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제임스 버크의 <핀볼 효과>를 우리말로 옮긴 장석봉 인터뷰


Q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와 <핀볼 효과>, 제임스 버크의 저작 두 편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제임스 버크의 저술을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제임스 버크의 스타일은 주로 어떤 편인지 궁금합니다. A 예, 버크의 책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버크가 진행한 다큐멘터리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만큼이나 강력한 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오늘의 문명이 있기까지> 혹은 <과학문명발달사>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을 것입니다. 이건 확실치는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82년 KBS 발행 책 제목이 그러니 아마도 방송도 같은 제목이지 않았을까요? (책은 <커넥션>이란 제목으로 살림에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인연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버크의 책을 발견했고, 이야기 솜씨에 빠져들어서 감탄해 가며 읽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스타일? 일단 이분, 지금은 연세가 거의 팔순에 가까운 분이니 이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호기심 그리고 그 결과물인 박학다식일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인물과 사건이 등장합니다. 이 많은 것들은 솜씨좋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는 능력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Q <핀볼 효과>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요? 불확실성이 강해지는 요즘 이 책의 출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본문 앞부분에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보면 이 책에는 총 314개의 관문이 있다고 적어놓았습니다. 여기서 관문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이 책은 역사라는 거대한 망으로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역사라는 단어는 정말 거대해 보이고 때로는 말만으로도 우리를 압도하기도 합니다. 역사적 필연이니 역사적 사명이니 역사의 심판이니 하는 식으로 뒤에 또다시 뭔가 수식이 붙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역사는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우연들이 모여서 말입니다. 불확실성? 그런 것은 늘 있어왔겠죠? 그 옛날 먹을 것을 사냥하러 나선 네안데르탈인들의 앞에도 불확실성은 존재했을 것입니다.   불확실성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처한 얄궂은 일은, 불확실한 것을 좀더 확실한 것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더 커졌는데도 불확실성이라는 괴물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몸집을 키워간다는 사실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불확실성은 우리와 늘 함께한다. 나비는 과거에도 날갯짓을 했고, 지금도 날갯짓을 했고, 앞으로도 날갯짓을 할 것이다.  버크는 말합니다, 그물망 위에서 인생의 옳은 길은 하나가 아니다. 그렇지 않고 단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그렇습니다.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길들의 끝에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길을 가야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뿐입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지만, 이미 지나온 길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낭비된 것은 온전히 ‘당신’의 힘과 시간입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어떤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하거나 강요하는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특히 오늘 이 길을 힘들게 걸으면 나중에는 편안하고 멋진 길을 만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어른들이나 선배들 말입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어른이라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그 힘든 길 뒤에 다다를 곳이 아름다운 꽃밭이라고 백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면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성공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제 없습니다. 아니 과거에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Q 독일인 미용사가 머리에 웨이브를 넣는 데 쓴 붕사 채취 작업이 실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였다거나, 값싼 볼펜이 지난 백 년간 현대 산업의 버팀돌이었다는 이야기, 15세기 초 피렌체에서 발달한 암호 기술이 인류가 우주에 관해 알아낸 것과 연관이 있다는 서술 등은 과연 그럴까 하는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 변화의 거대한 망을 가로지르는 다른 사례들을 들어주신다면요? A 글쎄요. 이 책 전체가 그런 사례로 가득 차 있는 책이라... 저는 코끼리 상아와 하이엇 형제의 대체 당구공 이야기, 고무 산업과 철도, 마취 등등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는 것보다는 이 책의 활용 방법에 나온 것처럼 건너뛰어 가며 읽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때 웹이 오늘날처럼 발달해 있었다면 링크를 걸었게죠. 여러분 마음대로 여러분 자신의 순서와 방식으로 읽으셔도 됩니다. Q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들을 추천해주세요. A 만약 혹시 이 책이 좀 복잡하다고 느끼시면 기존의 버크의 책 중 <커넥션>,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두 책은 <핀볼 효과>와는 또 다른 식의 이야기꾼인 버크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 권 모두 과학사, 좀 더 넓게 보면 문화사를 개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제가 또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한다면 올리버 색스란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특히 <엉클 텅스텐> 같은 책을요. 그리고 유투브에 가시면 저자의 다큐멘터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자막은 나오지 않지만, <커넥션>이나 <우주가 바뀌던 날>은 그 다큐멘터리와 책의 내용이 거의 겹치니 화면과 이야기 전개만으로도 영어는 이해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Q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그리고 저자도 이야기했듯이)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교차로도 있고, 한 곳에서 한 곳으로 곧장 이어지는 지름길도 있고, 이러저리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보기 전에는 어떤 길인지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원하는 재미있어 보이는 길을 가십시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 책에서 우연이 우연으로 이어지고 다시 거대한 변화를 낳는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고요. 이 책은 모든 일은 우연적인 일이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세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망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의 혹은 우리 모두의 선택이 때로는 역사의 경로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길이 있고, 그것들은 모두 다 어디선가는 만납니다. 우리는 그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