요. 그러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싹을 틔우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 못한 일이 있다면 새롭게 시도를 할 수 있는 계획도 가을이어야 가능합니다. 봄이면 이미 모든 식물이 싹을 틔우는 시기기 때문에 그해의 정원 조성은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봐야 하니까요. 그래서 정원사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 가을, 겨울, 봄, 여름으로 찾아온답니다. 이 가을의 준비 없이는 결코 봄이 오지 않고, 봄이 없으면 수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여름도, 풍성한 수확의 가을도 다시 맞을 수 없겠죠. 이것이 정원이 미래를 꿈꾸는 공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 몇 년 사이 식물이나 정원 일을 소재로 한 책들이 부쩍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더하여, 연재를 마친 칼럼들을 다듬고 매만져 단행본으로 펴내셨는데요, 단행본 집필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일 듯합니다. 단순한 원예 지식의 전달은 암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암기 이전에 어떻게 관리하는 게 효율적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의 숨은 원리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책을 읽고 나면 원예와 식물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 다른 부분은 사진과 일러스트에 대한 자신감인데요. 자료용 사진이라기보다는 마치 화보를 보는 듯한 느낌의 고품질 사진과 손으로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많아서 아마 한 쪽 두 쪽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런 정원 하나 갖고 싶다 하는 욕구가 마구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징을 꼽자면, 본문 내용이 아주 쉽게 쓰였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용어를 가능한 한 쓰지 않았고, 또 지나치게 기능적인 디테일은 생략하면서 핵심을 전달하고자 해서 초보자까지도 쉽게 읽고 이해가 가능하도록 구성했다는 것이죠.
말씀하셨던 것처럼 『정원의 발견』의 뼈대 자체는 근 1년간 연재한 네이버캐스트 칼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새롭게 정리하고 가감한 부분들이 많아요. 새로 집필한 부분들도 제법 되고요. 기존 인터넷 연재에서는 지면상 충분히 넣을 수 없었던 글과 팁, 그리고 사진과 일러스트도 많이 보강했고요(본문에 총 200여 장의 사진과 일러스트가 나옵니다). 특히 일러스트는 제가 직접 그렸는데요. 직감적이고도 시각적으로 정원 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더불어, 단행본 책으로서의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고급스러운 양장을 시도한 것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무엇보다 마치 책 자체가 정원의 일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Q∥ 조경학을 공부하기 전에 방송작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이력이 독특하다면 독특한데요. 어떻게 진로를 결정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제가 아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듯한데요. 방송 일을 그만두고 낯선 분야로 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면도 많았고요. 그 당시 제가 마흔이라는 나이를 코앞에 두고 있을 즈음이었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참 힘든 시기였거든요. 일적으로는 제가 방송작가의 일을 계속 지속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16년간 쉼 없이 방송 일만 하다 보니, 당시 제 느낌으로는 방송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본 것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막연하게 들었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서른 중반이었을 때 부모님이 모두 예순을 넘기지 못하시고 세상을 뜨셨는데, 그때 문득, 인간의 삶이 혹은 나에게 할애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내게 남겨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편안하고, 현재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맘이 쏠렸던 것 같아요. 제게 참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데, 정원에서의 제 모습이 가장 평화롭고, 따뜻해보였거든요.
Q∥ 가든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아직은 생소한 감이 있습니다. 정원사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궁금하고요. 좋아하는 가든 디자이너가 있나요? 특별히 영향을 받은 분이 있다면요?
A∥ 가든 디자이너는 정원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그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건축으로 말하자면 건축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겠죠. 가든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을 놓고 정원을 조성해주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분들을 시공자라고 할 수 있고요. 정원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정원을 관리하고 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돌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서상으로 보자면 가든 디자이너의 일이 끝나면, 정원 시공일 진행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정원사가 하나하나 돌보는 셈이죠. 그런데 요즘은 정원사 출신의 디자이너도 많습니다. 정원을 오랜 시간 동안 관리하다 보면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밑그림이 자연스레 나오는 이치랍니다. 그래서 정원사 출신으로 가든 디자인 일을 겸하는 분들도 많고, 또 저처럼 가든 디자이너이지만 정원 일을 즐기는 사람도 있어서 겸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든 디자이너로는 베아트릭스 포터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동화인 ‘피터 래빗’의 작가이면서 양을 키웠던 축산업자이기도 했죠. 환경 보호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아름다운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제 책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의 배경 장소)를 지금의 모습으로 보존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친 분이기도 하고요. 저는 단순한 가든 디자이너로 남겨지기보다는 정원 문화의 보급자, 우리 생활에 정원을 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은 저에게 큰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Q∥ 한국의 정원 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이 부분은 답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독특한 형태로 정원이 발달되어왔어요. 그래서 혹자는 우리에게 정원 문화는 없었다, 이렇게 잘라 말하는 분도 있지만 또 전통 정원 연구자들은 억지로 인간의 힘으로 가꾸고,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을 뿐, 어떤 민족보다 자연친화적으로 고도로 발달된 정원 문화가 있었다, 이렇게 주장하시거든요. 저는 이 두 시선 모두가 다 맞다고 봅니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해석이 불가능하거든요. 다만 제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지금의 우리’예요. 지금 우리의 주거환경은 전통 주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거든요. 고층 아파트 문화로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수천 년간 내려왔던 우리의 정원 문화가 지금은 그 맥이 끊겨 있다고 봐야 하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 변해버린 지금의 환경에서 우리의 몸에 맞는 정원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 라는 부분일 듯해요. 그런데 이 부분은 하루아침에 ‘이게 정답이야’라고 등장할 것 같지는 않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이 있어야만 가능할 부분이어서,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으면 해요. 천천히, 많은 시도 끝에 그 답이 찾아질 테니까요.
