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2012년 공동선 총서 첫 번째 책인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집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펴낸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총서를 기획한 인디고 연구소의 근황은 어떤지요? 인디고 서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청년 연구원들이 주축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울러 인디고 서원의 요즘 활동도 들려주세요. A ∥ 안녕하세요. 인디고 연구소는 올해 8월에 있을 '인디고 유스 북페어' 행사 준비에 한창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함께 공부도 하고, 의미 있는 기획을 만들기 위해 밤샘 회의도 하면서 말이죠. 아참,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의 영문판 Demanding the Impossible (Polity Press, 2013)은 현재까지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총 9개국어로 번역돼 출간되었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연구소 식구들이 일본의 가라타니 고진 선생님을 모시고 다함께 식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지요. 늘 새로운 기획을 모색하면서도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던 것들을 성실히 잘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Q ∥ 공동선 총서 두 번째 인물로 바우만을 인터뷰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또한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는 어떤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에 대해 탁월하면서도 생산적인 비판을 하는 지식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바우만은 현대사회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틀을 여럿 제공하였지요. 개념의 발명가 혹은 창안자라고 할까요. 바우만과의 인터뷰집인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는 바우만 사유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개념과 사유의 지평을 두루 살펴보면서, 동시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바우만식의 진중하면서도 재기발랄한 해결책 등이 담겨 있습니다. 바우만 사유의 모든 것,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Q ∥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했던 이 인터뷰집의 제목이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입니다. 이 어구는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신문 칼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많이 되었습니다. 바우만을 인터뷰하면서 책제목을 이렇게 짓게 된 까닭이 있다면요? A ∥ 지금 우리사회의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가히 존재할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절망적이고 비통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참담하고 수치스러운 결과로 드러나고 있지요. 과연 이 집단적 상처를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궁리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2009년 첫 인터뷰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바우만 사유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해봤더니 '희망'이라는 단어가 남더군요. 이것은 바우만의 사유에도 드러나지만, 그의 삶과 인품에서 배어나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바우만의 말처럼, "숨 쉬는 한, 나는 희망한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계를 희망하는 사람들만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 어두운 시절에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서슬 푸르게 살아 있기 위한 하나의 의무와도 같지요.
Q ∥ 바우만을 만나러 다녀온 영국 여정에서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 모든 인터뷰는 바우만 선생님의 자택에서 했는데, 매번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셨어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무엇보다 바우만이라는 한 인간이 가진 따뜻한 애정과 정성스러운 환대가 늘 인상 깊었습니다. 바우만 선생의 오랜 제자이자 영국 헐 대학 교수이신 키스 테스터 교수는 "바우만은 한 마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신사다"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랬습니다. 게다가 뛰어난 위트까지 갖추셨으니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젠틀맨이라고 할 수 있겠죠.
Q∥ 지난 2,3년 간 바우만의 저작들이 연이어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디고 연구소에서 준비한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가 그 현상을 일단락하면서 정리하는 의미의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왜 바우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하는지요?
A∥ 바우만의 통찰에는 학문적 깊이와 개념적 보편이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시대가 처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그윽한 반면,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발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지요. 누구라도 그가 발명한 개념들을 여러 번 곱씹어 보면, 놀라울 정도로 세계가 명확히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우만의 목소리에 갖는 여러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열망이 모여 한 시대의 어른(올해로 89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Q∥ 바우만의 저작들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배경도서가 될 만한 책들이 있으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A∥ 바우만 선생님이 직접 소개해주셨던 책들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에도 나오지만 특이하게도 바우만 선생님은 문학 작품들을 통해 당신의 사유를 형성했다고 합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학 이론서나 철학 서적이 아니라, 보르헤스, 프란츠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 조르주 페렉, 밀란 쿤데라, 미셸 우엘벡 등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참, 그리고 무인도에 가져갈 한 권의 책으로는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꼽으셨답니다.
Q∥ 지젝, 바우만 외에 공동선 총서로 담고 싶은 인물이 있는지요? 또한 ‘공동선’이라는 주제 이후에는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A∥ 세 번째 공동선 총서의 주인공은 앞서 잠시 언급했던 가라타니 고진입니다. 비밀 누설이 되려나요? 사실 이미 가라타니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쳤고, 원고를 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올해 안에는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동선'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을 이어나갈 것 같고요. 다만 이 주제가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희망의 세대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더 필요할지 더욱 함께 고민할 계획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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