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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50+를 위한 심리학 수업>을 펴낸 상담심리 전문가 강현숙 인터뷰


Q∥ 독자들에게 첫 인사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번에 출판된 행복한 이모작 학교 시리즈 중 하나인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을 쓴 강현숙입니다.


대학에서는 심리학과 인성교육을 그리고 어르신들의 배움터라고 할 수 있는 복지관에서는 ‘생활 속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우리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을 칭찬해주며 현재와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심리학이론들을 쉽고도 재미있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Q∥ 50+세대들의 심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요?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을 펴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도 짧게 이야기해주세요.


A∥ 2006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해왔습니다. 인성교육에서는 정신건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존감'이 첫 번째 주제가 되지요.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외모에 자신이 없으면 위축되는 모습을 보면서 ‘몸과 자존감’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여대에서 인성교육을 한 것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에 한몫을 했겠지요.


그렇게 시작된 몸에 대한 연구는 몸과 마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둔 신체 심리치료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습니다. 이를테면 신체 심리치료에서는 몸을 우리의 마음(감정)을 담고 있는 '걸어 다니는 자서전'으로 봅니다.


그때부터 오랜 세월 동안의 삶의 경험들을 고스란히 자신들의 몸에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50+를 위한 심리학수업>을 펴낸 계기는...

부부가 결혼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자를 찾아가는 것보다는 ‘결혼예비교육’을 통해 결혼해서 생길 수 있는 갈등들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것이 훨씬 이혼으로 갈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요. 또 여행을 갈 때도 무작정 가는 것보다는 내가 갈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듣고 가면 훨씬 알차게 여행을 할 수 있잖아요.


바로 그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책은 제가 복지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는데요, 수강자들이 좀 더 일찍 이런 강의를 들었으면 좀 더 잘살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많이들 표현하셨어요. 노년기로의 여행을 바로 앞둔 우리 50+들이 읽으면 마치 여행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대할 때처럼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중에는 수없이 많은 책들이 있지만 50+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책들은 거의 없기도 하고요. 어르신들이 이 강좌를 개설해달라신 이유가 텔레비전에 심리학 특강들이 많이 있고, 그것들이 유용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강의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려운 심리학 강의를 쉽게 해달라고 하셨고 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이해할수 있도록 쉽게 심리학 이론들을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나 자신과 관련된 심리이론들, 둘째는 감정과 관련된 심리이론들, 마지막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심리이론들입니다.

사실 이 세 가지는 노년기의 발달과제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나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세 가지 내용은 대학에서 하는 인성교육의 기본 골격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노년기에 해당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른 연령대에 해당하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근육을 단련시켜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전에 카톡 보내드렸던 것처럼 이 책의 특징은 흔히들 어렵다고 생각하는 심리학이론들을 배움이 있는 분이나 없는 분이나 상관없이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 Nuvolanevicata | Dreamstime.com

Q ∥ 50+세대들을 대상으로 이 수업을 3학기째 하고 있는데, 출석률도 좋고 인기 있는 강좌라고 들었습니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50+세대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A ∥ 이 과목은 컴퓨터 강좌와 더불어 동작복지관 65개 강좌 중에서 수강료를 내야 하는 수업인데도 인기가 많고 출석률도 좋아요. 그리고 어르신들로부터 집에 가셔서 아내의 말에 귀기울여주려고 애쓴다는 말을 하신다며 '감정'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실 때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최소한 ‘생활 속 심리학’을 수강하는 어르신들은 사람의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50+세대를 보면 '꼰대'가 아니라 '꽃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나이가 많다는 것 하나만으로 몽니를 부리며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노인을 가리켜 '꼰대'라고 하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고 젊은이들과도 소통을 원활히 하며 그들의 힘과 발판이 되어주는 노인을 가리켜서는 '꽃대'라고 표현을 하지요. 그렇습니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그 말은 서로의 다름(감정, 욕구, 성격 등)에 대해 인식하고 그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다보니 관계 속에서 나이가 들어가도 유연함을 가지고 소통하며 살아가게 되겠지요. Q ∥ 50+ 이후의 삶을 살아갈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준비물이 ‘나와 우리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라고 짚어주었습니다. 우선 일상에서 작게라도 실천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 위의 답변과도 연결이 되는 것인데요, 아주 간단하지만 최고로 중요한 것입니다. 바로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관계 속에서 항상 기억하며 생활하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4명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좋아하는 김치찌개가 다 달라요. 남편은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은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굵은 멸치와 김치만 넣고 단백하게 끓여주셨던 엄마표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큰아들은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 그리고 작은아들은 꽁치통조림을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김치찌개를 끓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매순간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을 때 따지기보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혹은 "너는 그것을 좋아하는구나!"라는 문장을 외어서 항상 마음속으로 되뇌면 관계가 훨씬 좋아지겠지요. Q ∥ 50+세대를 위해 또 구상 및 집필중인 책이 있다면 미리 귀띔을 해주세요.^^ A ∥ 1년 6개월 동안 어르신들과 수업을 하면서 감정, 특별히 어르신들이 살아오면서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묵은 감정들이 현재의 삶에 갈등과 문제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심하게는 치매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주제인 <50+들을 위한 묵은 감정 풀어내기>라는 책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감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혹 감정을 단순히 생각으로 통제해야 할 것으로 여기시지는 않으신지요? 얼마 전 친구가 자신이 키우고 있는 애완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느 날 거실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강아지가 먹고 싶다고 빨빨거리며 낑낑 소리를 내더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본 친구는 ‘손 들고 앉아’라고 했는데, 아뿔싸! 강아지는 고기를 굽고 있는 반대쪽 벽을 바라보며 앉았다고 합니다. 이 강아지는 오랫동안 당뇨로 힘들어했는데 친구도 모르는 사이에 강아지는 실명이 되었고,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마치 나의 반려동물이 실명된 줄도 모르고 함께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가 실명된 줄 모르고 살다보면 이 친구처럼 갖가지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듯이, 우리 삶도 어쩌면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각종 갈등이 벌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보다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러니까 내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 상태에 이르면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스위치는 꺼지고 맙니다. 그래서 부부가 싸우다가 칼로 배우자를 찔러 죽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왜?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곳의 시스템이 셧 다운(shut down)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감정의 힘이 세기 때문에 우리는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앞서서 감정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의 힘’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감정을 억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요. 임상에서는 감정억압의 끝을 치매로 보는데, 왜 요양원에서 종사하시는 요양보호사들에 의하면 밤에 어르신들이 자신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욕을 해댄다고 하잖아요. 이처럼 감정의 힘은 셉니다. 그래서 <50+를 위한 묵은 감정 풀어내기>라는 책을 통해 50+들이 ‘감정’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응어리져있는 묵은 감정들을 잘 풀어내어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후반전을 맞이하도록 도우려고 하는데, 많이 기대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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