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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클래식 인 더 가든>을 펴낸 김강하의 겨울 추천 클래식 5


안녕하세요.『클래식 인 더 가든』을 쓴 음악칼럼니스트 김강하입니다.


2019년 기해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빼곡하게 차 있던 많은 날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내가 걸어온 2019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느낌이 들어 자꾸만 아쉬움과 후회가 앞서는 시기입니다. 어떤 한 해를 보내셨어요? 여러분의 2019년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것이 없다고 실망하는 분이 계신가요? 겨울 정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나무가 봄을 위해 낡은 잎들을 모두 떨어뜨렸다는 것이고, 씨를 맺은 식물이 바람에 씨를 모두 날려버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올해도 우리 모두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것이죠. 『클래식 인 더 가든』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인용한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말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것,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우리 앞에 있다”는 구절인데요. 더 좋은 것, 더 나은 날들이 우리 앞에 있을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새해를 기분 좋게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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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창’을 품고 살아갑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풍경을 보고 있어도 그 ‘창’의 풍경은 다를 수 있어요. 눈으로 보는 세계는 하나이지만, 머리와 마음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클래식 인 더 가든』은 제가 바라보고 있는 창의 풍경을 보다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또한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쓴 책입니다.


음악과 그림, 정원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넓게 보자면 이들은 모두 ‘자연의 미메시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내 삶의 공간 안에 두고 싶은 마음에서 정원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음악과 그림은 자연을 모방하면서 출발했으니까요. 각자의 질서와 조화를 담고 있는 음악과 그림, 정원이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편안하게 그림을 보실 수 있도록 책의 크기를 조금 키웠고요. 소개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QR코드도 삽입했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클래식 용어와 설명을 곁들인 클래식 팁도 함께 수록해두었습니다. 몇 가지 장치들을 잘 활용하시면서 편안하게 『클래식 인 더 가든』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 가슴속의 ‘창’이 더욱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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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시대와 장소를 떠나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끊임없이 사랑을 받아온 클래식은 특별히 유행이나 계절을 타는 음악은 아니지만, 특별히 몇 곡을 선별해보았습니다.


우선, 최근 제 머릿속에 자주 맴도는 노래가 있는데요.레이날도 안의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Si mes vers avaient des ailes’이라는 곡입니다. 『클래식 인 더 가든』을 탈고하고 책이 나오기 직전, 저는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다녀오고 싶었는데, 꽃이 피지 않는 겨울에는 그곳의 문을 닫기 때문에 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며 오랑주리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다시 찾아 모네의 여러 수련 그림을 보며 이 노래를 들었어요.


‘만일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감미롭고 연약한 나의 시는 아름다운 당신의 뜰을 향해 새처럼 날아갈 거예요...’라는 빅토르 위고의 시에 가사를 붙인 곡인데요. 책에서 소개해드린, 들리브의 ‘꽃의 이중창’만큼이나 모네의 수련 그림들과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곡가인 레이날도 안(Reynold Hahn 1875-1947)은 베네수엘라에서 스페인계 어머니와 독일계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에 귀화한 음악가이자 지휘자, 음악평론가였습니다. 살롱문화가 꽃피던 파리 사교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그는, 청년 시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와 우정과 사랑을 나누기도 했어요. 클로드 모네보다는 35년 후에 태어났지만 동시대에 활동하며 ‘라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 파리가 풍요와 번영을 누리며 예술을 꽃피웠던 그 좋은 시절을 살았던 인물이죠. 달콤하고 우아한 선율의 이 노래는 레이날도 안이 십대 시절에 작곡했는데요, 추운 겨울에 이 노래를 들으면 향기롭고 따뜻하게 마음이 데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모네의 수련 그림 앞에서




『클래식 인 더 가든』에 소개된 음악들 가운데도, 겨울에 듣기 좋은 곡들이 있는데요.시벨리우스의 다섯 개의 피아노 소곡집 Op.75 ‘나무들(The Trees)’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핀란드의 국민음악가 시벨리우스의 ‘나무들’은 핀란드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섯 종류의 나무들, 즉 마가목과 소나무, 포플러, 자작나무 그리고 가문비나무를 소재로 만든 피아노 작품입니다. 북구의 자연을 무척 사랑했던 시벨리우스의 또 다른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사랑스런 피아노 소품들인데요. 마치 나무들이 빼곡한 핀란드의 숲에 들어선 듯, 청량하고 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곡들이죠.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명작 발레인 만큼 발레를 관람하시면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시면 음악만 감상하셔도 좋습니다. 음악자체의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니까요.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다양한 작곡기법을 적용해 오케스트라 각 악기의 독특한 음색을 잘 살려 작품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묘사하고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발레 없이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감상하셔도 손색이 없는데요. 차이코프스키가 <호두까기 인형>에 들어있는 24곡의 발레음악들 가운데 작은 서곡, 1막의 행진곡, 꽃의 왈츠 등 8곡을 골라 만든 관현악모음곡을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꼭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겨울에 감상하기 좋은 오페라 작품도 있는데요. 바로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입니다. 작품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시작되어 겨울이 끝나는 시점이거든요. 그래서 해마다 겨울에 더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de bohème)>을 소재로 만든 오페라로 19세기 후반 사실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치 청춘연가 같다고 할까요? 남녀 주인공인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청춘의 열정과 아픔, 우정이 푸치니의 매혹적인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멋진 작품이지요.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필요한 겨울에 감상하기 좋은 오페라입니다.


마지막으로,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베토벤이 완성한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현란한 기교와 풍부한 서정성, 그리고 기품을 갖춘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다가오는 2020년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베토벤의 해’입니다. 그래서 베토벤을 기념하는 공연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인데요. 기대되는 공연들이 무척 많지만, 그중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이끄는 무지카 에테르나의 베토벤 기념공연은 특히 첫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출신의 지휘자 쿠렌치스는 참신하고 도발적인 해석과 연주로 음악팬들을 뜨겁게 열광시키고 있는 인물이죠. 자신의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함께 내한해서 이틀 동안 베토벤의 교향곡들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인데요. 역시 파격적인 연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바이올린을 협연할 예정이라 더욱 한국 음악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지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걸출한 연주자들의 다양한 음반이나 영상들을 통해서 감상하실 수 있으니까, 비교하면서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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