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편두통, 한없이 예민한 나의 친구>를 펴낸 민 윤 작가 인터뷰


Q. 이번에 펴낸 『편두통』은 에디션L 시리즈 두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삶에서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준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선 독자들에게 첫인사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편두통, 한없이 예민한 나의 친구』를 쓴 민 윤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앓아온 편두통이라는 무척 예민하고 생명력 강한 병을 다스리기 위해 애써온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서 에디션L 시리즈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를 보내셨을 텐데, 2020년을 잘 마무리하고들 계신지요. 편두통을 앓고 계신 여러분은 올 한 해 편두통과 함께하는 생활이 어떠셨는지요? 편두통과 씨름하는 와중에 코로나까지 만나셨는데, 너무 힘들지 않으셨기를 바랍니다.



Q. 흔히 두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그래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들이 꽤 많습니다. ‘편두통’을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으신지요?

A. 몇 십 년간 편두통을 앓아오는 동안 여러 병원을 다니며 다양한 치료를 시도했지만 편두통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저의 편두통은 더 심해지고 더 까다로워졌고, 점점 더 많은 약물에 의존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만성 편두통에 약물과용두통 상태가 되어 한 달에 절반 정도를 편두통에 시달렸고, 약도 잘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2020년 봄, 만성 편두통 환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하는 지금의 주치의를 만나 약물과용두통을 치료할 수 있었고, 편두통 예방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이전보다 줄어들어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편두통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개인적 체험을 저와 같은 고통을 겪으며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다른 편두통 환자들에게 소개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로 쓰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두통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편두통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바로잡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Q. 편두통에 대한 오해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머리의 어느 한 부분만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독자들이 편두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을 들려주신다면요?

A. 말씀하신 대로 ‘편두통(偏頭痛, ’편(偏)‘은 ’치우치다, 반, 절반, 한쪽‘이라는 뜻)’이라는 이름 때문에 머리의 한쪽만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니면 편두통은 머리의 한쪽만 아플 거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편두통도 머리 전체가 아픈 경우도 있고, 다른 두통도 머리 한쪽만 아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자주 아프면 무조건 편두통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뇌종양이나 뇌출혈, 축농증, 치과 질환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두통 그 자체가 질환인 일차두통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긴장형두통입니다. 자신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긴장형두통 환자일 수 있다는 얘기죠. 긴장형두통은 어깨와 뒷목의 근육이 긴장하여 생기는 두통으로, 스트레스와 잘못된 자세가 원인입니다.


두 번째로 흔한 일차두통이 편두통인데, 편두통에 민감한 뇌신경과 뇌혈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편두통을 일으키는 자극을 받을 때 일어나는 두통이지요. 타고나는 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보통 편두통은 10대 시절이나 20대 초반에 시작돼요.


편두통은 맥박이 뛰는 듯 머리가 쿵쿵 울리는 심한 통증이 있고, 움직이면 통증이 심해지며, 소화가 안 되거나 구토가 나는 등의 위장 장애와 빛과 소리에 민감해지는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머리 한쪽만 아프거나 머리가 자주 아프다고 무조건 편두통이 아니에요. 그리고 편두통에는 일반 진통제가 아니라 의사가 처방한 편두통 특이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Q. 편두통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주로 어떤 것들인지요? 일상에서 특히 어떤 요소들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A. 편두통을 일으키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릅니다. 흔한 요인들로는 수면 부족이나 수면 과다, 스트레스와 정신적 긴장, 육체 피로, 무리한 운동, 햇빛이나 밝은 조명, 심한 냄새(화학 물질, 휘발유, 담배, 향수, 향신료 등), 공복 상태, 배란기와 월경 기간, 급격한 환경 변화 등이 있어요. 이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가 편두통을 일으키지요. 그래서 편두통 환자들은 평소에 두통 일기를 써서 자신에게 두통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음식 중에도 편두통을 일으키는 것들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술, 치즈, 초콜릿, 발효 음식, 식초에 절인 음식, 조미료, 과량의 카페인, 아질산염이 들어간 가공식품 등이 편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하지만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각자 식생활을 잘 관찰하여 자신에게 편두통을 일으키는 음식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유발 요인에 노출되더라도 건강 상태와 체력이 좋고 예방 치료를 받으면 편두통 발작이 줄어들 수 있어요. 따라서 유발 요인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면서 체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함께해야 합니다.