Q∥ 조경학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오가든스(OhGardens)를 설립하셨습니다. 오가든스는 어떤 곳인가요?
A∥ 종합 가드닝 회사 오가든스(http://www.ohgardens.com/)는 조금은 색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단순히 정원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시대에 작지만 뭔가 핵심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하고요. 그래서 때로는 실험정신이 필요한 여러 분야의 도전을 해왔습니다. 오가든스와 혹은 저에게 정원은 일종의 ‘미디어(Media)’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목표물이 아니라 정원이라는 미디어, 또는 장치를 통해 각각의 분야를 조금은 다르게 해석해보는 것이죠. 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원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농사 역시도 정원이라는 미디어를 놓고 다시 해석해볼 수 있겠고요. 이렇게 각각의 분야를 정원을 통해 다시 해석해보는 것이 한국의 정원 문화에도 작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문예창작과 교수인 임종기 선생님이 저와 함께 오가든스에서 일하고 계신데요. 이분 역시도 정원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해보고 계시는 중이에요. 물론, 목공일을 좋아하셔서 정원에 필요한 목공예품 만들기를 꾸준히 하고 계시지만요.
Q∥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A∥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소설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30대 이후로는 그냥 소소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류가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거의 정원에 관련된 글만 읽게 되네요. 요즘은 거의 새로운 개념의 정원을 설명해주는 책에 집중하고 있어요. 게릴라 가드닝이란 무엇인가, 옥상정원 만들기, 빗물정원의 개념 파악하기 등등. 아직은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지 않은 정원 이야기를 읽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네요.
Q∥ 『정원의 발견』은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의 첫 책입니다. 앞으로 정원학교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내실 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A∥ 이 부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네요. 정원학교 시리즈는 정말 제가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궁리를 통해 이룰 수 있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앞으로, 시리즈가 몇 권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다섯 권 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잘 아시다시피, 원예와 정원 일의 기초를 다룬 『정원의 발견』이고요. 그다음은 ‘가든 디자인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될 거예요. 가든 디자이너이면서 자신의 정원을 직접 일군 사람, 그래서 지금도 그 각각의 정원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케이스들을 선정하여, 정원과 그 정원을 만든 사람에 대해 책을 꾸릴 예정입니다. 그중에는 무려 40년 동안 하나의 정원만 디자인을 한 분도 계시답니다. 흥미로울 거예요. 셋째는 ‘365일 정원 이야기’예요. 정원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 상식, 숨겨진 비화 등이 정말 많거든요. 매일 하루에 하나씩 짧게 시간 내서 읽을 수 있는 정원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넷째는 제가 꼭 해보고 싶은 ‘텃밭정원 이야기’를 써보려고 해요. 조성 방법부터 여러 가지 노하우까지, 제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텃밭정원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밀도 있는 ‘한국의 정원 이야기’를 펴내고 싶어요. 이건 공부가 좀 많이 필요해서……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실은 이해하지 못한 한국 정원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Q∥ 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 인사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많은 분들이 제게 질문하고는 합니다. “왜 제 손만 닿으면 식물이 자꾸 죽어가는 것일까요?” 하고요. 식물을 단지 좋아하는 것만으로 원예의 노하우가 익혀지진 않는다고 말씀드리고는 한답니다. 무조건 물만 잘 준다고, 관심을 가졌다고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줄 리도 없어요. 원예는 과학의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 어떻게 식물이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실용적이고 다양한 원예의 방법들을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정원의 발견』은 정원이 있으신 분들은 물론이고 정원 없이 아파트(도시)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분들에게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실은 정원에 대한 관심을 책으로 먼저 접했거든요. 책을 보면서 ‘너무 예쁘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뭐 이런 꿈을 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정원이 있는 분들이라면 100퍼센트 활용이 가능하시겠죠.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찾아보실 수도 있을 테니까요. 만약 정원이 없는 분들이라면 사전준비의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머릿속으로 자꾸만 그리다 보면, 결국 그게 실현이 될 테니까요. 전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노하우의 터득이라는 관점보다는 한 권 다 읽고 나면 정원 일에 대해 조금은 만만하게 보실 수 있는 자신감을 좀 더 얻게 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이렇게 지면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들려드릴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다른 어떤 책보다 이 책을 만들며 출판사를 가장 많이 방문했던 듯싶어요. 제가 궁리 식구들을 제법 괴롭혔는데(웃음), 그 미안함이 좋은 책으로 완성되어 독자분들께 잘 전달되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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