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파울과 파울라>를 우리말로 옮긴 이미옥 작가


Q 우선 독자들에게 자기 소개 겸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A∥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독일에 유학을 갔었고, 우리나라에 돌아와서는 통역을 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번역을 접하게 되었는데 벌써 14년째가 되는군요. 물론 그동안 번역만 한 것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기획실장과 기획위원으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기획이란 게 예술 활동과 비슷했어요.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작업에 속하니까요. 기획을 하다 보니 결국 책의 저작권을 중개하는 에이전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직업이 몇 가지가 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외국 도서들 가운데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기획이며, 그것을 우리나라 출판사에 소개하는 일은 에이전시의 몫이고, 마지막으로 출판사에서 의뢰를 해 번역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작년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두어 차례 있었는데, 소통하는 재미가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반드시 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직접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많은 번역가들이 직접 자신의 글을 쓰게 되거든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Q『파울과 파울라』는 어떤 작품인지요? 직접 이 소설을 고르고 번역을 하셨습니다. 또한 이 책은 스웨덴 청소년들의 사랑을 오래도록 받는 청소년 소설인데, 유럽 청소년 소설들의 특징을 꼽으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파울과 파울라』는 여학생 파울라가 전학 간 학교에서 남학생으로 소개되면서 생기는 일들에 관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독특한 가족관계, 즉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친구, 파울라와 외할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 책이 스웨덴에서게 1984년도에 출간되었으니, 올해로 꼭 30년이 되었네요. 이 책의 저자 울프 슈타르크는 치과의사의 아들이었어요. 그는 대학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했고, 1975년에 처음으로 아동을 위한 책을 썼는데, 1984년 『파울과 파울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유명한 작가가 됩니다. 3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재 볼 수 있는 다양한 가족관계들과 비슷한 점도 많이 발견할 수 있고, 또 생각해볼 부분도 많아요.


가령, 우리나라에서 부모와 자식, 특히 어머니와 아이의 경우를 살펴보면, 태어날 때부터 학을 졸업하고 결혼할 때까지 뒤를 봐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부모들이 일종의 표준 혹은 기준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파울과 파울라』에 등장하는 파울라의 어머니를 한 번 볼까요? 딸의 생일도 까먹고, 교육에도 무관심하며,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죠. 그렇다고 해서 딸을 귀찮아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파울라도 이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사랑하지요. 책을 통해 이런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어떠한지 한 번쯤 뒤돌아볼 수 있겠지요.


유럽의 청소년 소설은 아무래도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독일의 경우에는 1950년대부터 매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만 있다고 해서 쑥쑥 잘 자라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도 커나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죠. 유럽의 청소년 소설들은 부모, 선생님, 친구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Q이 책을 비롯하여 그간 궁리출판에서 출간한 『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세 시 반에 멈춘 시계』 등 청소년 성장소설을 주로 기획하고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특별히 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많은 까닭이 있으신지요?

A∥ 노벨상이 발표되는 시기에 이르면 우리는, 특히 우리 언론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벨 의학상, 문학상, 물리학상, 등등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시기심이 작렬하기도 하죠. 사실 이런 반응이 유별난 것도 아니라고 봐요. 우리는 예전부터 교육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천연자연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이뤄놓은 것도 많은 부분 교육의 힘이 아닐까 하거든요.


노벨 문학상만 두고 봤을 때, 저는 청소년 소설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수의 탁월한 아이들, 그러니까 책벌레만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훗날 택시 운전사, 교사, 미용사, 화가, 정치가, 의사가 될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잘 쓴 청소년 소설을 읽어야만 훌륭한 청소년 소설도 나오고, 이들이 성장하면 노벨 문학상을 탈 수 있는 작가가 된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세 시 반에 멈춘 시계』 같은 책은, 우리나라 그 어떤 작가도 쓰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어른 같은 아이(실제 나이는 서너 살)가 어른의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날카롭고 정확한지, 그리고 따뜻하고 인간적인지, 그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제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하리라 믿습니다. 이런 책들을 발굴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답니다.


저는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습니다. 언어는 칼이나 총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힘이냐고요? 우리의 의식을 만들고 바꾸는 힘이겠죠. 달리 말하면, 언어의 힘이란 책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달에 갔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가 정말 아름다웠다고 하거든요. 비슷하게 저도 독일에 공부하러 갔다와보니, 우리 한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었습니다.


Q저작권 에이전시 ‘초코북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출판사에 외국 도서들을 소개할 때 나름의 기준이랄까 원칙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주로 어떤 분야를 발굴해 출판사들에 소식을 전하시는지요?

A∥ 기준은 당연히 있습니다. 저처럼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가능하면 외국의 좋은 책들을 우리 출판계에 소개하려는 게 최고의 목적입니다. 초코북스는 생겨난 지 5년밖에 안 된 작은 에이전시이지만, 한국 출판사의 입장과 권리를 존중하고 대변해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개하는 책의 분야는 아무래도 초코북스가 거래하는 주요 출판사들의 출판 경향에 맞춰야 하는 편이라, 계약되는 책의 다수가 아동 및 청소년 책들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캐나다에도 초코북스가 있습니다. 조선정 에이전트가 맡고 있는데, 이 분은 영어권 아동 및 청소년 책의 기획과 번역을 맡고 있습니다. 조선정 씨 덕분에 초코북스 에이전시가 꾸준히 성실하게 잘 꾸려진다고 생각한답니다. 이 레터를 통해 초코북스 에이전시를 처음 알게 된 출판사가 있으면 저희에게 연락주세요.^^


Q개인적으로 평소 좋아하는 작가나 꼭 번역을 하고픈 책이 있으면 까닭을 들려주세요.

A제 전공이 독일문학이고, 대학생 때부터 외국 소설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국내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을 좋아하고 있어요. 머리 아플 때 소설 한 권 읽고 나면, 마치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은 기분이 들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예전에 6권으로 된 책을 구입해서 다 읽었지만, 솔직히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하면 엄두가 안 날 것 같아요. 엄청난 인내심이 요구되는 책이거든요. 그리고 비교적 현대 작가들 가운데는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합니다. 영국 작가 줄리안 반스도 엄청 좋아하고요. 우리나라 작가 가운데는 『하나코는 없다』를 쓴 최윤 작가를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청소년 소설책을 꾸준히 기획하고 번역하고 싶어요. 예전에 어떤 저자가 그런 말을 했잖아요. 인생에서 필요한 건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말이죠. 전 그게 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기본적이고 중요한 건 정말 어릴 때 배우게 되고, 그것이 몸에 습관처럼 배여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Q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파울과 파울라』는 여러분들에게 하기 싫은 것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아요. 뜻하지 않게 우리가 남자 혹은 여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 호기심만 있으면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재미있냐고요? 두말 하면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