Q. 오랜 시간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치료를 받아오던 중, 2020년 봄 ‘입원 치료’를 결심하게 됩니다. 이 시기가 저자의 편두통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은데요. 의료진과의 협조도 잘 이루어지는 게 엿보이고요. 이 시기의 이야기를 좀더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 저는 2020년 봄에 입원 치료를 받기 전에도 약물과용두통 치료를 위해 약물 중단 치료를 시도한 바 있고, 예방 치료도 두 차례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집에서 혼자 하는 약물 중단 치료는 통증이 무척 심한 중증 편두통 환자였던 저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예방 치료는 예방약 부작용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집에서 약물을 중단한 채 통증을 견디다가 쇼크 상태가 와서 큰일 날 뻔했죠.


2020년 봄에 입원했던 병원은 저 같은 약물과용두통 환자들을 입원시켜서 치료하는 흔치 않은 병원입니다. 운 좋게 그런 병원을 만나서 입원한 상태로 약물과용두통을 치료할 수 있었고, 부작용이 적은 예방약도 만나 예방 치료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 주치의는 치료 방법이나 약물 복용량 등을 결정할 때 환자와 의논하며 환자의 경험과 의견을 존중합니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의사와 함께 치료하고 다스린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그런 병원과 의사를 만났다는 사실은 제 편두통 인생에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약물과용두통을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른 조치 없이 그냥 약을 중단하기에는 통증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신경과에서 약물과용두통의 입원 치료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만성 편두통으로 고통 받는 분들, 약물과용두통이 의심되는 분들은 저처럼 입원하여 약물을 중단하는 치료를 받으실 것을 적극 권합니다. 그리고 편두통 예방 치료를 시작했으나 예방약의 부작용 때문에 중단하게 되는 분들은 한두 가지 약의 부작용을 경험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담하여 다른 약을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만성 편두통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은 아니지만 유발 요인을 최대한 피하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며 예방 치료를 하면 괜찮은 컨디션으로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성공의 경험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Q. 독자들이 자신의 두통을 좀더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두통 일기’를 제작해 구매 사은품으로 선보였습니다. 유발 요인이나 약 복용 등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좀더 이야기해주신다면요?

A. 편두통은 앞에서 말씀드렸듯 일상 속의 다양한 유발 요인들로 인해 생깁니다. 따라서 무엇이 편두통을 일으키는지를 알고 그 유발 요인들을 가능한 한 피하면서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어떤 종류, 어느 정도 용량의 약물이 어느 정도 시간 만에 효과를 보였는지 아는 것도 편두통을 관리하는 데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편두통 발작이 몇 번 일어났고 약을 몇 번 복용했는지가 이 질환을 관리하는 데는 무척 중요합니다. 편두통 발생 횟수와 약 복용 횟수가 일정 숫자를 넘어서면 만성 편두통이 되거나 약물과용상태가 될 수 있어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편두통 환자는 반드시 두통 일기를 쓰는 게 좋습니다. 편두통이 발생한 날, 왜 일어났는지(유발 요인), 두통의 강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동반 증상은 무엇이었는지(뒷목과 어깨의 통증, 위장 장애, 빛∙소리 공포증 등),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약 복용 후 언제쯤 효과가 나타났는지 등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매달 두통이 며칠 발생했으며 약은 며칠 복용했는지를 따로 기록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편두통이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으로 인해 편두통이 생긴다는 의심이 든다면 일정 기간 식사 일기를 따로 기록해서 어떤 음식이 편두통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좋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책들을 또 집필할 계획인지 미리 귀띔 좀 해주세요.

A. 요즘 중년을 지나가면서 서서히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즐겁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저 자신부터 하나씩 실천해서 유쾌한 노년을 살고 싶어서요. 그리고 저는 별 쓸모는 없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관심사들 가운데 재미도 있고 책으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가 모인다면 독자 여러분을 또 만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편두통을 앓고 있는 여러분, 안타깝게도 편두통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히 편두통으로 목숨을 잃지는 않아요. 평생 잘 다스리면서 사이좋게 살아가면 됩니다. 두통이 있지만 아직 제대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분들은 미루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세요. 그리고 자신의 두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편두통과 오랫동안 싸워온 분들은 자신의 두통 유발 요인을 잘 파악하여 가능한 한 피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필요한 경우 예방 치료를 받고, 두통이 찾아오면 빠른 시간 안에 약물을 복용하세요. 그렇게 하면 최선의 컨디션으로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1년 새해에는 편두통으로 고통 받는 여러분 모두가 2020년보다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행복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