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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청소년 소설 『인수푸, 사라진 아이들의 섬』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 이미옥 인터뷰


Q∥ 독일 청소년문학과 인문학 책들을 꾸준히 번역하고 계신데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A∥ 훨씬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가끔씩 집을 옮겨주면 사는 맛이 더 나는 듯해요. 유목민 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뇌도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죠. 하하.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고 그래서 제가 번역한 책도 서너 권 더 나올 것 같습니다. 저는 또 내년을 위해서 좋은 책들을 많이 검토하고 번역할 준비를 해야겠지요.


Q∥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아동문학작가 미라 로베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책을 펴냈습니다. 이 작가에 대해 좀더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A∥ 미라 로베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나옵니다만, 원래 이 작가가 태어난 쾨를리츠라는 곳은 독일 땅이기 때문에 독일인이라고 해도 합니다. 하지만 유대인이었던 미라 로베는 나치정권 밑에서 살 수가 없어서 팔레스타인 지방으로 도주를 합니다.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고요, 히브리어로 된 『인수푸』가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출간된 이유도 그 당시에는 유럽에 살지 않았기 때문이고요. 남편과 오스트리아에서 살기 시작한 해인 1958년부터 매년 1〜3권 정도의 작품을 발표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이 가운데 오스트리아 아동문학상을 받은 책도 많지만, 청소년 소설보다는 유아들이 읽는 책을 훨씬 많이 썼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에는 미라 로베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거리 이름도 있습니다. 2013년에는 ‘미라 로베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크게 열어서 기념하기도 했습니다.


Q∥ 그의 첫 작품인 『인수푸, 사라진 아이들의 섬』은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졌다고 했습니다. 좀더 자세히 들려주신다면요?

A∥ 예, 맞아요. 2차 세계 대전과 나치통치 하에서의 유대인 억압이라는 상황을 경험하며 이 책을 써내려갔습니다. 1941년에 독일군이 런던을 57일 동안 쉬지 않고 폭격을 가했던 사건이 그 하나이고, 나치가 독일을 지배하던 시기 가운데 1938년 11월 말에서 1939년 9월 1일 사이에 1만여 명의 아이들이 배를 타고 피난을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에 살던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배에 태워서 영국으로 보냈고, 이 아이들은 두 번 다시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들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지 못했거든요.


『인수푸』가 제일 먼저 출간된 것이 1948년이었고 언어도 히브리어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인공의 이름도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나라였던 테라니엔도 바로 미국이었죠. 그렇지만 1951년 독일어로 출간할 때는 우리가 읽게 된 책처럼, 특정한 나라와 시간을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뭔가 보편성을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겠지요.



Q∥ 『인수푸, 사라진 아이들의 섬』은 『15소년 표류기』와 『파리대왕』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들보다는 좀더 경쾌하고 명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요. 배를 옮겨타다 실종되어 무인도에 도착한 뒤,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갈 때에는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느껴집니다. 이런 유의 소설이 꾸준히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A∥ 『15소년 표류기』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작품으로 1888년에 출간되었고요, 『파리대왕』은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작품으로 195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미라 로베의 작품은 윌리엄 골딩의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두 작품은 똑같이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을 겪은 작가들이 전쟁과 도피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 공통점도 있답니다. 그런데 매우 놀라운 차이점이 있어요. 『15소년 표류기』와 『파리대왕』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소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알겠지만, 처절하게 싸우는 내용이 많아요. 무인도에 도착했으나 소년들은 자기네들끼리 권력 투쟁을 해서 서로 죽이기도 하고, 심지어 악한과 싸워서 그들을 이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라 로베의 이야기는 전혀 달라요. 윌리엄 골딩이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사악함을 소년들을 통해서 보여주었다고 하면, 똑같이 전쟁을 경험했지만 미라 로베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보여줍니다. 전쟁과 싸움이 아니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소년들만 등장하지 않고 소녀들도 등장합니다.


이런 소설, 그러니까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모티브를 다루는 책들은 일종의 우리 사회를 무인도라는 작은 공간에 축소시켜 보여주기에 좋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를 투쟁과 사악함이라는 코드로 파악하는지, 아니면 공동체와 평화라는 코드로 파악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작가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모티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Q∥  ‘인수푸’는 열한 명의 아이들이 ‘아이들의 섬’이라는 뜻의 라틴어 ‘인술라 푸에로룸(insula puerorum)’을 줄여서 부르기 시작한 데서 온 것입니다. 미라 로베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려 한 것일까요?

A∥ 앞 질문에서 약간 설명했지만, 미라 로베는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의 출신이 귀족이든 노동자이든, 나이와 성별과 상관없이 공동체를 만들고, 이곳에서 각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좋은 외국 도서들을 소개하는 에이전시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을 고르고 번역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A∥ 최근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방면에서 유명한 분을 만났는데, 늘 책을 끼고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에 두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호호. 앞으로도 독자들이 책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 그런 책들을 선택해서 번역하고 싶습니다. 영화도 그렇잖아요. 보고 나왔는데 돈이 아깝다고 생각되면 좀 슬프잖아요.



Q∥ 이 책을 읽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활동하는 세상이 좁다고 볼 수 있어요. 학교와 집, 학원을 주로 오가죠. 물론 피시방에도 가고 영화관에도 가겠지만, 대부분은 학교와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부모와 형제, 그리고 친구들이죠. 특히 친구는 그 어느 때보다 이 시기에 가장 소중합니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갈등도 생기고 질투를 하기도 하며,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특정 친구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친구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번쯤 그런 의문을 품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새들 가운데 ‘파란발부비새’라는 종류가 있더라고요. 이 새들은 대략 70퍼센트 정도가 갈라파고스에서 살고 있다는데, 특이하게도 무리 지어서 사냥을 하더군요.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다가 물고기 떼를 보면 한꺼번에 고기를 잡으러 바닷물에 빠르게 다이빙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냥을 할 때보다 훨씬 생존율이 높다고 해요.

사회적 동물의 대표적인 예가 인간인데, 우리들도 이기적인 마음과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미래라는 게 없어질 게 분명하다고 봐요. 친구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이런 것은 공부만큼 아니 공부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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